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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오레 한 잔, 그리고 프랑스에서의 나

시장이라는 공간이 나와 프랑스를 이어주는 고리 같다.

by 글쓰는 디자이너

프랑스는 뭐든 비싸다. 배송비도 마찬가지라 인터넷 주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식자재는 슈퍼에서 일주일치 고기와 채소를 산다. 중간에 재료가 모자라면, 없는 대로 요리를 한다. 냉장고에 오래 묵히는 건 치즈 하나뿐. 일부러 조금 적게 사서, 그 주 안에 다 먹어버리는 게 우리 스타일이다.


우리 동네에는 월요일마다 시장이 열린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빵을 파는 트럭에는 바게트, 깡파뉴, 크루아상, 이 지역 명물 케이크 ‘꺄또 보통’, 그리고 요즘 한국에서 인기인 퀴나멍도 보인다. 다 맛보고 싶지만, 결국 사는 건 바게트 하나. 칼로리를 생각하면 디저트는 아직은 엄두가 안 난다.


직접 키운 채소를 파는 부스도 있다. 못난이 채소들이 많다. 그런데 왜일까, 그런 채소들이 더 건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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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장바구니조차 예쁘다. 나도 하나 장만하고 싶어 구경했는데, 예쁜 건 대부분 40유로 이상.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떠올라서 아직은 참는 중이다.


시장엔 참 다양한 트럭들이 있다. 줄무늬 티셔츠만 파는 옷 트럭, 전기구이 통닭과 감자구이를 파는 트럭, 수제 치즈 트럭, 아이들 장난감 트럭, 그리고 대왕 파스타 트럭까지.

야채는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고를 수 있어서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


단점이라면, 알게 모르게 지출이 많다는 것. 그래도 사람들 구경하고, 물건을 직접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시장에서의 마지막 코스는 모닝 커피. 1주일 만에 마시는 카페라떼, 아니, 프랑스어로는 카페오레!

사실, 이 커피 한 잔이 시장에 오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또 다른 맛. 사람들 속에서 마시는 커피는,

‘아, 나 진짜 프랑스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요즘은 집에서 남편,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정말 소중하다.
이곳에 익숙해지고, 말도 더 잘하게 되면… 나도 다시 일할 수 있겠지.

그런 작은 희망을 안고, 나는 오늘도 시장에 간다.


시장이라는 공간이 나와 프랑스를 이어주는 고리 같다.
그래서 매주 이곳에 오는 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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