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매일 서재로

by 황태

글을 써오는 동안 항상 고민했다. 내 글은 어딘가 특별함도 없고, 독자적인 색깔도 없다. 교훈을 줄 만한 사람도 아니고, 대단한 지식가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할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감은 곤두박질쳤고, 남몰래 쌓인 글들은 중구난방으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래서 무언가 주제를 잡고 글을 써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완벽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 먹었다. 완벽하지 않아 두려웠고, 두려웠기에 시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평생의 로망이었던 서재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지만 차마 서재에 들어가지 못했다. 막상 서재에 들어갔는데 별 볼일 없는 시간들로 채워버리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멀찍이서만 서재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하게 됐다.


그냥 들어가 볼까. 그냥 매일 서재에 들어가 볼까.


더 나아가 매일 서재로, 매일 회사로, 매일 헬스장으로, 매일 부엌으로, 매일 집으로 나아가볼까. 완벽하지 않은 순간들을 꾹 참고 그냥 해볼까.


'긴 어둠의 봉쇄가 끝나고 닫혔던 수문이 열리기 시작할 때 살아 있다고 나도 살아 있다고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던 풀꽃들.

천천히 다정하게_박웅현'


긴 겨울잠을 자고 깨어 서재로 들어와 보니 애써 망각했던 설레는 감각들이 전신을 감싸왔다. 나는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완벽한 글을 쓸 종자는 못된다. 그저 나를 위해 글을 써야 했다. 김사인 시인의 '이도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을 마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떨어지는 나뭇잎이 위로하는 순간이 필요했듯, 나를 마땅히 만드는 순간이 필요했다. 그 순간이 나에게는 서재에서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절대로 잘못한 적 없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뿐.

천천히 다정하게_박웅현'


나는 잘못해서는 안 되는 세상에서 벗어나 당당히 서재로 나아와야 한다. 잘못하지 않기 위해 나의 목소리와 행동을 줄이고 자극적인 세상으로부터 즐거움을 의탁받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숨죽이고 있는 나의 영혼과 천진무구한 즐거움을 찾아나가야 한다.


'부분적으로나마 감각적인 생활을 중단하면 인간의 영혼, 아니 영혼의 모든 기관은 아침마다 활력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의 영성은 다시금 고결한 삶을 살려고 애쓰게 된다.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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