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시들 - 1. 영국의 단기임대 규제

by CH

PGR02(Urban and Housing Policy) 수업의 일환으로, 작년에 PGR을 졸업한 뒤 City of Westminster*의 Planning Enforcement Team에서 Short Term Let Officer로 재직 중인 공무원의 강의를 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자치구청 도시계획과 또는 건축과 공무원 정도에 해당한다. 강의 제목은 '단기임대 규제와 규제 집행의 어려움' (The regulation of short-term rentals and the challenge of regulatory enforcement)


* City of Westminster는 Greater London을 구성하는 32개 자치구(borough) 중 하나로서 국회의사당, Whitehall(중앙정부 주요부처 밀집지역), SOHO, Covent Garden 등이 위치한 영국의 정치·행정·문화 중심지다. 종로, 여의도, 용산을 포괄하는 정도의 상징성과 중요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런던 역시 주택난을 겪고 있다. 영국은 1938년에 Green Belt Act를 제정하여 세계 최초로 그린벨트를 제도화하였고, 국민 여론은 이 제도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었다. 그런 영국에서조차 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논의될 정도이다.


영국 사회의 녹지 선호는 세계2차대전 참전 독려 포스터에도 드러난다. (영국 제국전쟁박물관)


영국 주택난의 원인으로 신규주택 건설 부족, 이민 등 인구증가, 사회주택 감소*, 임대인에게 유리한 제도 등이 지목되며, 그중 하나는 에어비앤비(이하 "Airbnb") 등 단기임대 시장 성장으로 인한 장기거주 주택 재고 감소다. 기존 주택이 단기임대 물량으로 전환됨에 따라 주택 공급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여 런던은 2015년부터 규제를 신설하여 집주인의 주택을 활용한 단기임대는 연 90일까지 별도의 신청 없이 허용하되, 연 90일이 초과하는 경우 주거용(C3)에서 다른 용도로 바뀐다고 보고 플래닝 허가(용도변경)를 요구하고 있다.



* 사회주택 감소로 인한 영국 주택난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24/mar/19/end-of-landlords-surprisingly-simple-solution-to-uk-housing-crisis

* 대처 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대처 직전 영국이 임대료 규제와 세입자 보호가 너무 강해 민간임대 공급이 극도로 축소되었으며 저품질 주거 공급, 공공주택 낙후, 공공의 관리 부실과 재정악화 등의 문제가 나타났음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후 블레어 노동당 정부에서는 사회주택에 다시 대규모 공공재정이 투입되었고, 보수당 정부가 들어서자 다시 축소되었다. 좌우를 오가는 이러한 정책 변동을 진자 운동(policy pendulum)이라 한다. 다만, 現 영국 노동당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규제완화와 계획 시스템 개혁을 논하고 있어 보수당보다 더 개혁적이고 급진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단속이 어려운 규제는 준수율도 낮다. Westminster City Council(우리나라로 치면 자치구청+의회. 영국은 지방자치도 의회 중심으로 돌아간다.)에서 강의자와 같은 Short Term Let Officer 직책을 따로이 두고 있는 것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90일 초과 단기임대를 단속하고 위반사례를 바로잡기 위해서이다.


단기임대는 주택 공급 축소뿐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에도 영향을 미친다. 발표자는 신고된 피해 사례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 밤새 이어지는 소음

· 복도·현관 앞 쓰레기 문제

· 공용시설(엘리베이터 등) 조기 노후

· 주민과 관광객의 생활 리듬 충돌

· 조직적 운영(브로커·포터* 연계)으로 인한 불안감

* Porter: 건물 관리인, 수위

· 지역의 ‘관광지화’로 인한 공동체 붕괴

(Pimlico 일대는 거의 호텔화된 동네라 표현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하였는데, 런던 답사 때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 확인해봐야겠다.)


웨스트민스터에는 현재 약 14,000개의 단기임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Airbnb, Booking.com 같은 플랫폼을 통해 운영된다. 단속팀이 공식적으로 조사 중인 건수는 2,800여 건. 대부분은 인근 주민의 신고로 시작된다.


단속과정은 복잡하고 장기적, 반복적이다. 제재(벌금)를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 단속 과정은 온라인 조사(플랫폼 사이트 방문, 위치 확인, 스크린샷 확보 등), 현장 방문, 법적 통지 이후의 정식 경고(Enforcement Notice) 발송, 경고 후속 단속으로 이뤄진다. 후속 단속이란, 최초에 90일 위반을 발견하여 정식 경고를 한 뒤, 위반 입증을 위해 다시 90일 이상 운영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기임대 규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명확하다.

· 플랫폼은 예약정보를 공유하지 않음 (공유할 의무가 없다.)

· 90일 집계는 매년 초기화

· 단속은 주민 신고에 절대적으로 의존

· 핵심 증거는 오로지 ‘현장 방문’으로 확보 (스크린샷 등은 간접·보완 증거로 활용)

· 운영자는 계속 계정을 바꿔 탈출 가능


그리고 단기임대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입장 역시 일관적이지 않다. 도시의 주수입원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관광객은 합리적인 숙소 가격, 다양한 선택지를 원한다. 주택 소유주인 단기임대 운영자는 높은 수익과 규제 최소화를 원한다. 인근주민은 생활환경 침해와 주거 안정성 약화를 우려한다. 하지만 상인은 지역 내 관광객 증가를 반기는 경우가 많다. 시의회는 주택 공급 관리, 행정비용 부담, 시 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어느 당(보수vs노동)이 집권하냐에 따라 규제에 대한 입장이 변화한다.


웨스트민스터 사례를 통해 본 단기임대 규제는 도시계획·주택정책·지역사회·행정역량 전체가 얽힌 문제라는 점이 명확하다. 규제는 존재하지만 집행은 어렵다. 기술은 운영자를 보호하고, 정보는 플랫폼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주택 수요는 계속 증가하기에 공공은 단기임대를 규제하려 한다. 그러나, 단속인력과 행정비용이 늘어나도 시정 결과는 제한적이다.


발표자는 이 즈음에서 발표를 잠시 멈추고 학생들에게 상황을 타개할 아이디어 제안을 요청하였다. (이 스킬은 필자도 강의나 설명회에서 활용해야겠다고 느꼈다.) 강의에서 논의된 아이디어는 아래와 같다.

· 플랫폼의 데이터 제공 의무화(영업 조건으로 규제 신설)

· CCTV 영상 정보 감시(!)

· 등록제 강화(안전점검 중심 → 운영정보 중심)

· 90일 규칙 전면 재검토(!)

· 주민신고 플랫폼 고도화

· 관광객 공항 입국 시 숙박 정보 확인

· 신고 포상제 도입 검토

· 장기임대 시장 유인을 강화하는 정책

· 단기임대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단기임대를 둘러싼 갈등과 논의는 런던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사례는 “규제가 현장에서 집행되지 않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2년 넘게 건축법과 건축규제를 총괄했던 필자에게도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영국도 위반 사례와 단속으로 골머리를 앓는 걸 보면 세상사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Airbnb 운영은 도시 내에서 외국인 대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한옥에 대해서는 내국인도 허용하는 등 일부 예외가 있지만). 이 역시 준수와 단속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내 경험에서 말하면 이런 경우에는 신고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고, 벌금을 과하게 책정하는 것이 효율적인 위반 방지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Airbnb 사례에 대해서는 도시계획의 비공식성(Informality)에 대해 짧게 쓴 에세이가 있으니 다음 글에서 다루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건축답사 - 2. 국립부여박물관 왜색 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