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1년 터울로 아이를 연달아 출산하면 연년생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단순히 터울로만 정의되지는 않아요. 몇 가지 예시로 기준을 살펴볼게요.
A. 첫째를 20년 2월에 출산. 둘째를 21년 2월에 출산.
= 12개월 차이죠. 제가 이렇게 출산했고, 누구나 연년생으로 간주합니다.
B. 첫째를 20년 7월에 출산. 둘째를 22년 1월에 출산.
= 18개월 차이죠. 그러나 연년생이라고 일컫진 않고, 두 살 터울로 여겨져요. (육아난이도는 연년생이라 주변에서 터울을 듣고 '아휴, 힘들겠네ㅠㅠ' 하며 안타까워하심.)
C. 첫째를 20년 1월에 출산. 둘째를 21년 12월에 출산.
= 23개월 차이라서 육아 난이도는 두 살 터울과 같지만,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연년생에 포함됩니다. 이런 경우도 흔히 '23개월 터울'이라고 부연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이처럼 연년생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잡는 경우가 많아요.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입학 시기가 출생연도로 결정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연년생 자녀를 출산하면, 보통 첫째가 생후 12개월 ~ 20개월 정도죠. 걸음마를 시작하고 엄마, 아빠 등 간단한 단어를 말하며 언어가 눈부시게 성장해요. 유치도 12개 이상 ~ 20개까지 나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다양해져요. 집안에서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고, 걸으면서 시야도 넓어져서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누워서 배냇짓하는 둘째도 있죠. 이런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면 어떤 1년을 보내게 되는지 한번 알아볼게요.
1) 돌까지의 연년생 육아, 단점
ⓐ 영아 두 명을 돌보는 분주한 일상.
첫 수유를 마친 둘째를 바운서에 앉힙니다. 전동모빌을 틀어주고, 어제 개지 못한 빨래를 집어드니 들리는 울음소리. 잠에서 깬 첫째를 안고 나왔어요. 빨대컵에 미온수를 담아 주니 분유가 남아있는 동생의 젖병을 가리켜요. '저건 동생 거라서 안돼. 이제 형아라서 분유 안 먹지?'라고 말하며 이유식을 데우죠. 둘째가 심심한지 칭얼대네요. 이유식 그릇을 한 손에 들고 식히면서 둘째에게 쪽쪽이를 물리고 돌아옵니다. 첫째를 유아식탁의자에 앉힙니다. 이때, 엄마는 둘째를 보고 있어야 하니 등을 돌리면 안 돼요. 서너 숟갈 떠먹이는데, 쪽쪽이를 집어던지고는 우는 둘째. 안아서 달래고 쏘서에 태웁니다. 첫째의 이유식을 다 먹이고 자리를 정리합니다. 먼저 내려가서 놀던 첫째가 둘째의 쪽쪽이를 주워서 물고 있네요. 쪽쪽이를 제자리에 가져다 두고, 둘째에게 다가갑니다. 은은한 향기에 심장이 저릿해요. 응가를 잔뜩 한 상태로 신나게 점프해서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네요.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TV를 켜서 첫째의 시선을 뽀로로에 묶어둡니다. 둘째를 안아 들고 욕실로 향해요.
두 아이가 동시에 기상하고 한 시간이면 충분히 겪는 일이에요. 저는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서 방학과 주말에 겪던 일이지만, 연년생 아이들을 가정보육하면 이게 매일 반복됩니다. 함께 돌볼 사람이 없다면 힘들겠죠? 육체적인 피로는 당연하고,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엄청 쌓여요. 첫째에게 양보를 강요해서도 안되고, 둘째를 기다리게 하지도 못하니 첫째가 어느 정도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대화'가 되는 시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저는 이렇게 하루를 보냈어요. 하하하.
+ 첫째와 12개월 차이로 쌍둥이를 낳으면 이런 일상을 맞이하실 수 있어요 :).....
ⓑ 일촉즉발, 위험한 순간이 잦다.
바다를 낳고 문마다 도어스토퍼를 달았어요. 잡고 서기 전부터 도어스토퍼에 익숙해지니, 문을 닫으려고 하지 않았고 덕분에 바다는 손가락을 다친 적이 없어요. 그런데 동생들이 태어나니 본인 방에 들어오는 걸 극도로 거부하더라고요. 쌍둥이가 근처에 가면 소리치면서 문을 닫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안전문도 설치했어요. 하지만 아빠와 노는 바다를 밖에서 구경하던 알송이가 팔을 뻗어서 방문을 잡는 순간, 바다가 문을 힘껏 밀었어요. (스토퍼 덕분에 닫히진 않았는데, 알송이는 경첩 쪽 세로공간을 잡았던 거예요.) 결국 응급실로 향했죠. 엑스레이를 찍으니 뼈에 금이가진 않고 많이 부었어요. 어른이라면 반깁스를 권할 상태지만, 아기라서 회복이 빠를 테니 지켜보자.라는 소견이었고 다행히 잘 아물었어요. 그러나 보름 후, 달송이도 바다가 닫는 문에 끼어서 응급실에 다녀왔답니다.
아이 하나만 키울 때는, 어른이 주의하고 반복해서 가르치면 돼요. 그런데 '문을 함부로 닫으면 내가 or 다른 사람이 손을 다칠 수 있다.'등의 안전에 대한 개념을 배우지 못한 아이 둘을 키우려면 다양한 안전장치가 필요해요.
ⓒ 소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의 단골이 되는 삶.
맘카페 생활 6년째인데, 어린이집에 가는 순간 아이들이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고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해요. 그리고 첫째의 면역력이 시험당하는 1~2년 동안, 연년생 동생도 같이 앓게 됩니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장난감과 집을 공유하는 사이라서 어쩔 수 없더라고요. 첫째에게 동생 근처에 가지 말라고 해도 동생이 형아를 졸졸 따라다니는 건 제어가 안 돼요. 다섯 살 이상 차이가 난다면, 취향도 다를 테니 장난감을 골라서 방에서 놀도록 유도할 텐데 연년생은 불가능하죠. 열이 올라 잠을 설치는 아이들도, 그 아이들을 돌보느라 함께 밤을 지새우는 양육자도 모두 고생이지요. 이 이유로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하는 연년생 부모님들도 많이 계세요.
저는 쌍둥이 출산에 맞춰서 시댁 근처로 이사해서 종종 시부모님께 도움을 청했어요. 바다가 아프면 시아버지께서 병원에 데리고 다녀오셨지요. 쌍둥이가 아프면 쌍둥이유아차에 둘을 태우고, 바다는 시아버지 손을 잡고 어른 둘+아이 셋이 집을 나서요. 바다는 시아버지와 어린이집에 가고 저는 소아과로 갔지요. 부모 한 명이 아이 둘을 소아과에 데리고 가면 전쟁입니다. 통곡하는 애를 옆구리에 끼고 + 유아차에서 벗어나려고 꽈배기처럼 몸을 꼬는 아이를 달래며,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향합니다. 한겨울에도 땀이 나요.
저희 아이들은 세는나이로 세 살이 되니 좀 덜 아프고, 다섯 살이 되니 좋아지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가족이나, 시터, 아이 돌봄 서비스등의 조력자가 없으면 몇 년간 엄마가 몹시 힘들어요.
2) 돌까지의 연년생 육아, 장점
ⓐ 둘째의 성장과 발달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럴 수도 있지, 맞아 그랬었지.' 하는 마음으로 둘째를 바라보게 됩니다. 첫째때 했던 무수한 질문과 검색으로, 아이마다 발달의 단계에 편차가 크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큰 걱정 없이 둘째를 키울 수 있어요. 토를 해도, 응가가 황금색이 아니어도, 되집기가 좀 느린 것 같아도 지켜보게 됩니다.
ⓑ 첫째를 키우며 쌓인 빅데이터로 침착하고 빠르게 대처한다.
첫째가 특정 식재료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둘째는 더 조심스럽게 진행하겠죠. 그리고 첫째가 예방접종을 할 때마다 열이 났다면, 둘째도 열이 날 수 있음을 예상하니 해열제와 이마에 붙이는 냉각시트등을 준비하게 됩니다. 저희 아이들은 엉덩이에 붉은 발진이 자주 올라왔는데, 첫째 때와는 달리 차분하게 비판텐을 바르게 되더라고요. 어지간한 일로는 당황하지 않는, 우리는 용맹한 연년생 엄마 :)
ⓒ 형제간의 학습 효과
동생이 기저귀를 갈고, 수유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첫째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행동을 모방하게 돼요. 양육자가 '응가를 했네.'라고 말하면 물티슈와 기저귀(본인 것과 헷갈릴지언정)를 가져다줘요. 그리고 둘째는 첫째를 보고 배워요.
바다가 앉아서 걸음마보조기의 버튼을 누르는 쌍둥이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걸음마보조기를 밀고 걷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그 뒤로 쌍둥이는 걸음마보조기를 잡고 일어서는 연습을 시작했어요. 연년생 아이들은 이렇게 익숙한 놀잇감과 교구들을 공유하면서 같이 성장하게 돼요. 그래서 '둘째는 원래 이렇게 빠른가요?' 하는 글이 많이 보이죠. 실제로 둘째가 첫째보다 빠른 아이일 수도 있지만, 첫째를 통해서 배웠을 확률도 높아요.
ⓓ 강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바다가 두 살이 되고, 돌이 지난 쌍둥이. 저는 세 아이를 같은 어린이집으로 보냈어요. 집에서의 바다는 동생을 귀찮아했는데 어린이집에서는 다르더라고요. 어린이집에서 알송이가 울고 있으면 바다가 달려가서 안아줬어요. 달송이가 친구랑 아웅다웅 실랑이를 하면 가로막고 편을 들어줬고요.
저는 동시에 성별이 다른 두 명의 동생이 생긴 바다가 안쓰러워서, '동생이니까 아껴줘. 양보해.'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뒤집기, 기어 다니기, 걸음마까지 함께했다고 동생을 보호하고 챙기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바다가 쌍둥이를 밀치는 아이를 보고'하지 마! 내 동생이야!'라고 외쳤다던 그 알림장. 아직도 기억나네요. 연년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거예요.
ⓔ 1년만 더 버티면 (많이 말고... 조금...)편해질 것을 아니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두세 살 터울로 낳으면 막내의 두 돌까지 5년의 시간이 필요하죠. 이걸 단기간에 해치우는 게 연년생 육아입니다. 몸도 마음도 정신없지만, 첫째가 크는 모습을 보았기에 앞으로 얼마나 더 키우면 숨통이 트일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고만고만한 아이끼리 노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는 것은 덤이고요.
달송이와 조금 과격하게 놀아주는 바다.gif
4. 연년생 vs쌍둥이 (4) 돌까지의 연년생 육아 요약
(1) 연년생 육아 1년, 단점
첫째가 말문이 트일 때까지 두 아이의 발달에 맞춰서 양육하기 힘들다. 언어의 수용은 되는데, 본인이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해서 답답해하는 첫째. 밥, 놀이, 잠, 배변까지 모두 손길이 필요한 둘째. 두 아이의 요구사항은 자주 어긋난다. 놀아야 하는 아이와 졸린 아이. 이런 기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힘들다.
부모가 아흔아홉 가지를 대비해도, 한 가지를 놓치면 아이들이 다친다. 위험한 행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첫째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의 둘째.
첫째가 어린이집에 다니면, 둘째까지 아프다. 한동안 면역체계가 재구성되듯이 쉴 새 없이 병원에 다닌다.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첫째를 가정보육하려면 다른 가족이나 시터, 아이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2) 연년생 육아 1년, 장점
첫째를 키워낸 경험치를 활용하면 둘째는 느긋하게 키울 수 있다. 혹시 둘째가 아프거나 다쳐도 침착하게 대처한다. 연년생 아이들은 서로를 학습하면서 성장한다. 같은 집에서 놀잇감을 공유하면서 유대를 쌓고, 1년 뒤 어린이집에 함께 다니면 적응이 빠르다. 앞으로 얼마나 키우면 조금 편안해질지 예상할 수 있다.
연년생과 쌍둥이 임신, 육아를 모두 겪어본 제가 일반적인 케이스들을 기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