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버리면 하나를 얻는 법이지

12월을 보내고 2022년을 얻는 것처럼

by 일삼삼팔


이 브런치는 내게 두 번째 브런치이다. 첫 번째에 도전했던 브런치는 나의 어두운 일기장 같았다. 불안한 감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택한 쓰레기통이자 털어버리면 조금은 후련한 대나무 숲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글들은 감정적이고 끝이 없으며 자조적이고 실체가 없었다. 물론 지금의 글들 역시 뚜렷한 방향이 있는 것은 아니나 그때와 비교하자면 그래도 꽤 밋밋해졌다.


그게 난 아쉬우면서도 후련했다. 아, 드디어 내가! 이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한발 나왔구나! 이렇게 다 버리면 편한 것을 왜 그렇게 죽지 못해 붙잡고 있었는지, 왜 그 우울의 바다 깊숙한 곳에서 나오지 않고 쭈그리고 있었는지 내 시간, 내 감정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글을 읽어주던 그 많은 사람들을 외면한 채 공중으로 흩어진 것이 미안하면서도 아쉬웠다. 혼자만 쓰고 읽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욕심부리지 않겠다 생각해도 누군가 나를 읽어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우면서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필요에 의해,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쏟아낸 말을 누군가 읽고 공감해주었다는 것에 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고 느끼며 힘을 얻기도 했다.

사실, 브런치를 지우기 전 그 글들을 죄 저장해두어도 되었을 텐데 그 당시의 나는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과거에 내가 흘려보낸 시간이 마음이 정성이 노력이 진심이, 썩어 곰팡이로 뒤덮인 음식물 쓰레기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한심해, 짜증 나, 화나,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만 남았을 뿐이었다. 턱턱 막히는 숨을 참아가며 버텨온 나의 시간이 안쓰럽고 슬퍼서 다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버렸다.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나의 첫 브런치.


메인에 소개된 글의 사진이 엄마의 사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엄마를 보았다고 신나서 자랑하던 그 글들을 미련 없이 삭제했다. 이제는 기억 속에 어렴풋이만 남아있는 글들이지만 기분 좋은 글은 몇 개 없었지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르락내리락 널을 뛰며 살던 나는 점점 중간을 지키며 오르내리는 삶을 살게 되었고, 기쁘면 너무 신이나 방방 뛰고 슬프면 가슴을 치며 울던 나는 점점 기쁘면 미소를 싱긋 짓고 슬프면 가만히 앉아 허공을 보게 되었다. 극적이던 나는 밋밋하게 돌아섰다. 이런 감정선이 살아가는 데에는 훨씬 편하더랬다. 행복해도 마음이 울렁울렁이며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을 뿐이고, 슬퍼도 온 지구가 나만 내리꽂으며 짓밟고 또 밟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뿐이다. 뭐가 좋은 건지 판단할 수 없지만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인에게 후회와 슬픔, 고뇌는 글을 쓰는 원동력이자 숙명이라는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자꾸 걸린다. 슬플 때도 쓸 수 있고 기쁠 때도 쓸 수 있어야 진정한 글쟁이라는 말도 걸린다. 슬플 때는 고민하지 않아도 술술 털리던 마음이 밋밋할 때는 끄집고 끄집어 내려해도 미사여구 가득한 난잡한 글이 되어버려서 자꾸 맘에 걸린다. 쓰고 싶을 때만 쓰자는 생각으로 불안한 글들을 애써 위로하고 있는 나는 과연 언제나 글을 통해 나를, 남들을 위로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