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경 Feb 11. 2017

마음의 온도계

언어의 온도에 미치는 영향




지난 여행길에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애독했다. 맞다. 언어에는 분명 온도가 있다. 사람은 온도가 낮은 말에 상처를 받고 온도가 뜨거운 말에 부담을 느끼며 마치 온수와 냉수가 적절히 섞여 기분 좋은 목욕물과 같은 온도를 찾게 되면 편안함과 황홀함 같은 감정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은 뜨거운 것과 미지근한 것 사이의 온화한 말을 원한다. 이를테면 ‘사랑해’와 같은 뜨거움과 ‘우리 안 본 지 꽤 됐네’와 같은 미지근함 사이의 ‘오늘은 왜인지 네 생각이 나더라’와 같은.



▲ Copyright 2017. 동경(insta@id1992) all rights reserved. [네팔/히말라야]



그러나 사람들은 상대가 어떠한 온도의 말을 원하는지 알면서도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러 언어의 온도를 낮출 때가 있다. 마음의 온도는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내뱉는 말에 살얼음이 녹아 있다. 상대는 부정할 여력 없이 상처를 받게 되고 결국 보다 더 차가운 말이 내 마음에 박혀버린다. 이는 아마 언어의 온도를 결정하는 마음의 온도계가 자주 고장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나조차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 시점이 찾아오거나 어느 노래 가사처럼 다짐으로 세운 모래성이 심술에 의해 무너지게 되면 내 마음 안의 온도계가 제멋대로 움직여버린다. 그렇게 되면 기어코 상대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상처의 말을 건네게 된다.



애석하게도 고장난 마음의 온도계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몇몇의 사람은 자신의 온도계가 고장난 사실조차 모른 채로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밤이면 내 언어의 온도는 오늘 어땠는지, 마음의 온도계가 여전히 오르락내리락하며 누군가의 마음에 비수를 꽂지는 않았는지 되뇌어보곤 한다. 그 언젠가 내 마음의 온도계를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을 때 스스로 자각조차 할 수 없을까 두려워서.

매거진의 이전글 스치는 사람을 잡을 줄 알아야 인연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