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가우디와 썸탄 아빠 -1

아빠와 단둘이 떠난 스페인 여행

by 황태

성가정성당 방문 후 가우디의 철학에 감명받은 아빠는 오늘 일정을 많이 기대하셨는데, 오늘은 가우디의 대표명소인 까사밀라, 까사바트요, 구엘정원을 가이드와 함께 투어 하는 일정이었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오지 않아 아빠에게 설명해드리지 못했던 한을 풀 수 있는 날이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만나는 일정이라 컵밥으로 만든 죽, 샐러드, 빵을 간단히 먹고 나왔다. 30분가량 걸어서 카탈루냐 광장 중심에 평소 스치듯 보았던 까사밀라 앞에 도착했다. 패키지를 신청한 사람들이 잔뜩 서있었다. 새벽의 어두운 하늘 아래 다양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는 까사밀라 앞에 서니 기분이 두근거렸다. 정말 제대로 된 건축물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씀하시지 않던 아빠도 외관을 보고 사진을 찍어달라 말씀하시는 걸 보니 꽤나 설레시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밖에 서서 까사 밀라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내부로 입장했다. 밀라씨가 최대한 특이하게 지어달라고 부탁했던 집이니 만큼 건물 외관은 사람의 해골들과 뼈모양으로 지어져 있었고, 얼핏 보이는 내부는 바닷가를 연상시켰다. 가우디는 스페인의 바다에 영감을 받아 까사밀라를 건축했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듣고 아빠와 나는 스페인의 바다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지중해 바다를 구경할 계획은 없었지만 가우디의 영감의 원천을 두 눈으로 직접 바라보고 싶어졌다.



기존의 집을 허물고 새롭게 지어 올린 것이 아니라, 뼈대를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한 것이기 때문에 가우디는 밀라 가족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짓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는 사고들이 필요했다. 좁은 집을 넓게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기둥을 없애고 아치구조와 외부의 기둥으로 집이 지탱될 수 있게 했고, 집 천장부터 바닥까지 중안부를 모두 뚫어 어디서나 햇볕이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그의 배려와 또 심미적인 요소들에 아빠와 나는 정신없이 매료되었다.


바닷물의 일렁거림이 연상되는 유리벽, 파도의 잔물결이나 유연한 곡선의 형태를 딴 계단들, 바다의 색깔을 딴 타일 벽, 암모나이트 모양의 유리창, 갈비뼈와 해골을 연상시키는 외관 등등 설명을 들을수록 보이는 세게에 끝없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밀러 씨의 안방 겸 서재를 보고 난 후로는 언젠가 한 번쯤 이렇게 멋지게 집을 꾸며보고 싶다는 꿈을 꿔보기도 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사소한 부분들에 끊임없이 놀라며 즐거워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정말 엄청난 경험인 것 같다. 매일의 삶이 그러해지길 바라보겠지만, 가끔씩 이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는 것도 우리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평소의 자리에서나 떠나온 곳에서나, 삶의 중간중간에 리액션을 곁들이는 것이다. 리액션은 내 삶을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한 도구이다.


까사밀라를 보고 나와 까사바트요로 향했다. 한차례 까사밀라에 흠뻑 빠진 뒤였기 때문에 까사바트요의 모습이 어떨지 너무 기대되고 궁금했다. 하지만 실제 거주자가 있기 때문에 방문이 안돼서 건물 밖에서 가이드님이 보여주시는 패드 속 사진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입장을 할 거라고 생각하다가 못 들어가게 되니 너무 아쉬웠다.



15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사람들은 까사바트요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허기를 달래기 위해 길 건너편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르는 것 같았다. 시간이 너무 짧았지만 일단 까사바트요 내부를 보기 위한 모험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1층의 카페에 들어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초코크루아상을 주문했다. 그리고 2층의 화장실을 이용해도 되냐고 물으니 가능하다고 하셨다. 잠깐 화장실을 들르기 위해 2층으로 가는 순간 마법 같은 일이 펼쳐졌다. 카페의 내부가 가우디 특유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있었던 것이다.



잔잔한 호수 위에 돌을 던진 듯 나타난 잔잔한 물결과 파문으로 이루어진 천장과, 시각적 착시효과 마저 일으키는 건물 자체의 곡선들. 그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즐거웠다. 마지막 날 시간이 남으면 까사바트요 카페에 시간을 보내자는 다짐을 할 정도로 우리 둘은 감격했다. 새삼 아빠가 이런 약속을 같이 해주다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정말로 아빠는 이 여행을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다.


조금 더 걷다가 버스에 탄 후 구엘공원으로 향했다. 지금까지는 건축물들을 보았다면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볼 차례였다. 성가정성당, 까사밀라, 까사바트요 순으로 점진적으로 가우디에 빠져버린 아빠와 나는 구엘공원이 너무 기대가 됐다.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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