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는 빵집

7화. 오래 남는 불빛

by 봉봉

저녁 일곱 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지는 않았지만, 골목 위의 빛은 이미 낮의 색을 잃고 있었다. 건물 사이로 스며들던 햇빛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고, 대신 파란빛이 천천히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하루가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간 특유의 조용한 색이었다.

그때 간판 불빛이 켜졌다.

작은 형광등 불빛이 켜지며 간판 위의 글자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호 돈카츠

금색으로 새겨진 글자였다. 처음 달았을 때는 반짝였을 것이다. 지금은 조금 바래 있었지만 여전히 깨끗했다. 준호가 매일 아침 걸레로 한 번씩 닦기 때문이었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튀김기에서 기름이 끓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고 있었다.

치익.

기름이 숨을 쉬듯 한 번 크게 끓어올랐다가, 다시 잔잔해졌다. 기름 위에서 작은 거품들이 천천히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벽에 걸린 시계는 7시 1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은 원래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근처 학원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퇴근한 사람들이 저녁을 먹으러 들어오고, 배달 주문도 몰리는 시간. 가게 안 공기가 갑자기 분주해지는 시간이었다.

준호는 그것을 몸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가게 안 공기가 조금 넓게 느껴졌다.

테이블 여섯 개 중 손님은 한 테이블뿐이었다.

창가 쪽에 앉은 남자 둘이 말없이 돈까스를 먹고 있었다.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에 닿는 소리가 조용하게 들렸다.

슥.

슥.

그 소리는 가게 안에서 이상하리만큼 또렷하게 들렸다.

준호는 튀김기 앞에 서 있었다.

앞치마에는 밀가루 가루가 조금 묻어 있었고, 손에는 집게가 들려 있었다. 그는 돈까스 한 장을 기름 속에 넣었다.

치이익.

기름이 크게 튀었다.

튀김옷이 기름 속에서 천천히 부풀어 올랐다. 노릇한 색이 조금씩 진해졌다. 기름 위로 올라오는 거품이 고기 주변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준호는 그 장면을 잠깐 바라봤다.

이 소리는 7년 동안 거의 매일 들어온 소리였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이 소리가 좋았다.

기름이 끓는 소리.

돈까스가 튀겨지는 소리.

그 소리는 장사가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 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뒤에서 선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준호는 고개를 돌렸다.

선영이 계산대 뒤에 서 있었다.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배달 어플 화면이었다.

선영이 말했다.

“오늘 배달… 세 개야.”

준호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돈까스를 뒤집었다.

치익.

튀김옷이 조금 더 부풀어 올랐다.

선영이 말을 이었다.

“저녁 피크인데…”

말은 거기서 멈췄다.

둘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 피크인데.

밤 열 시가 되었을 때 가게 문을 닫았다.

선영은 의자를 하나씩 들어 올려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의자가 테이블 위에 닿을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났다. 준호는 튀김기 기름을 정리하고 있었다.

기름 냄새가 가게 안에 천천히 퍼져 있었다.

하루 동안 쌓인 열기와 기름 냄새가 가게 공기 속에 묻어 있었다.

선영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탁.

탁.

탁.

그 소리가 가게 안에서 작게 울렸다.

선영이 말했다.

“…여보.”

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선영은 계산기 화면을 한 번 더 바라보더니 말했다.

“오늘… 28만이야.”

그 숫자는 크게 들리지 않았지만

가게 안 공기 속에서 오래 남았다.

재료값.

배달 수수료.

카드 수수료.

남는 돈이 얼마인지 준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선영이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우리 괜찮을까.”

그 말은 아주 조용했다.

하지만 준호의 마음 안에서는 크게 울렸다.

그 말은 돈 이야기 같았지만

사실은 삶 이야기였다.

선영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 숙제를 봐줘야 했다.


준호는 가게 불을 끄지 않은 채 잠깐 밖으로 나왔다.

밤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그때 골목 끝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보였다.

노란 불빛이었다.

간판 하나가 걸려 있었다.


행복을 찾는 빵집


준호는 잠깐 서 있었다.

이 골목에 이런 가게가 있었던가.

7년 동안 거의 매일 이 길을 걸었는데.

그는 천천히 걸어갔다.

문을 열자 작은 종이 울렸다.

딸랑.

가게 안 공기는 따뜻했다.

버터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나무 진열대 위에 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중에서 준호의 시선이 멈춘 빵이 있었다.

작고 둥그스름한 타원모양의 빵.

노릇하게 구워져 있었고 위에는 소금이 조금 뿌려져 있었다.

“소금빵이에요.”

카운터 뒤에서 주인이 말했다.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주인이 빵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겉은 단순한데 안에는 버터가 가득하죠.”

준호는 빵을 받아 들었다.

따뜻했다.

소금빵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였다.

겉은 바삭했고, 안에서는 따뜻한 버터가 천천히 녹아 나오고 있었다. 짭짤한 소금 맛과 부드러운 버터 향이 입 안에서 천천히 퍼졌다. 단순한 맛이었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는 맛이었다.

준호는 잠깐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아까까지 맡고 있던 버터 냄새가 조금씩 희미해지고, 대신 기름 냄새가 아주 은은하게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 익숙한 냄새였다.

돈까스 기름 냄새.

준호는 눈을 떴다.

그는 더 이상 빵집 안에 서 있지 않았다.

대신 작은 식당 안에 서 있었다.

천장은 낮았고, 오래된 나무 들보가 가로로 지나가고 있었다. 벽에는 누렇게 바랜 메뉴판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에는 오래된 사진 몇 장이 액자에 담겨 있었다. 사진 속에는 젊은 시절의 남자가 돈까스를 들고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지금 카운터 안에 서 있는 노인이었다.

가게 안은 작았다.

테이블은 두 개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카운터 자리였다. 카운터 의자는 다섯 개. 나무가 닳아 반질반질해진 의자였다.

가게 안에는 세 명의 손님이 앉아 있었다.

한 명은 조용히 신문을 읽고 있었고, 한 명은 맥주를 조금씩 마시고 있었으며, 다른 한 명은 막 나온 돈까스를 천천히 썰어 먹고 있었다.

그리고 카운터 안쪽.

튀김기 앞에 노인이 서 있었다.

흰 머리였다.

등이 조금 굽어 있었지만 움직임은 느리지 않았다. 오히려 정확했다.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해온 사람 특유의 움직임이었다.

노인은 집게를 들고 돈까스 한 장을 기름 속에 넣었다.

치이익—

기름이 크게 끓었다.

준호는 그 소리를 듣고 잠깐 멈췄다.

그 소리는 너무 익숙했다.

매일 듣는 소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들렸다.

노인은 돈까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급하게 뒤집지 않았다. 기름 위로 올라오는 거품을 천천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집게로 고기를 살짝 눌렀다.

치익.

튀김옷이 조금 더 부풀어 올랐다.

그때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준호를 봤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어서 오세요.”

일본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준호는 그 말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준호는 잠깐 가게 안을 둘러봤다.

노인이 물었다.

“처음 오셨죠.”

준호는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웃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집게로 돈까스를 뒤집었다.

치익.

기름이 다시 크게 끓었다.

노인이 말했다.

“처음 오는 사람도 가끔 있습니다.”

그 말은 이상하지 않았다.

마치 이 가게에서는 늘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들렸다.

노인은 잠시 후 돈까스를 건져 올렸다.

튀김망 위에서 기름이 천천히 떨어졌다.

툭.

툭.

노인은 돈까스를 도마 위에 올렸다.

그리고 칼을 들었다.

바삭.

칼이 튀김옷을 지나갈 때 가벼운 소리가 났다.

노인은 접시에 돈까스를 담았다.

그리고 카운터 위에 내려놓았다.

“드세요.”

준호는 잠깐 당황했다.

“저… 주문 안 했는데요.”

노인은 웃었다.

“돈카츠 가게에 왔는데 돈카츠는 먹어야죠.”

준호는 잠깐 웃었다.

그리고 카운터에 앉았다.

노인은 물을 한 잔 내밀었다.

준호는 돈까스를 한 조각 잘랐다.

튀김옷이 가볍게 부서졌다.

그 소리가 아주 좋았다.

준호는 그 조각을 입에 넣었다.

고기는 부드러웠다.

튀김은 바삭했다.

기름은 무겁지 않았다.

준호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노인이 물었다.

“돈카츠 좋아하세요.”

준호는 웃었다.

“…가게 합니다.”

노인의 눈이 조금 밝아졌다.

“아.”

잠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손이 그렇군요.”

준호가 물었다.

“어떤 손이요.”

노인이 말했다.

“튀김 하는 손.”

준호는 잠깐 웃었다.

잠시 후 준호는 가게 안을 다시 한 번 둘러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손님이 많지는 않네요.”

노인은 웃었다.

그 웃음은 이상하게 편안했다.

노인이 말했다.

“많을 필요 있나요.”

그리고 튀김기를 바라봤다.

기름이 조용히 끓고 있었다.

노인이 천천히 말했다.

“내 돈카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루에 열 명만 와도.”

잠깐 멈췄다.

그리고 덧붙였다.

“가게는 계속할 수 있습니다.”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인은 집게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장사는요.”

잠깐 생각하듯 멈췄다.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오래 하는 겁니다.”

가게 안에는 잠깐 조용함이 흘렀다.

튀김기 기름이 조용히 끓고 있었다.

치익.

그 소리는 준호에게 어디선가 오래 들어온 소리처럼

익숙하게 들렸다.



준호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꽤 깊어 있었다.

골목은 이미 조용했다. 낮에는 아이들 소리와 차 소리로 분주했던 길이었지만, 지금은 가로등 불빛만이 길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는 작은 벌레 몇 마리가 빛 주변을 천천히 맴돌고 있었다.

준호는 잠깐 서 있었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문을 열기 전에 잠깐 숨을 고르고 싶었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 그 일본 가게의 공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낡은 나무 카운터.

기름이 천천히 끓던 소리.

그리고 노인이 했던 말.

“장사는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오래 하는 겁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계속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준호는 문을 열었다.

현관 불빛이 켜져 있었다.

집 안에서는 TV 소리가 작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소파 위에 엎드린 채 숙제를 하고 있었다. 연필이 종이 위를 긁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아빠 왔어?”

첫째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준호는 신발을 벗으며 대답했다.

“응.”

그 말은 짧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소리였다.

주방 쪽에서는 선영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물소리가 들렸다.

철그릇이 서로 닿는 작은 소리도 들렸다.

선영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준호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빵집.”

선영이 잠깐 멈췄다.

“빵집?”

그리고 웃었다.

“이 시간에?”

준호도 따라 웃었다.

“그러게.”

그는 식탁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집 안 공기는 따뜻했다.

가게에서 맡던 기름 냄새 대신 집 냄새가 있었다.

밥 냄새.

아이들 샴푸 냄새.

그리고 사람이 사는 냄새.

아이 하나가 숙제를 하다가 물었다.

“아빠.”

“왜.”

“내일 돈까스 먹어도 돼?”

준호는 웃었다.

“맨날 먹잖아.”

아이도 웃었다.

“그래도.”

준호는 아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손에 연필 가루가 묻어 있었다.

선영이 물을 잠그고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나왔다.

그리고 식탁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오늘 가게 어땠어.”

준호는 잠깐 생각했다.

오늘 하루가 머릿속에서 천천히 지나갔다.

조용했던 저녁.

28만 원 매출.

그리고 그 돈카츠 가게.

준호는 말했다.

“…괜찮았어.”

선영이 웃었다.

“그럼 됐네.”

잠깐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은 아까 가게에서 느꼈던 침묵과는 달랐다.

여기서는 그 침묵이 편안했다.

준호는 선영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선영아.”

“응?”

준호는 잠깐 말을 고르다가 천천히 말했다.

“…우리 가게.”

선영이 고개를 들었다.

준호가 말을 이었다.

“오래 하자.”

선영은 잠깐 준호를 바라봤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한 것 같았다.

그리고 천천히 웃었다.

“그래.”

그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말이 들어 있었다.

괜찮다는 말.

버텨보자는 말.

함께 하자는 말.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연필이 다시 종이 위를 긁기 시작했다.

TV에서는 누군가 웃고 있었다.

준호는 그 장면을 잠깐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아까 일본 가게의 불빛을 떠올렸다.

오래된 가게.

조용한 튀김기 소리.

노인의 손.

그리고 그 말.

“오래 하는 겁니다.”

준호는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오래 하자.

많이 하지 않아도.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그래도 오래.

그날 밤 준호의 마음속에는 작은 불빛 하나가 조용히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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