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는 빵집

8화. 기록하지 않는 시간

by 봉봉

아침 햇빛이 커튼 사이로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얇은 린넨 커튼은 바람 한 점 없는 실내에서도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정확히는 커튼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내려앉은 빛이 조금씩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희고 부드러운 빛이 침대 끝에 걸려 있다가, 조금씩 이불 위로, 조금씩 베개 곁으로 번져 오고 있었다.

서지안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손부터 움직였다.

이불 밖으로 나온 손끝이 침대 옆 테이블을 더듬었다. 휴대폰이 손에 닿자마자 그녀는 화면을 켰다. 얼굴은 아직 베개 쪽을 향하고 있었고, 눈은 완전히 떠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손가락은 이미 익숙한 순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알람이 아니라 알림이었다.

DM 14개.
댓글 53개.
스토리 답장 9개.
브랜드 협찬 메일 3개.

지안은 숨을 한 번 고르고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어젯밤 열한 시에 올린 릴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조회수는 예상보다 덜 올라 있었다. 아주 망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했던 수치에는 분명 못 미쳤다. 업로드 시간도 맞췄고, 오디오도 지금 잘 도는 음원을 썼고, 초반 후킹 자막도 나쁘지 않았고, 썸네일도 일부러 밝게 잡았는데, 이상하게 반응이 기대만큼 붙지 않았다.

지안은 화면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댓글은 예뻤다.

“언니 분위기 너무 좋아요.”
“진짜 살고 싶은 삶이에요.”
“어쩜 이렇게 매일 예쁠 수 있어요?”
“보고만 있어도 힐링돼요.”

그런 말들을 읽으면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생기지 않았다. 기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안심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좋아요 수와 댓글은 언제나 잠깐의 온도만 남겼다. 따뜻하긴 한데 금방 식는 머그컵 같은 것. 손을 감싸 쥐고 있을 때만 따뜻하고, 내려놓는 순간 다시 식어가는 것.

그녀는 화면을 한 번 더 새로고침했다.

숫자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아주 조금.


그 숫자의 변화에 자기 기분이 아주 얇게 흔들리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그 움직임을 멈추지 못했다.

지안의 집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거실은 넓지 않았지만 답답해 보이지 않았다. 흰색 벽, 낮은 소파, 유리 상판 테이블, 창가에 놓인 올리브나무 화분, 그리고 라탄 바구니 안에 무심한 듯 담겨 있는 담요까지. 어디 하나 과하지 않았고, 어디 하나 흐트러져 있지도 않았다. 누군가 보면 분명 “센스 있다”거나 “역시 지안답다”라고 말할 만한 공간이었다.

그녀는 그런 말을 자주 들었다.

집도 예쁘고,
옷도 예쁘고,
삶도 예쁘고.

하지만 요즘 들어 지안은 자주 생각했다.

예쁜 것과 편안한 것은 왜 늘 같은 말이 아닐까.


주방으로 가서 커피 머신에 캡슐을 넣었다. 버튼을 누르자 기계가 낮게 윙 하는 소리를 냈고, 짙은 향의 커피가 얇은 잔 안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또르르, 또르르, 일정한 리듬으로 떨어지는 커피를 바라보는 동안에도 그녀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스토리 하나를 올릴까.

“굿모닝” 같은 짧은 문구와 함께 커피잔을 찍어서.

빛이 지금 좋았다. 오전의 밝은 햇빛이 주방 상판 위에 번지고 있었고, 잔 그림자도 예쁘게 생겼다. 이럴 때 찍어 두면 반응이 괜찮았다. 지안은 잠깐 화면을 켰다가, 구도를 맞춰 보다가, 다시 내렸다.

이상하게 오늘은 그 작은 동작 하나조차 피곤하게 느껴졌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쓰고 뜨거웠다. 아주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 맛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맛보다 먼저 떠오른 건, 이 잔이 화면에 잘 잡히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컵 손잡이 방향이 예쁜지, 그림자가 거슬리지 않는지, 상판 위의 작은 물방울이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만들어줄지 같은 것들.

지안은 문득 피식 웃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아침인데도 혼자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사람 같았다.

촬영은 오전 내내 이어졌다.

삼각대를 세우고, 조명을 켜고, 커튼을 조금 더 열고, 다시 닫고, 각도를 바꾸고,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정리하고,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다시 찍었다. 창밖을 보는 장면, 커피를 드는 장면, 웃는 장면, 책장을 넘기는 장면. 영상으로 보면 “자연스럽다”고 느껴질 몇 초를 만들기 위해, 그녀는 그 동작을 몇 번씩 반복했다.

카메라가 켜진 동안의 지안은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눈빛도 부드럽고, 웃음도 가볍고, 움직임도 여유로웠다.

그 화면 속 사람은 확실히 잘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자기 취향이 분명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잘 누리고, 예쁜 것들 속에서 단정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

문제는 촬영이 끝난 뒤였다.

음악이 꺼지고 조명이 꺼지고 삼각대가 벽 쪽으로 밀려나면

갑자기 집 안이 너무 조용해졌다.

방금 전까지는 분명 무언가가 가득했던 공간인데, 화면을 위한 움직임들이 멈추는 순간,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이상할 만큼 넓고 차가운 정적뿐이었다.

지안은 소파에 앉았다.

휴대폰으로 방금 찍은 영상을 대충 넘겨봤다. 나쁘지 않았다. 컷도 괜찮았고, 빛도 잘 받았고, 전체 톤도 통일감이 있었다. 편집만 잘하면 반응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좋은 영상을 얻은 것 같은데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텅 빈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은 하얗고 깨끗했고, 조용했다. 정말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편안해야 할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견디기 어려웠다.

지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집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계속 이 정갈하고 예쁜 공간 안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자기 안이 더 어질러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녁이 가까워진 시간, 지안은 밖으로 나왔다.

가을 끝무렵의 공기는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차갑다기보다 마른 느낌이었다. 골목을 따라 걸으며 그녀는 습관처럼 휴대폰을 꺼냈다가, 다시 내려다보고, 또 잠깐 주머니에 넣었다. 손이 허전해지면 화면을 켜고 싶어지고, 화면을 켜면 또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반응, 수치, 메시지, 메일, 예약 발송된 콘텐츠. 그녀의 하루는 늘 화면 안에서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골목 끝에서 노란 불빛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이 걸려 있었다.


행복을 찾는 빵집


지안은 걸음을 멈췄다.

이런 가게가 이 근처에 있었나.

분명 익숙한 길인데, 오늘 처음 본 것 같았다. 간판은 화려하지 않았고, 창문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묘하게 눈길을 끄는 가게였다. 무엇이 특별해서라기보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눈에 들어오는 그런 곳. 어쩐지 먼저 말을 걸지 않아도, 이미 오래 거기 있었던 공간처럼 보였다.

문을 열자 작은 종이 울렸다.

딸랑.

가게 안은 따뜻했다.

밖의 공기보다 아주 약간 더 따뜻했고, 그 안에는 버터와 밀가루, 설탕이 아주 은은하게 섞인 냄새가 흐르고 있었다. 그 냄새는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했다. 가까이 다가가야 겨우 알아차릴 수 있는 냄새. 그래서 더 오래 남는 냄새.

지안은 진열대를 바라봤다.

빵들은 하나같이 조금씩 달랐다. 똑같이 복제된 상품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떤 것은 더 둥글었고, 어떤 것은 조금 삐뚤었고, 어떤 것은 표면이 예상보다 더 거칠었다. 그런데 그 작은 차이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마음을 붙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멈춘 건 작은 빵 하나였다.

둥글고 단단해 보이는 빵. 가운데를 가른 틈 사이로 버터와 단팥이 겹쳐 들어 있었다. 화려하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장식도 없고, 사진으로 찍으면 엄청 예쁘게 나올 것 같은 비주얼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번 더 보게 되는 빵이었다.

카운터 뒤에서 주인이 말했다.

“앙버터예요.”

지안은 고개를 들었다.

주인은 차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드셔보시겠어요?”

지안은 거의 자동적으로 말했다.

“이거… 사진 잘 나와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그녀는 자기가 조금 우스워졌다. 그런데 주인은 웃지 않았다. 대신 잠깐 생각하듯 그 빵을 바라보고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사진보다 먼저 먹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지안은 그 말을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주인은 빵을 하나 꺼내 종이 위에 올려 주었다.

빵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지안은 손 안의 온기를 느끼면서도, 역시 습관처럼 휴대폰을 꺼냈다. 카메라를 켜고, 빵을 프레임 안에 넣고, 빛이 더 잘 드는 쪽으로 몸을 조금 틀었다. 위에서 찍어 보고, 옆으로 돌려 보고, 버터가 잘 보이는 각도로 조금 움직여 보고, 종이의 구김까지 정리했다.

찰칵.

찰칵.

한 장 더.

찰칵.

그녀는 화면을 확인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찍고 싶었다. 빛이 아주 조금 아쉽고, 손 위치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 사이 빵은 서서히 식고 있었다.

그때 카운터 쪽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 원래 따뜻할 때 맛있는데.”

지안은 고개를 들었다.

카운터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가 찻잔을 들고 있었다. 짧은 머리, 화장기 거의 없는 얼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표정. 그 여자는 지안을 보고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듯 사실 하나를 말해준 것에 가까웠다.

지안은 빵을 다시 내려다봤다.

화면 안의 빵은 여전히 예뻤다.
하지만 손 안의 빵은 조금 식어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가게 안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버터 냄새가 짙어졌다가 다시 조금 멀어졌다.

지안은 눈을 깜빡였다.


바람이 먼저 느껴졌다.

아주 가벼운 바람이었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머리카락이 크게 흐트러지지는 않을 만큼의 바람. 조금 마른 공기. 습하지 않고, 얇고, 맑은 공기.

지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빵집 안에 서 있지 않았다.

대신 좁은 골목 입구에 서 있었다.

교토였다.

그녀는 왜인지 그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풍경이 먼저 말해주는 종류의 확신이 있었다. 양쪽으로 낮은 목조 가옥들이 이어져 있었고, 창문은 크지 않았고, 처마는 길고 낮았다. 담벼락 너머로 자라는 작은 나무 가지가 바람에 아주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고, 좁은 물길 하나가 길 옆을 따라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관광지처럼 붐비지 않았다.

기념품 가게도, 큰 소리도, 북적이는 사람들도 없었다.

대신 삶이 있었다.

누군가의 집 앞에 세워 둔 자전거 한 대,
문 앞에 가지런히 놓인 화분 몇 개,
반쯤 열린 창 너머로 보이는 식탁,
그리고 어느 집 처마 끝에 매달린 작은 풍경 소리.

딸랑.

아주 작고 맑은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지안은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

정말로.

지안은 그 사실을 천천히 알아차렸다.

늘 어디서든 누군가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던 사람이, 아무도 자기를 보고 있지 않은 공간에 서 있다는 것. 그건 생각보다 낯선 감각이었다. 불안해야 할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어색할 뿐이었다. 너무 오래 거울 앞에서만 서 있었던 사람이, 갑자기 창문 없는 방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

그녀는 천천히 걸었다.

바닥은 울퉁불퉁한 돌길이 아니었다. 매끈하게 닳은 길이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이 지나가며 다져진 길. 운동화 밑창이 닿을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났다.

또각.
또각.

그 소리는 크지 않았다. 자기 귀에만 들릴 정도였다.

지안은 손에 들고 있던 앙버터를 내려다봤다.

아직도 들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찾았다. 이 풍경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 이 빛을, 이 골목을, 이 조용한 물길을. 지금까지의 습관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했다. 이런 장면은 반응이 좋다. 과하지 않고, 감성 있고, 사람들은 “교토의 무드” 같은 말을 붙여 좋아해 준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주머니까지 갔다가 멈췄다.

지안은 그대로 손을 내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꺼내지 않은 채, 다시 걸었다.

골목 끝에는 아주 좁은 물길이 있었다.

얕은 수로였다. 물은 빠르게 흐르지 않고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햇빛이 수면 위에 잘게 부서져 있었고, 그 위로 그림자 하나가 지나가면 반짝임이 잠깐 흐려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지안은 그 앞에 멈췄다.

그냥 보고 있었다.

기록하지 않았다.
구도를 맞추지 않았다.
영상을 켜지 않았다.

그저 물이 흐르는 걸 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아주 이상한 생각을 했다.

이 장면은 어디에도 남지 않겠구나.

스토리에도, 피드에도, 릴스에도.

그런데도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자기 안에 남는 장면도 있다는 걸, 그녀는 그 순간 처음으로 아주 선명하게 느꼈다. 화면 속에 남지 않아도, 어딘가에는 남는 것. 누군가가 ‘좋아요’를 누르지 않아도 없어지지 않는 시간. 내가 봤기 때문에 존재하는 풍경.

지안은 천천히 앙버터를 들었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단팥은 생각보다 덜 달았고, 버터는 생각보다 더 짰다. 두 맛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입 안에서 천천히 섞였다. 그 맛은 화려하지 않았다. 처음 입에 넣는 순간 “와” 하고 감탄할 맛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한 입 더 먹게 되는 맛이었다.

지안은 빵을 씹으면서 골목을 계속 걸었다.

어느 집 앞에서는 노부부가 서 있었다. 둘은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냥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몇 마디를 나누고 있었다. 한 여자는 창문을 닦다가 잠깐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다른 집 앞에서는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고 있었다. 자전거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갔다. 바퀴가 마른 길을 스치는 소리가 났다.

사르륵.

이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면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삶이었다.

지안은 문득 자기 삶을 떠올렸다.

빛을 먼저 보고, 각도를 먼저 보고, 화면 속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먼저 생각하는 하루들. 예쁜 컵을 들면 맛보다 구도를 먼저 보고, 좋은 장소를 가면 감정보다 먼저 저장 버튼을 생각하는 습관. 누군가는 그것도 일이라고 말해 줄 수 있었다. 실제로 그건 일이기도 했다. 그녀의 브랜드가 있고, 협찬이 있고, 수입이 있고, 그걸로 먹고사는 삶이었다.

그런데도 지안은 오늘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너무 오래 내가 보는 삶보다
보여지는 삶을 먼저 살았구나.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좁은 골목 끝에서 하늘이 조금 열려 있었다. 전선 몇 가닥이 느슨하게 지나가고 있었고, 그 사이로 늦은 오후의 옅은 빛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 하늘을 한참 바라봤다.

휴대폰은 여전히 꺼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걸로 충분했다.



다시 눈을 깜빡였을 때, 지안은 빵집 안에 서 있었다.

버터 냄새가 다시 가까이 있었다.

작은 전구들, 나무 진열대, 카운터 옆의 의자, 그리고 처음 들어왔을 때와 똑같아 보이는 고요한 공기.

카운터 뒤에서 주인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땠어요?”

지안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한 문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 조급함이 덜했다. 꼭 바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빵을 내려다봤다.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

“…조용했어요.”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뿐이었다.

설명도, 해석도, 교훈도 없었다.

지안은 그게 조금 좋다고 느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밤이 꽤 내려앉아 있었다.

거실은 여전히 정돈되어 있었고, 소파 쿠션도 흐트러져 있지 않았고, 주방 상판도 깨끗했다. 아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침과는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지안은 익숙하게 삼각대를 세웠다.

조명을 켰다.

주방 쪽으로 빛이 부드럽게 번졌다.

오늘 올릴 스토리를 하나 찍어야 할 것 같았다. 늦은 밤, 조용한 무드, 작업하는 일상, 그런 식의 짧은 기록.

그녀는 앙버터를 접시 위에 올렸다.

휴대폰을 세워 구도를 맞췄다.

화면 속의 빵은 여전히 괜찮아 보였다.

지안은 손을 뻗어 녹화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멈춤이었다.

화면 안에는 예쁜 빵이 있었고, 화면 밖에는 아직 먹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지안은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조명을 끄지는 않았다. 삼각대를 접지도 않았다. 다만 화면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아까 남겨둔 앙버터를 천천히 집어 들었다.

빵은 조금 식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맛있었다.

지안은 한 입 베어 물었다.

이번에는 사진을 찍지 않았고, 영상을 켜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반응을 상상하지도 않았다.

그냥 먹었다.

씹으면서 그녀는 창문 쪽을 바라봤다. 유리창에는 밤이 비치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도 희미하게 겹쳐 보였다. 아주 오랜만에, 화면이 아니라 유리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얼굴은 특별히 더 예뻐 보이지도, 더 초라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자기 얼굴이었다.

지안은 빵을 다 먹고 나서야 휴대폰 화면을 한 번 켰다.

알림은 여전히 와 있었다.

조회수도 조금 더 올라가 있었고, 메시지도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화면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아주 조용히 화면을 껐다.

그리고 휴대폰을 뒤집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이 멈춘 것도 아니고, 계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갑자기 자신을 잊은 것도 아니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조금 마음을 가볍게 했다.

그날 밤, 지안은 아주 오랜만에 기록하지 않은 시간을 하나 가졌다.

그리고 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걸,

잠들기 직전에야 천천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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