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었다. 비가 오는 날 태어난 것도 아닌데 전생에 비와 얽힌 무엇이라도 있나. 비가 콸콸 쏟아지는 날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체감이 될 정도로 무언가 응어리져있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 싸하니 들고, 무거웠던 마음이 한두줌 쯤은 내려놓아진 느낌도 들었다.
정말 무엇이라도 있었나. 전생의 나는 대체 어디에서 어떤 일을 겪었기에 비만 내리면 이렇게 홀가분해지는 걸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몸이라도 내던져 자유를 찾았던 것인지, 길가에 가만히 누워 비를 맞으며 어떠한 큰 결심을 했던 것인지, 홀로 혹은 함께 빗속으로 사라졌던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다음 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이전 생의 내가 느꼈던 감정이 공유된다는 것. 비가 오는 날을 유독 좋아하는 게 그저 내가 이렇게 태어나서가 아님을 무엇으로나마 느끼고 있다. 그때의 내가 느꼈던 자유가 아주 조금이나마 지금의 나에게 비를 통해 전달된다는 것. 그래서 빗방울이 그저 빗방울이 아니라는 것.
나에게는 이 빗방울이 그냥 빗방울이 아니라는 게 애타도록 좋다. 하루 종일이라도 가만히 앉아 가만히 서서 들을 수 있는 비의 소리. 그 자유로운 소리가, 그 자유로운 향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