대퇴사 시대를 넘은, 대잔류 시대에 필요한 것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우리는 '대퇴사'라는 생소한 용어를 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환경과 조건을 찾아 회사를 떠났죠. 하지만 2025년,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직장인들은 이제 안정을 추구하며 현 직장에 머무르는 '대잔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인크루트의 올해 1월 조사에 따르면, 과반수(54.9%)의 직장인들이 이직보다 현 회사에 남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 보장,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주된 이유였죠. 불과 2년 전 대퇴사 시대에 82%가 이직을 고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변화입니다.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습니다. 내부 네트워크를 통한 의사결정 영향력도 커지며, 승진과 보상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집니다.
저는 건설사 출신 헤드헌터로서, 오히려 보수적인 산업군이나 안정적인 회사에서는 이직보다 장기근속을 권하는 편입니다. 검증된 안정성이 주는 혜택이 이직의 불확실성보다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안정 속에 숨어 있는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외부 트렌드와 시장 변화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새로운 기술과 업무방식을 접할 기회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객관적인 시장가치를 파악하기 어려워져, 정작 필요할 때 이직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제가 현업에서 자주 마주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습니다.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시니어들이 이직을 결심했을 때 겪는 어려움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그 전문성을 새로운 환경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실력 부족이 아닌, 조직 내 입지와 채용의 명분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시니어일수록 단순한 업무 수행 능력보다는 조직 내 위치와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이를 새로운 환경에서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잔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단순히 현 직장에 안주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닙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커리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네 가지 방향성을 제안합니다.
먼저, 내부에서 힘을 길러야 합니다. 자신의 업무 영역을 넘어 회사의 전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타부서의 역할과 입장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승진과 이직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성뿐 아니라 회사의 생리와 구조에 대한 이해가 탁월했습니다. 조직 내 좋은 평판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둘째, 외부와의 접점을 늘려야 합니다. 업계 세미나나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동종업계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세요. 링크드인 같은 플랫폼을 통해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 밖의 시야를 잃지 않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셋째, 명확한 전문 영역을 구축하고 시장성 있는 스킬을 확보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 중 하나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보세요. 단순히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 왜 이렇게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쌓입니다. 이는 조직 내에서도, 외부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공통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데이터 분석이나 디지털 협업 도구 활용 능력, 외국어 등 범용적인 업무 역량에서의 성장을 도모하세요. 이런 기본기는 어떤 산업, 어떤 직무에서도 경쟁력이 됩니다.
모건 하우절은 "안정성이 불안정성을 낳는다. 평화가 혼돈의 씨앗을 뿌린다"고 했습니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가장 똑똑한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변화의 시대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변화하는 것입니다.
불황기에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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