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8년 차, 경각심을 가지다.
회사생활 8년 차 만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회사에서 근무한 지 10년 이상 되신 대리님, 과장님들을 보면 저렇게 확인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조심해서 일하신다. 두 번, 세 번, 네 번 끝까지 붙잡고 확인하신다. 물론 나도 확인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자주 있지 않은 일이나, 다른 팀원의 일을 대직할 때는 더욱더 꼼꼼히 확인한다. 다만 문제는 내가 매일 3년째 하던 업무는 워낙 익숙하다 보니 방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실수가 있긴 했지만 자잘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드디어 제대로 된 경각심을 갖게 됐다.
업무 중 타사의 지시를 받아 자금을 입출금 하는 업무가 있는데, 1차적으로 확인하고 처리를 하긴 하지만 업무가 끝난 뒤 전체 입출금내역을 총액 기준으로 대사 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파악하기가 어렵다. 또한 잘못됐다는 연락이 타사로부터 보통 6시 반쯤에 와서 수습도 어렵다. 수습을 하려 해도 각 사의 담당자들이 퇴근 이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제 6시 반에 타사로부터 잘못됐다는 연락을 받고 회사로 돌아갔다. 평소처럼 똑같이 처리를 했다 생각했는데 틀리게 처리되어 있었다. 내 눈과 손이 의심스러워졌다. 만약 3-4번씩 더 수시로 확인을 했다면 일과 중에 틀린 부분을 잡아낼 수 있었을 텐데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수습을 하려 해도 타사를 통해 정석대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수습을 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불안했다. 그래서 오늘도 한 시간 일찍 출근을 해서 회계적으로 문제 되는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유난히 방심 했던 루틴 한 업무를 통해 크나큰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왜 경력 많은 대리님, 과장님들이 수없이 확인하시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확인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했던 것이다. 업무란 이런 것이구나 다시금 깨닫게 됐다. 이제는 다른 업무에서조차 불안증에 걸린 사람처럼 계속해서 확인학게 됐다. 사실 이렇게 일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나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확인을 여러 번 하는 것이 차라리 수습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업무가 돌아가는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내 업무뿐만 아니라 이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회사에 어떻게 반영이 되는지, 이후의 회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한 이해를 하고 나니 수습할 수 있었다. 다시금 본질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일의 본질, 즉 큰 틀을 알아야 어떠한 특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습하고 대처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방심이란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업무 중에도 방심을 하지 않고 항상 다잡은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나 자신의 의식을 놓지 않고 붙잡은 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항상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큰 틀과 맥락을 파악해야겠다. 일 뿐만 아니라 가령 여행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 여행을 왜 가야 하는지, 여행을 통해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여행에 가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등으로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