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는 말이 검색을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부모가 검색창에 입력하는 것은 대개 어떤 특정 병명이 많은데요,
하지만 그 병명 앞에는
거의 항상 ‘혹시’가 붙어 있습니다.
“혹시 뇌 문제는 아닐까”
“혹시 발달장애 신호는 아닐까”
“혹시 지금 이 시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자폐증이 아닐까"
"ADHD 가 아닐까"
"뇌전증이 아닐까"
"영아연축이 아닐까"
‘혹시’라는 말은 가능성을 묻는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확신을 얻고 싶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부모는 답을 찾기 위해 검색을 시작하지만,
인터넷은 답 대신 끝없는 갈림길을 보여줍니다.
가능성은 많아지고, 어느 순간 맥락은 사라지게 되고,
걱정은 스나미 같이 몰려듭니다.
검색 결과의 대부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럴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초기에는 구분이 어렵다.”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이 문장들은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부모에게는
가장 견디기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든 검색결과들이 우리아이에게 해당되는 듯 합니다.
왜냐하면 ‘혹시’라는 말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모든 아픔이 모두 부모의 탓인 것 같습니다.
부모는 그런 존재입니다.
특히, 일반적으로는 어머니의 죄책감과 책임이 더 큽니다.
아이는 어머니의 몸에서 분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검색을 하며 점점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 가능성을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건 나의 책임이 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검색은 멈추지 않습니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시작했지만,
검색은 불안을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짐으로 바꿔놓습니다.
그리고, 곧 두려워집니다.
일종의 '의대생 증후군' 과도 비슷합니다.
의대생 증후군은
'공부하는 질병의 증상을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것처럼 느껴 불안해하는 현상' 으로
일종의 건강염려증의 일종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의대공부를 하면서 두려웠던 적이 많았었고,
심지어는...수많은 고민 끝에 대학병원에 진료까지 본적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재미있었던 추억이었습니다.
그것은 모두,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정보가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아신경과 진료실에서 부모님을 만나면,
저는 이미 부모님들께서 검색을 멈출 수 없는 상태로 오셨다는 걸 압니다.
밤을 새셨는지, 다들 눈이 쾡하고,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온가족이 다옵니다.
그리고 그건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여유를 갖고 아이를 잘 살피며
부모님이 습득한 정보들을 정리를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적절한 검사를 통해 확신을 주어야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검사를 하면 완전히 안심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