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다.
마음속에 품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도 꽤 사서 읽어보곤 했다.
작년인지 올해인지 모르지만 필사와 관련된 책을 샀다.
몇 장을 넘기지 않아 나를 사로잡은 글을 만났다.
『토지』의 한 페이지를 옮겨 놓은 박경리 선생님의 글이었다.
의성어가 적적히 쓰여 표현된 글이 공간을 그려내고 그 공간에 흐르는 공기까지 맡아지는 듯했다.
어쩜 이토록 절묘한 표현들로 눈으로 읽혀 머리로 그려지는 글을 쓸 수 있지를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하동을 향해 난 황톳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짧은 글을 통해 독자를 글 속으로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대단했다.
'정녕 대작가시다' 하는 찬사와 섬세하고도 명료한 문체에 매료되어, 그 페이지를 읽고 또 읽고 필사를 했었다.
나의 글에도 섬세하게 표현된 공간이 놓이고, 그 공간에 드리운 향도 맡을 수 있는 어휘로 수 놓이길 바란다.
내가 초등학교 5~6학년 무렵에 읽은 동화인데 지금도 잊히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사십 년을 지나도 선명히 기억난다.
시골 마을에 사는 착하고 어린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가 들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좋아하는 뱀이 있었다.
뱀은 좋아하는 소녀와 놀고 싶었지만, 소녀는 뱀을 보면 자지러지게 놀라 도망을 쳤다.
그러던 어느 날, 풀숲에서 잠이 든 뱀을 누군가 밟았고 너무도 놀란 뱀은 밟은 발을 깨물었다.
밟힌 뱀도 놀라고 밟은 사람도 놀라 서로 멀리 도망을 쳤다.
그러다 나중에서야 뱀은 알게 되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그 소녀를 물었다는 것을.
그때부터 뱀은 소녀를 아프게 한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소녀의 발을 깨문 자기를 원망하며, 소녀가 하루속히 회복되어 다시 들로 나와 뛰어놀기를 빌었다.
사실 동화의 결말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짧은 동화를 통해 나는 역지사지(물론 그땐 역지사지를 몰랐다)를 알게 되었다.
뱀의 입장이 되어 본 것이다.
뱀도 우리처럼 태어난 그 모습으로 자기 삶을 살고 있는 것인데 징그럽다 무섭다 하는 내가 미안해졌다.
짧은 동화였지만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깨우쳐 줬다.
고백하지만 여전히 뱀이나 지네, 지렁이 등을 보고 놀란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저 이야기를 상기시키며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려 애쓴다.
오래도록 내게 긴 여운으로 남은 이야기다.
나의 글을 읽는 독자가 글 속으로 들어와 나의 생각에 공감하여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끼기를 바란다.
그런 이야기들이 긴 여운으로 남아 오래도록 책장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