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說) 대한심(閑心)국 2회

코로나 19시대(1)

by 조작가Join

우한발 폐렴과 관련한 보도가 연일 나온다.


“중국에서 연일 수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한지역에 머물러있는 우리 교민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뭐야? 오늘도 폐렴 이야기네.”

“심각하긴 한가 봐요?”

“그래봤자, 잠시 유행하다가 끝나겠지.”


시민들은 아직 상륙하지 않은 우한발 폐렴에 염려는 하면서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찝찝함이 목에 걸린 작은 음식 찌꺼기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현재 중국 우한에 있는 교민들이 문제입니다.”

“우한 폐렴이 그렇게 심해?”

“예. 심상치 않습니다.”

“국내는 어떠한가?”

“아직 국내에는 환자가 많지 않습니다.”

“음. 그러면 조금 더 지켜보지. 중국과 관계가 나빠져서는 안 되니까.”

정부의 우선순위가 국민이었던 적은 없다. 국가의 주인은 가진 자였지 일반 국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교과서적으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말은 그저 보이지 않는 메타포에 불과했다. 항상 위기 상황에서 국민은 탈출할 수 없었다. 가진 자들을 적(敵)으로 돌리는 데 성공한 조금 덜 가진 자들의 전략과 계략이 통할 때 다른 세상을 맞이할 거 같다는 착시현상에 빠질 뿐이었다.


“이거 우리는 어떻게 해야죠?”

“영사관이랑 통화해 볼게요.”


우한에 거주하는 교민 김조한은 교민을 대표해서 대사관에 전화하기로 했다.


“현재, 이곳은 폐렴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 교민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 알려 주세요.”

“아직 정부로부터 지침이 없어서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지요.”

“네? 지금 이곳은 지옥입니다. 중국인들이 여기저기서 죽고, 우리도 감염됐을지도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본국에 빠르게 연락해 보고 답을 드리겠습니다.”


인접 국가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교민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그대로였다. 서두르면 그들의 신상에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지침대로 따라야만 본인 자리가 안전하다는 걸 조직 생활을 통해 잠재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아무리 밖에서 외쳐도 내부의 명령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꼭 삼국지 적벽대전에 나오는 조조군의 배들을 연환계에 따라 엮은 모양이다.


“현재 우한발 폐렴 환자는 여섯 명입니다. 중국은 2천 명이 넘고 있으며, 1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국내 상황은 심각하지 않지만, 연일 우한발 폐렴 보도가 여전히 남 일처럼 보도된다. 그러나 조금씩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머릿속에는 과거 중국에 대한 이미지로 가득한 시민들은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우한발 폐렴이 중국에서 발생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벌써 국내에도 몇 명 걸렸네.”

“그러게. 감염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조심하긴 해야겠어.”

“역시, 중국놈들 후진국이야. 폐렴 걸린 환자들 다 죽이는구먼.”

“그러게요. 중국놈들 인구가 많으니 병원 환자실도 부족한가 봐요.”

“인구도 많으니, 좀 죽어 나간들 문제 있겠어요. 하하”


그렇게 말하면서 노인들은 조금 떨어져서 스쿼트하는 손녀뻘 되는 여자의 엉덩이를 쳐다보며, 쓰윽 웃는다.

이들에게는 역사적으로 중국을 섬겼던 한반도의 상황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현재 미국과 대등하게 맞서는 중국은 안중에도 없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먼 과거는 잊었고, 현재는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억하고 싶은 기억만 남아 있으면 됐다.


“아직도 정부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나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곳 상황을 전달했으니 정부 차원에서 조치가 있을 겁니다.”

“그놈의 조치는 언제 실행합니까?”


김조한은 답답한 마음에 영사관 담당자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아무리 소리를 친들 수화기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선생님, 그렇다고 고함을 치시면 안 되죠! 저희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네?”


김조한은 기가 차서 더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벌써 1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들이 하는 소리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흥분해서 언성을 높였더니, 기분이 나빠진 공무원이 역정을 낸 것이다.


“우한 교민들이 정부의 조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방법이 없나? 일단, 교민들을 데리고 와야 하지 않을까? 이미 다른 국가들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우리도 교민들을 데려오자고.”

“예. 전용기를 이륙시켜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됐습니다.”

“알겠네. 준비되는 대로 조치해!”


눈치를 보다가 다른 국가들이 먼저 자국민을 호송하자, 그제 서야 호송을 준비하려 한 것이다.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다. 매를 먼저 맞을 필요는 없지.’


위급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군용기라도 보내서 교민들을 호송해 왔을 텐데, 중국에 두 발을 딛지 않은 육체와 정신은 긴급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강대국의 눈치를 봐 왔던 역사적 유전자가 현재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면 학업보다는 거리에 나가 데모를 더 본분으로 여겼던, 그래서 병역의 의무를 감옥에서 대신한 386세대, 지금은 50대가 넘어서 586이라 불리는 세대의 한계일까?


“국내 확진자가 10명을 넘고 있습니다. 감염에 유의하시고, 중국 등에 방문하신 분은 2주 이상 자가 격리하신 후 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진료소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2월 중순이 됐다. 확진자 수는 꾸준히 늘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수십 명 수준이었다. 5천만 명 중 백 명도 안 되는 수준이니 크게 걱정하는 사람이 오히려 램프 증후군으로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역시, 지난 정권과 비교했을 때 현 정권이 잘하는 거 같아.”

“그러게, 메르스 때 어땠어. 어디 돌아다니기가 겁나서.”

“맞아! 정권이 바뀌니 확실히 달라.”


지지자들은 현 정권을 전 정권과 비교해서 찬양했다. 정부는 어느덧 ‘우한발 폐렴’에서 ‘코로나 19’로 병명을 바꾸고, 겁먹지 말고 산업활동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선전했다. 중국의 지명 ‘우한’보다는 의학용어 ‘코로나’가 세련되다고 여겨져서 전염의 위험성이 약하게 느껴졌는지, 대부분 국민은 정부의 적극 권유에 따라 다시 나들이도 다니고, 본업에 충실하면서 봄을 기다렸다.


봄은 떠날 준비를 마친 겨울을 서둘러 밀어내고 그 자리를 채웠다. 봄의 따뜻한 기운은 국민의 옷차림도 덜어주고,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무거운 긴장도 덜어주었다.


“이번 주는 주말을 맞이해서 미나리 삼겹살 파티를 떠나려고 하는데, 참석을 원하시는 가정은 알려주십시오.”


한동안 잠잠했던 친목 모임도 움트는 새싹처럼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벌써 여러 군데서 모임에 참석하라고 연락이 왔다.


‘아직, 시기상조인 거 같은데. 하지만 무슨 일이야 있겠어?’


대구지역에는 단 한 명의 환자도 없었다. 최근 발생한 환자는 수도권에서 주로 발생해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안전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연락을 받은 지원은 불안감이 갯벌에 빠져 잘 빠지지 않는 발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나, 대세에 따르기로 했다.


“참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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