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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쓰는 인생: 상하이의 끝, 프랑스의 시작

오늘이 있는 삶

by 글쓰는 디자이너

상하이에서 15년을 살았다. 마지막 1년은 고통스러운 해였다. 상하이를 늘 애정했던 나인데, 그 안에 살고 있음이 답답했고, 나의 인생이 어디로 흐를지 감이 오지 않았기에 답답함이 극에 달했다. 미래는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인데, 남편의 직장 상태에 따라서 변해야 하는 나의 상황이 싫었다. 상하이가 답답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상황이 답답했으리라.


어찌어찌 상하이를 떠나고 한국에서 6개월을 머물고 결국엔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2주간은 내가 정말로 프랑스에 있는 것인지,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재회했음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 나의 미래였는데, 고민은 했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

이제 프랑스에서 그 답을 만들어 내야 한다.

언어도 새로 배우고, 사람들도 새로 사귀고, 내가 일할 수 있는 회사도 찾아야 한다. 할 일은 태산이지만, 이것도 하나씩 하다 보면 되겠지.


이 뜨거운 태양 아래, 오늘을 살기로 했다.

미래와 과거는 지나갔고 아직 오지 않았다. 너무 많은 질문과 걱정으로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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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살고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불어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면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가 가야 할 곳에 나는 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생은 이렇게 단수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해를 즐기고, 지금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충실한 하루를 사는 것.


그 단순한 삶을 프랑스에서 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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