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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lle Nov 10. 2024

Kudos...칭찬받을 자격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34

Kudos: 명예, 칭찬, 찬사

Kudos to: 경의를 표하다. 찬사를 보내다. 잘했어!


다소 생소해 보이는 이 단어는 영문 기사나 채팅, 일상회화에서 제법 자주 등장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관한 아래 기사 제목처럼 '경의를 표한다'는 공적인 찬사로도 쓰이고, 보다 친근한 표현인 'well done'이나 'good job'과 동의어로도 흔히 쓰인다. 참고로 이 단어는 복수형처럼 보이지만 불가산 명사다.



-Kudos to you! (잘했어! 훌륭해!)


-More kudos must go to her for her superb performance. (그의 멋진 연기는 더 칭찬을 받아야 해.)


-He has earned kudos for responding so quickly to customer' concerns. (그는 고객의 불만에 신속히 응대해서 칭찬을 받았다.)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kudos의 본뜻'명성'과 '명예'다. 그래서인지 이 단어가 무거워 보이는 이유는 단지 발음 때문만은 아닌가 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명예와 수치, 그리고 회복에 이르는 그리스 영웅 아킬레스의 장대한 여정을 그린다. 1권에서 그리스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은 아킬레스가 받아야 할 전리품인 브리세이스를 빼앗아 아킬레스에게 공개적인 모욕을 준다. 명예가 더럽혀진 아킬레스는 이후 트로이와의 전쟁을 거부하고 배에 틀어박힌다. 그가 전장에서 물러난 후 트로이 군은 해안가 방벽까지 그리스 군을 몰아붙이고, 위기에 처한 아가멤논은 브리세이스를 돌려주고 아킬레스에게 명예롭게 전투에 임해줄 것을 한다. 그러나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의 '쿠도스'는 이미 더럽혀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할 것이 있다. 혹자는 트로이 전쟁이 헬렌이라는 여인 하나 때문에 벌어졌다고 한다. 그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메넬라우스는 아내를 빼앗겼고 그것은 아내뿐 아니라 그의 명예를 빼앗긴 것이다. 그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히어로 코드(hero code)에 따라 온 그리스의 영웅들이 그의 명예 회복에 나선 것이 트로이 전쟁이다. 이를 배경으로 하는 <일리아드> 역시 명예의 상실과 회복이 그 핵심이다.



아킬레스의 절친인 파트로클로스는 전멸의 위기에 내몰린 그리스 군을 구하기 위해 아킬레스의 갑옷을 입고 대신 싸움터로 나간다. 그러나 그는 배들을 방어하는 전투만 하라는 아킬레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격하다가 트로이의 맹장인 헥토르에게 죽음을 당한다. 생명과도 같은 벗을 잃은 아킬레스는 불타는 복수심으로 전장으로 돌아온다. 어머니 테티스 여신은 헥토르를 죽이면 그도 곧 죽을 거라는 예언을 하지만, 길고 평온한 무명의 인생보다는 짧고 명예로운 삶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명예로운 복수를 선택한 그는 헥토르를 죽인 후 그를 전차에 매달고 9일 동안 트로이 성벽을 돈다. 복수심에 불탄 아킬레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능욕하고 사자의 신성한 권리인 장례를 거부함으로써 자신과 트로이 영웅의 명예를 훼손했다. 신들은 그에게 분노했다. 결국 트로이의 왕 프리암이 목숨을 걸고 그를 찾아와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며 자비를 구하자, 아킬레스는 비로소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헥토르의 시신을 내준다. "신들은 슬픔을 모르면서, 인간들에게는 슬픔을 지고 살아가라는 운명을 내렸다"라는 고백어린 위로와 함께...


'Kudos'와 짝을 이루는 그리스 단어는 'aidos'인데 '수치심, 불명예, 겸손' 등을 뜻한다. <일리아드>는 kudos와 aidos의 치열한 투쟁을 기록한다. 아킬레스, 파트로클로스, 아가멤논은 명예와 불명예가 뒤엉킨 모순덩어리 인간들이었다. 아가멤논은 동생 메넬라오스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원정에 앞장섰지만 아킬레스의 명예를 빼앗았고, 또 다른 전리품 카산드라를 앞세워 금의환향한 날 아내 클뤼템네스트라에게 살해당했다. 파트로클로스는 친구와 그리스 군의 명에를 위해 용감하게 싸움터로 뛰어들었지만 분수를 넘은 무모한 진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아킬레스는 전리품을 빼앗겨 수치를 당했으나 신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원수를 갚는 영예로운, 죽음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신들의 분노를 일으킨 그는 파리스의 화살을 뒤꿈치에 맞고 전쟁의 끝을 보지 못하고 전사한다. 영웅들의 이러한 인간적인 한계, 쿠도스의 불완전함을 학자들은 '비극적 결함(tragic fallacy)' 혹은 영웅의 '오만함(hubris)'으로 정의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영웅 서사에 kudos를 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적어도 이들은 자신의 이름과 명예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자 aidos와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배신과 자기 합리화가 없다. 자신의 이해관계나 얄팍한 정치공학에 따라 조삼모사 언행이 바뀌는 카멜레온들이 득세하는 이 세상에서, 명예의 가치가 실종된 이 세상에서, 나는 이런 닥돌 영웅들이 그립다.


내가 정의하고픈 'kudos to'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그의 명예에 합당한 칭찬



그래서일까. Kudos는 내게 너무 무거운 단어다. 알고는 있되 쓰기는 부담스러운... 굳이 이 단어를 써서 남을 칭찬하기도, 내가 받기에도 그저 부끄러운... 올림푸스의 정상에 서있는 영웅의 언어일 뿐이다.




P.S. 최근 악동 유투버 소말리를 응징(?)한 한국인들에게 이런 댓글이 달렸다: "Kudos to Korean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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