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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 Apr 08. 2021

새로움

: 순식간에 찾아오는 것


새로운 것을 접하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설렘으로 번질지, 두려움으로 번질지는 모르겠지만 '새롭다'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요즘 본인은 그런 것에 도전하고 있다. 방금은 새로운 맛집 돌파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물론 글을 써내려가는 것도 한때는 새로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꽤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도전하는 두 가지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하나는 운전이다. 요즘은 필수적인 능력으로 꼽히다 보니, 운전면허가 없다고 하면 "왜?" 아니면 "아직도?" 이런 반응을 내비친다. 어릴 적에는 게임방만 가면 드라이빙을 하던 터라 나도 내가 운전을 잘할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긴 하다. 그 농구공 넣는 게임, 그거 잘한다고 농구 잘하는 거 아니잖아?라고 타협하기로 마음먹었다. 얍삽하지만 그러려니 하자.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심장이 덜컹덜컹거리고 손도 부들부들 떨려오는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초보가 타고 있는 게 아니라... 똥줄이 타고 있다. (밥 먹고 계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 하지만 충분히 설레는 일이다. 이제 뚜벅이 생활을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른 하나는 물리 공부다. 본인은 공대생이라 이미 뼛속까지 팍팍한 사람이긴 하지만, 전에 언급했던 양자역학 친구와의 긴밀한 교감을 위해 공부 아닌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유튜브에서 접한 물리 관련 영상이 흥미로웠던 건 비밀이다. 

인문학적 소양까지 기를 수 있다는 책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읽으면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책에 보면 잘난 체하는 물리학자를 어버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아직 친구에게 도전해보진 않았지만 어떻게 얘기할지 궁금해서다. 애초에 물리 머리가 없다 보니(공대생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이해하면서 읽었는데도 설명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노벨상을 많이 받았다니 따위의 감상만 늘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아직 풀지 못한 난제를 내가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한 오기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충분히 값진 일이다. 양자역학의 티끌 정도의 정보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야속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새로운 맛, 새로운 그림. 여태 느끼지 못한 오묘하고도 새로운 감정을 느낄 때 사람들은 열광한다. '최초'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처럼. 여러 관점에서 보자면, 낡은 걸 쓸모없다고 일반화하기는 싫지만 새로운 것에 비해 덜 흥미를 느끼는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또 이렇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촉촉한 글들을 쓰다 보면 누아르 소설에 관심이 가는 것도 그렇다. 새로운 것이라기보단, 알지 못하는 글의 세상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지금 딱 그런 상황이다. 장르의 특성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본인 인생도 누아르와는 거리가 먼, 다른 세상이라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독자 분들 중 호랑이파 두목님이 없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새롭다고 다 설레는 것만은 아니다. 본인도 오늘 맛집 검거에 실패한 것처럼 말이다. 새로웠지만 그것이 명백하게 어떠한 행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처럼 어떤 새로움은 우울과 슬픔을 잔뜩 가지고 당신에게 다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 만나게 될 것들이 당신에게는 행복으로 느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충분히 크지 않아도, 소소하고 작은 것에서의 발견도 재밌지 않은가. 


떨어지는 꽃잎에 덩달아 의지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계절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본인도 우러러 보던 벚꽃 꽃잎들이 바닥에 깔려있어 슬픈 마음이 들지만, 여전히 벚꽃 나무를 사랑한다. 

민들레 홀씨도 바람의 도움 없인 날아갈 수 없는 것처럼, 너무 자책하지 않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 채비를 마친 당신에게 열광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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