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기(29)

4월 1일(금) 몸에 비싼 음식을 넣어주었습니다

by 조작가Join

몸에 비싼 음식을 넣어주었습니다


코로나에 확진된 날로부터 2주가 지난날입니다. 집 안에서는 마스크도 벗고 생활하고 조금 자유롭게 지냈습니다. 기침도 줄고, 몸 상태도 조금씩 회복하는 듯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후유증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보양을 위해서 낙지를 사자고 했는데, 오늘 수산시장에 가려고 합니다.


“어머니, 오늘 수산시장 가시죠!!”

“왜? 낙지 사게?”

“네, 보양을 제대로 해야죠!!”


아침 산책을 마치고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 수산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금요일 도로는 역시 조금 막힙니다. 중간에 사고차량이 있어서 예상보다 10분 정도 지체됐습니다. 대구의 운전은 무질서하기로 유명한데, 방향지시등 흔히 말하는 깜빡이를 정말 깜박깜박 까먹고 켜지 않습니다. 그리고 운전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난폭 운전, 다른 하나는 거북이 운전입니다. 후자는 전자와 비교하면 그 수가 적은데, 대체로 여성 운전자와 고령 운전자들입니다. 종종 앞에 있는 차가 잘 달리지 못하면 운전자가 누구일지 예측해보는 데, 거의 90% 이상은 맞출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요즘에는 크랙션 소리가 줄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


수산시장에 도착해서 구석까지 들어갑니다.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격이 조금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시장 초입의 상가들은 접근하기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가격이 조금 더 비쌌습니다. 상품이 거의 같아 보였기에 굳이 비싼 상품을 살 필요가 없었죠. 낙지도 가게마다 가격이 달랐는데, 2마리 만원부터 4마리 만원까지 있었습니다. 물론, 크기 차이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산시장이었기에 대체로 상태가 좋아서 저렴한 낙지를 선택하고, 모처럼 회를 샀습니다. 이미 코로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먹어 치운 육류만 해도 치킨, 돼지갈비, 삼겹살 등 다양하고 이제 낙지까지 먹게 됐습니다. 이제 남은 음식은 소고기입니다. 우연히 차를 타고 다니다가 한우 도가니탕을 크게 써 붙여놓은 식당을 발견했는데, 오늘 점심은 도가니탕으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어머니께서도 좋은 음식으로 보양을 하셔야 했고요. 30분 정도 운전해서 식당에 점심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도가니탕과 함께 물 육회를 따로 시켰습니다. 종종 우리 딸들이


“아빠는 어떤 음식이 제일 좋아요?”


라고 물어보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빠는 새로운 음식을 가장 좋아해!”


그래서 처음 보는 물 육회를 시켰습니다. 음식이 나오고 맛을 보니 참 좋았습니다. 육회는 얼음과 함께 버무려 있었으니 차가웠고, 도가니탕은 당연히 뜨거웠습니다. 극과 극을 입 안에 넣는 것인데, 이에 무리가 가네요. 뜨거운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차가운 음식이 들어가니 치아가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맛을 느끼는 부위는 혀니까, 그리고 몸에 좋을 거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먹었습니다. 맛도 있었고요. 어머니께서도 한우 도가니탕을 오랜만에 드신다고 하시면서 한 그릇 다 비우셨습니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니 몸에 열이 나고 땀이 흐릅니다. 셀프바에 있는 케이크 몇 조각을 후식으로 먹었는데, 맛이 생각보다 좋습니다.


“음식의 퀄리티가 있네요.”


라고 말하면서 케이크를 어머니께 권했습니다.


“맛있구나.”


어머니께서도 동의하셨습니다. 이제 집에 가서 저녁으로 회를 먹으면 됩니다. 계속 먹어도 뭔가를 계속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뇌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기사를 훑어보니, 좋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의도적으로 챙겨 먹기도 했지만 정도가 좀 심한 듯합니다. 언제까지 머릿속에는 음식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을지 …

좋은 음식을 먹고 집에 왔는데, 몸은 지쳤습니다. 어쩔 수 없이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먹고, 눕고, 또 먹고….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마음은 뭔가를 계속하고 싶은데, 몸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그래도 잠시 쉬고 동네 카페에 나가서 글을 쓰고 독서도 했습니다. 한 2시간 열심히 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누워 쉬다가, 큰 딸이 돌아 올 시간이 돼 마중하러 나갔습니다. 잠시 도로변에 서서 지나는 차를 바라봅니다. 퇴근 시간이어서 평소보다 많은 차들을 구경합니다. 어린이 보호 구역이어서 속도도 낼 수 없고, 사거리여서 여기저기 살피면서 조심 운전해야 하는 곳입니다. 집 가격은 비싼 편이 아닌 동네인데, 벤츠 S클래스는 종종 보입니다. 지나는 차의 1/3은 외제차인 듯합니다.


‘집만큼 비싼 차들을 타고 다니는구나!’


몇 달 전에 한 유튜브를 보니, 외제차를 판매하는 딜러가 연봉 대비 적당한 차는 연봉의 30-40%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폼생폼사 아닌가요? 그래서 ‘카푸어’가 그렇게 많습니다. 특히, 이곳 대구는 더 그런 듯합니다. 강남 소나타가 BMW 5 시리즈 디젤이라는 이야기가 돈 적이 있습니다. 가격은 소나타의 두 배보다 더 나갑니다. 국내 최고급 승용차를 살 수 있는 수준이죠. 뭐, 강남 산타페로 불리는 포르셰의 카이엔은 1억 원을 한참 넘습니다. 강남과 대구의 경제 수준이 비슷해서 그런 걸까요? 어떨 때는 강남보다 외제 차가 더 많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이 대구의 강남 수성구가 아닌데도 말이죠. 코로나 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둘째를 잠시 봐주시기 위해서 대구에 오셨는데 다시 집에 돌아가시기 전에 좋은 저녁을 대접해 드리려고 랍스터 요릿집을 예약했습니다. 들어갈 때는 눈여겨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나와서 차를 빼려고 둘러보니 국산 차는 우리 차밖에 없었습니다. 정말로 국산 차는 2012년 식 소나타 하이브리드 한 대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와우! 전부 외제 차네!’


무엇보다 하차감이 좋다고 하는 외제 차가 주차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렇다고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심하게 차들을 쳐다보면서 힐소를 날렸습니다.


현실적으로 외제 차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그래서 그 비싼 외제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제대로 정비받는 걸 꺼립니다. 이유는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한 번은 제 실수로 잘 주차돼 있는 외제 차와 접촉 사고를 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리비가 800만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국산 차였다면, 한 80만 원 했겠죠. 보험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정말 비싸네요!”


라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알게 됐는데, 외제 차주가 수리하지 않고 4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차는 어디서 대충 수리하고 나머지 현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겠죠. 실제로 차주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30대 초반으로 보였습니다. 한창 일해야 할 시간에 여자 친구와 영화를 보다가 내려왔으니, 집이 부자여서 외제 차를 타거나 아니면, 카푸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원룸 촌을 지날 때도 값 비싼 외제 차가 꽤 많이 주차돼 있었던 게 떠오르네요. 월세가 한 달에 20만 원 하는 원룸이었는데, 기름 값만 한 달에 20만 원 넘게 들어갈 것 같은 외제차가 주차돼 있었습니다. 본인은 어떤 방에서 자도 상관없지만, 차는 다른 사람을 태우고 다녀야 하는 것이니 최고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타적인 배려심(?)인 듯합니다. 물론, 외제 차 딜러들도 도와주고 대체로 독일제 차니까 독일의 경제성장에도 일조(一助)하는 셈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애국・국수주의를 버리고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라면 원룸도 마다하지 않는 청년 세대 멋집니다.


그러고 보니, 3월 9일 선거 날도 ‘여성가족부 폐지’에 열렬히 환호하면서 대한민국 최초 비정치인 대통령에게 몰표를 줬던 남다른 생각을 가진(사실, 여당 후보도 탐탁지 않았겠지만요) 2030 남성들이었으니, 이해가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가족여성부’였다면 2030 남성들의 표심에 덜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가족부’였다면 2030 남성들의 마음에 설렘이 덜하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저는 2021년 식 아반떼를 몰고 15,000원짜리 비싼 도가니탕을 먹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저녁 운동을 하고 돌아왔는데, 정말 오랜만에 몸이 가벼웠습니다.


‘내일은 더 회복하겠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코로나 일기(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