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아아와 시럽 세 펌핑

곁에 있는 행복을 찾아서

by 우시

행복은 늘 곁에 있지만, 곁에 있는 줄 모르고 자꾸 잊어버린다.



사무실 출근하기가 싫어지는 요즘이다.

새로운 업무를 배운 지 열 달이 지난 지금, 이제 좀 업무가 손에 잡히고 조금 재미가 붙으려고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나는 한 달 전에 퇴사한 과장님의 대리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 업무를 다른 사람이 해주는 건 아니다. 나의 업무를 하면서 과장님의 업무를 하고 있다.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다음 과장님이 오기까지는 한 달이나 남아있다. 정말 업무를 하는 시간 동안 잠시라도 쉴틈이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과장님의 업무는 유독 타 부서와 협조를 해야 하는 일이 많다. 하루에 전화를 몇 통이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협조를 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중에는 불 친절한 사람도 있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순간이 제법 생긴다.

내 업무를 하면서 하는 것도 때론 힘이 드는데 왜 남의 업무까지 내가 해야 하는 거야?

라며 볼멘소리를 하며 투덜투덜하다 다시 협조 전화를 할 때는 세상 친절하게 전화하고 다시 투덜투덜 무한 반복하고 하고 나면 이중인격자가 된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뭐 좋은 점이 있다면 새로운 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뭐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한 달만 참으면 다음분이 오시니깐 그때 까지는 그래도 내가 맡은 일은 성실하게 해야겠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못하는 모습이나 불만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성실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깐....


삼십대에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으면 똑 부러지게 이건 이래서 아닌 거 같습니다. '이렇게 해야 맞는 거죠'라면서 아주 대단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사십이 넘어가니 좋은 게 좋은 거 같다.

괜히 말해서 나에게 득 되는 게 전혀 없으니 말이다. 말해봐야 서로 불편해지고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퇴근하고 나면 신경 쓰이고 괜히 얘기했나 고민되고 사십 대가 되고선 불필요한 대립은 피하는 편이다.


나는 아내와 드라이브를 하는 걸 좋아한다. 결혼초에는 아내의 취미생활였는데 부부는 살면서 정말 닮아가는 것 같다. 신혼 초에는 나는 드라이브가 별로 좋지 않았다. 대화를 할 거면 그냥 커피숍 가면 되는데 힘들게 왜 차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거지?

그래도 아내가 좋아해서 그냥저냥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졌다. 그리고 차에서 대화를 하게 되면 둘만 있어서 인지 서로 너무나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또 좋았다.


아무튼 아내와 드라이브를 했다. 커피숍에서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연하게 한잔, 아메리카노 한잔을 테이크아웃하고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시럽 세 펌핑한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먹을 거면 그냥 라테를 먹으라고 하는데 나는 우유가 잘 맞지 않는 거 같다. 오늘 아내와 드라이브가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유독 좋았다. 겨울 햇빛도 좋고 경치도 그리고 대화도 좋았다. 직장에서 대리업무에 힘든 나를 또 아내가 아주 유쾌하게 위로해 준다. 아내의 탁월한 면담효과인지 드라이브와 맛있는 커피 때문인지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새 직장생활에서 힘들고 하기 싫은 대리업무도 그냥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 지금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평범했던 오늘의 드라이브가 특별한 드라이브가 된 건 아마도 내 삶 속에 힘듦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힘듦은 옆에 있는 행복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