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11살 겨울부터 산타 할아버지가 실제로 없다는 것을 밝히겠다는 시현이었다.
11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없는 거 같은데 엄마 아빠는 있다고 하니 강한 의심은 들지만 믿어주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믿어주는 척해 주었다. 그런데 12살 크리스마스가 되니 더 이상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하기는 좀 힘들었다.
"엄마, 아빠 왜 거짓말해?"
"와, 초등학생 속이는 게 그렇게 좋은가?" 등 시현이가 지나가듯 툭툭 한 마디씩 하는 말들이 더 이상 어린아이 취급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는 거 같았다.
"시현아,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한테 받고 싶은 선물 뭐야?"
"엄마, 산타 없는 거 맞지?"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없잖아 "
"그럼 지금까지 산타 할아버지한테 받은 선물은 다 누가 준 건데?"
"엄마겠지."
"맞아, 엄마가 준거야."
"와! 대박."
"그럼 엄마가 왜 산타 할아버지라고 말하며 선물을 줬을까?"
"나 좋으라고."
"그렇지? 시현이 선물 받고 행복했었지? 그럼 이제 산타 할아버지가 엄마인 걸 알았으니깐 선물은 그만할까? 아니면 계속할까?"
"계속하자."
"그래!" 난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시현아, 너 크리스마스 날 일어나서 선물 있으니깐 행복했었지?"
"응."
"엄마도 행복하고 싶어. 너도 컸으니깐 이제 엄마 아빠한테 너도 선물할래?"
"엄마 아빠한테?"
"응! 시현이 용돈이 1주일에 2천 원이니깐 비싼 거 말고 네 용돈 안에서 엄마 아빠한테 뭘 선물하면 좋을지 고민해 봐. 이제 크리스마스에는 같이 선물 받고 같이 행복하자."
"좋아!"
이렇게 해서 우리 집은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두고 산타 할아버지의 정체를 밝히게 되었고 서로 선물을 주기로 했다. 그렇다고 마주 보며 선물을 교환하는 것이 아닌 서로 산타가 되어 잠자는 동안 몰래 머리 위에 두기로 했다. 시현이는 자기가 엄마 아빠보다 일찍 자니 더 불리하다고 투덜거렸지만 엄마 아빠 보다 항상 먼저 일어난다는 말에 금방 아하를 외치며 엄마 아빠 머리 위에 몰래 선물을 두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
잠들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러 함께 누웠다.
"엄마, 내 선물 배달 왔어?"
"몰라~ 지금쯤 산타 할아버지가 열심히 가져오겠지?"
함께 인터넷에서 고르고 결재를 했으면서도 택배가 왔다고는 말하기 싫었다.
"내일 아침에 받을 수는 있는 거야?"
"그렇지 않을까? 엄마 아빠도 내일 아침에는 선물 받을 수 있을까?"
"응! 나 엄마 거는 두 개 샀는데 말해 줄까?"
"아니, 엄마는 내일 아침에 깜짝 놀라고 싶어."
"으-----. 하나만 말해줄게."
시현이는 말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나 보다.
"엄마가 맞혀봐. 우리 집에 있는 거야."
"음.. 우리 집에 있어?"
"응, 노란색이야."
"노란색? 컵?"
"아니야."
난 한참을 생각해도 도저히 모르겠기에 결국 물어보았다.
"으, 정말 모르겠어. 뭐야?"
"빗이야."
"아! 빗이구나! 너무 고마워. 시현이가 얼마나 고민해서 골랐을까. 엄마 감동이야!"
나는 엄마에게 뭐가 필요할지 고민하며 선물을 골랐을 시현이 마음이 생각나 너무 감동을 받았고 아낌없이 마음을 표현했다. 그런데 시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우는 아이를 보며 당황했지만 그냥 등을 토닥여주며 눈물이 멈추길 기다렸다가 왜 울었냐고 물었다.
"엄마한테 이미 있는 거라 엄마가 안 좋아할 거 같았는데 엄마가 너무 고마워해서 좋았어."
이 말을 들으니 시현이가 선물을 고르며 얼마나 고민을 하고 또, 엄마가 마음에 들어 할지 안 들어할지 마음을 졸였을지가 짐작이 가 다시 한번 더 고마웠다.
"시현이가 엄마 아들이라 엄마는 정말 너무 행복하다. 고마워."
우리는 서로 따뜻한 말을 조금 더 하다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나대로 새벽에 잠자는 시현이 머리 위에 선물을 두었고 시현이는 시현이대로 잠자는 아빠와 엄마 머리 위에 선물을 두었다.
아이가 자라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아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서로의 산타가 되니 다른 의미로 기대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아이가 자라 산타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서로의 산타가 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