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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조회의 모든 것

현직 헤드헌터의 실전 대응법

by 소망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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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준비하며 마주하는 여러 관문 중 많은 이들이 은근히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평판조회'입니다.

"회사를 옮기고 싶은데 평판조회가 걱정이에요"라는 한 컨설팅 멘티의 말처럼, 이는 많은 직장인들의 공통된 불안 요소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외국계나 대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평판조회가 이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까지 확산되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채용기업의 62%가 평판조회를 진행하며, 이 결과가 채용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재직자 입장에서는 아직 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판조회가 진행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평판조회를 하는 진짜 이유

평판조회의 핵심 목적은 '인재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채용의 본질이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라면, 이력서와 면접이라는 제한된 시간과 정보만으로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업무 수행 방식, 팀워크, 이직 사유의 진정성 등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죠.


또 다른 목적은 '리스크 헷징'입니다. 헤드헌터로서 100건 이상의 평판조회를 진행하며 흥미롭게 발견한 것은, 평판조회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지원자가 중도 포기한다는 사실입니다.


"평판조회요? 그럼 저 이 채용건은 더 이상 안할래요"라는 반응처럼, 실제 제출한 이력과 면접에서 말한 내용이 상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평판조회는 이런 불일치를 미리 걸러내는 안전장치가 되어줍니다.




평판조회의 진행 과정과 확인 사항

평판조회는 단순히 "이 사람 어떻습니까?"라고 물어보는 단순한 절차가 아닙니다. 구조화된 질문과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후보자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봅니다. 보통 평판조회 동의서 제출로 시작해, 레퍼리(참고인) 선정 및 연락처 제공, 회사나 헤드헌터의 레퍼리 인터뷰, 때로는 비지정 참고인 섭외 및 인터뷰까지 이어지며, 최종적으로는 평가 보고서 작성 및 검토로 마무리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이직의 필요충분조건인 '실력', '평판', '명분', '이익'입니다. 지원자의 경력에 걸맞은 전문성과 성과가 있는지, 조직 내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이직 사유가 합리적이고 진정성이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조직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여기에 조직적합도, 커뮤니케이션 스킬, 도덕성, 컴플라이언스 준수 여부까지 살펴보며 다면평가를 진행합니다.




평판조회를 준비하는 현명한 방법

평판조회의 첫 단계는 레퍼리(참고인) 선정입니다. 기본 원칙은 업무적으로 많은 접점이 있으면서도 신뢰관계가 형성된 사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상사, 부하, 동료 등이 적절히 구성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선정 시에는 함께 일한 기간이 6개월 이상인지, 직접적인 협업 경험이 있는지,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 현재도 우호적인 관계인지, 그리고 재직이나 퇴사 시 갈등은 없었는지 등을 체크해야 합니다.


첫 직장이라 레퍼리 선정이 어렵다면, 이미 퇴사한 동료나 신뢰할 수 있는 현직 동료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직의 비밀성이 깨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평판조회도 채용의 한 프로세스인 만큼 진행하지 않는다면 채용이 결렬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직 비밀성과 평판조회의 균형

이직 과정에서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현 직장에 이직 사실이 알려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입니다. 이직의 특성 중 '이직의 비밀성'에서도 언급했듯이, 현 회사에 다른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순간, 이전과 같은 대우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인사담당자나 평판조회를 진행하는 전문가들도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비지정 후보자 평판조회는 현 직장을 이미 퇴사한 인원이나 이전 직장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특히 이직 경험이 없고 회사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이직의 비밀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평판조회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국 면접을 통과한 것일 뿐, 아직 채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평판은 장기적 자산이다

평판조회를 잘 받기 위한 방법을 묻는다면, 역설적이게도 그 답은 평판조회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준비되어야 합니다. 경력의 일치성과 성과를 단기간에 쌓을 수 없는 것처럼, 평판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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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지정참고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평가만 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참고인 자신의 신용을 걸고 하는 평가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평판은 실력과 태도가 만나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장기적 자산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은 어떤 평판을 쌓고 계신가요? 이직 과정에서 평판조회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여러분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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