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도서관으로

기억속의 첫 도서관과 가장 최근 방문한 도서관이야기

by 시과장

결혼 후 오게된 피츠버그에서 좋아하게 된 곳을 꼽으라면 (그리고 혼자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카네기 도서관 메인지점일 것이다. 서점과 도서관 그리고 카페는 항상 궁금하고 또 가보고 싶은 장소인데, 지나가며 보던 멋있는 건물이 도서관이라는 걸 알게 된 후 망설임없이 방문한 카네기 도서관 메인지점에서 정말 멋진 인테리어와 많은 책들을 보며 피츠버그라는 도시가 더 좋아졌다. 그만큼 도서관은 서점과 카페와 함께 낯선 장소에 대한 나의 호감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오늘 방문해서 글을 쓰고 있는 곳은 Sewickley라는 마을에 위치한 Sewickely Main Library다. Sewickely라는 마을은 올해 6월 집에서 굴러다니며 무료하게 지내던 나를 불쌍히 여긴 남편이 아이스크림 먹고 오자며 함께 온, 집에서 자동차로 30분정도 떨어진 마을인데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작은 독일 마을 같아 단번에 마음에 든 마을이다. 어제 이 마을로 브런치를 먹기 위해 왔다가 산책하던 중 도서관을 발견하고 들어왔는데 반달모양의 창문이 있고 큰 창문 너머로 작은 정원까지 있는 이 도서관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다음에 꼭 일거리를 들고 오자고 남편에게 얘기하고, 바로 다음날인 오늘 이렇게 오게 되었다.

정원이 보이는 창가 옆에 있는 큰 책상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나는 비치된 잡지를, 남편은 논문을 읽다가 일에 집중하게 된 남편을 두고 혼자 도서관을 둘러보았는데 역시나 읽고 싶은 책들이 한 가득이라 집에서 가까우면 매일 오겠네하며 괜시리 꺼내서 내용을 들여다보고 다시 꽂아놓으며 시간을 보냈다. 2층에 올라가보니 햇빛이 밝게 비취는 어린이 도서관이 있어 더 반가웠고 내가 기억하는 첫 도서관인 양천도서관의 어린이 도서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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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도서관은 아마 초등학생이던 시절 현장학습으로 처음 방문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어린이 도서관이 양천도서관 1층에 있었는데 재미있는 동화책도 많았고, 그 당시 친구집에서 조금씩 빌려보던 '데굴데굴 세계여행' 전집이 꽂혀있어 도서관카드를 만들고 대여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초등학생이었지만) 조별 발표 과제가 있던 날, 친구와 도서관에서 백과사전을 보며 열심히 자료를 찾아내어 그 당시 발표 수단이던 OHP필름에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쓰던 기억도 난다(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궁금하거나 새로 배워야할 내용이 있으면 관련된 책이 있는지 검색 먼저 해보는 것이 바로 이때 생성된 습관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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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국에 있는 Sewickely 도서관에서 한국에 있는 양천도서관을 떠올렸을때 이상하게도 서로를 비교한다던가 어느 한쪽이 더 좋네라고 생각을 하게 되지 않는 점이 새삼 신기했다. 또 두 도서관뿐 아니라 그동안 방문한 도서관들을 떠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그것은 도서관에 높은 서가에서 나는 익숙한 책냄새, 누군가가 대여하고 읽고 반납한 책들이 주는 세월의 흔적, 그리고 (어떤 풍경을 보여 주든) 창문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언제나 최고의 장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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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책을 빌려보지 않아도, 그리고 빌린 책을 완독하지 못한채 반납할 때도 나에게 도서관은 언제나 친숙하고 정감가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처음 도서관에 발 딛었을때부터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도서관만큼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의미있고 따뜻한 장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