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서 글을 쓴다.
요새 주변에서 많이 아프다.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든 다른 이유든
내 직장생활도 근래 부침이 많다.
작년 한창 바쁘던 시기처럼
올해도 일과 잡념에 파묻혀 나를 잃고 살 것 같아
잠이 안 온다.
오늘은 뭘 했나 적어본다.
9시 출근
직주근접이라 좋다. Brt 버스 두 정거장 거리에 회사가 있다. 집 현관문부터 사무실 내 자리까지 도어투도어로 20분 걸린다.
어제 5시 50분에 기획 부서에서 온 자료요청 메일에 약간의 부가 설명을 붙이고 각 부서에 뿌린다.
제목에 (금일중 제출)이라 쓰여있다. 메일 송부 전에 "긴급" 체크박스를 누른다.
산하기관에 전화하여 업무 관련 내용을 묻고 업무 관련 요청을 하였다. 원하는 답을 얻지는 못 하였다. "알겠습니다. 쉽지 않네요.." 아쉬움을 남기고 통화를 마쳤다. 쉽게 풀리는 일은 없다.
실장의 일정을 체크한다. 어제 국장이 실장에게 구두로 설명드리라고 한 건이 있어, 간단하게 기존자료들을 뽑아 추려 실장실로 향한다. 오후에 국회로 가기 때문에 도시락으로 막 식사를 마친 것 같다.
보고를 한다. 간단한 내용의 현황보고이지만 사무관 업무 범위의 60배 이상을 다루고 책임져야 하는 자리임에도 실장은 내용을 기억하고 핵심을 빠르게 파악한다. 해당 사안에 대한 당신의 스탠스를 이렇게 취하면 되겠느냐고 확인하고는 일은 재밌게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몇 달 전 같은 질문을 들었을 땐 곧바로 "네!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란 답이 나왔는데. 오늘은 "네"라는 답이 나오는데 오래 걸렸나 보다.
답이 오래 걸리네? 실장이 장난스럽게 내게 묻고
"..재밌게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물론 그래도 즐기고 있습니다."라 답했다.
요새 나는 업무에 큰 책임과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게 해결할 수 있는 부담인지는 모르겠다.
그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잠이 완전히 달아나고 기억이 또렷이 되살아나니 사족이 많아졌다.
실장 보고를 마친 뒤 부서로 돌아와서 과장, 국장에게도 해당 내용을 전하고, 메일함을 열어 기획 라인의 자료요청을 아래 부서로 전달 / 취합하여 자료 작성, 제출 / 민원 처리 / 쉴 새 없이 오는 전화에 대한 선택적 응대 . . 너무나도 공무원스러운 일을 한다. 오후에 타부처를 찾아가 설명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자료를 출력한다. 따로 만들 시간이 없어 기존의 자료들을 그대로 출력한다. 필요한 페이지들만.
국회의원실에 전화한다. 공식 절차를 통해 의원실로부터 일정기간 내 특정 업무 관련하여 지자체와 오간 공문 일체를 제출 요구 받았다. 그 기간에 해당 업무 공문이 전혀 없어 전화로 설명을 하고 끝내려 한다. 그런데 요구자료 양식의 연락처에 쓰인 의원실 자료요구직원이 월요일부터 자리에 없다. 매번 출장이나 회의 중이어서. 비서관도 얼마나 바쁘겠는가. 문자라도 남겨놓았다.
타부처로 간다. 덥다. 노 대통령의 이상이었는지 아니면 건축가의 오판이었는지, 뱀 모양으로 길게 만든 청사의 동 간 브리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일시 폐쇄되었다. 15분을 걸어 타부처에 도착.
처음 만나는 자리라 명함을 교환한다. 설명을 한다. 제도의 도입 취지와 배경. 현재 추진현황. 그리고 내가 온 진짜 이유. 우리부의 입장을(국과장의 수용 범위 내에 있는 "나의 입장"과 동의어이다.) 설명하고, 궁금한 것을 묻는다.
질문 속에 물 타듯 업무 관련 요청이나 제안을 섞어 넣는다. 부족한 건 메일로 자료를 보내겠다고 하고 협의를 마쳤다.
5시 반. 사무실로 돌아간다. 자리에 와서 민원을 처리한다. 주무관이 답변 초안을 작성해 주었고 나는 검토 또는 수정자 역할이다. 제목과 민원 내용을 한눈에 스캔하고, 주무관의 답변도 빠르게 훑고 확인 처리한다. 주무관에 대한 신뢰와 과도한 민원 건수는 나를 결재머신으로 만든다. 밀린 수십 건 처리하고 어느새 6시 반.
졸려서 의자를 꺾고 잔다.
7시 20분. 깬다.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온다.
밀린 일을 한다. 지자체로 시달할 법령 안내 공문. 개정 완료된 시행령 문구 검토. 의원발의법안 내용 검토. 등등 등등등.
책상에 널린 서류를 하나씩 처리하는데,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내 책상 한편에는 몇 달째 서류가 쌓여가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아버지와 통화. 별 도움 안 된다.
원래 그런 거다. 그런 게 공무원이 할 일이다. 누군가는 해야 된다. 원래 행정은 100프로 효율적이거나 합리적일 수 없다. 국민 여론이 원하는 대로, 정치권이 원하는 대로 하는 건 비효율적일지라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뭐 그런 얘기들. 통화할 때마다 징징거리지 말라는 뜻으로 하는 것 같은 그런 말들이 오히려 안심이 된다. 아버지가 그만두라고 말한다면 아마 나는 정말 그만둘 테니까
다시 돌아와서 키보드. 마우스. 한글. 엑셀. 온나라문서. 내부메일. 외부망. 메일 전송. 내부망. 한글. . . . 일일일을 하다 보니 11시. 야근비는 더 이상 안 나온다.
초과근무 퇴근을 찍고 컴퓨터 종료. 회사를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오늘까지 보내기로 한 자료가 아직 안 됐는데.
새벽에 해야겠다.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출근을 찍으면 6시에 퇴근해도 하루 초과근무 상한 시간인 4시간이 찍힌다.
이번 금요일은 일찍 퇴근해서 한잔하기로 부인과 약속했다.
초근비가 만사천 원은 되었던가?
다 적고 보니 출근까지 한 시간 남았다.
무미건조하게 적고 싶었는데
무미건조하고 지루하고 장황하게 적었다.
이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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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인 2021년 7월에 '오늘은 뭘 했나'란 제목으로 썼던 글입니다.
오랜만에 꺼내보는 글인데, 사고의 흐름대로 쓴 글이라 그런지 당시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저는 2025년 1월부터 정부지원 장학생으로 KDI 국제정책대학원에 교육파견 와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에서 컴퓨터, 코딩을 배우고 있습니다.
10월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시계획 석사 과정에 진학하여 1년 뒤 학업을 마치고 귀국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는 건, 바쁘고 소중한 현재를 적어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세종에서의 공무원 생활, KDI 국제정책대학원 석사 과정,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원 유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생각이 정리되는 대로 차차 적어가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