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발전의 당위성과 한계에 대해서 배울 수 있을까?
두번째 학기 첫 수업은 PGR05 Place Based Policy다.
이는 장소 기반 정책, 공간 기반 정책 등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여기선 "지역 기반 정책"이라 부르려 한다.
생각컨대 "지역"이란 용어는 한국에서 매우 정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중앙과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종종 지역에 거주하는 다수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레토릭으로 사용되곤 한다. Place Based Policy는 단순히 수도권 성장 억제나 탈중앙화로 설명할 수 없으나, 이를 지역 기반 정책으로 번역하면 수도권이나 제1도시는 배제하는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장소"나 "공간"이란 용어를 쓰면 이 정책의 rational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정치논리로 비효율적인 지역 SOC 투자를 거듭하는 행태로 오독될 우려가 있지만, 정책 대상 국민이 이해하기에는 지역 기반 정책(또는 지역 맞춤형 정책)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이 강의를 통해 아래 이슈 관련 바람직한 방향과 정부 개입 필요성 등에 대해 답할 논리를 배우리라 기대한다.
수도권 집중, 불균형 성장 전략(예: 경부축 발전), 균형발전, 특구 정책, 지역 소멸, 지역 통합(행정구역 개편) 등
시간이 허락하면 수업을 요약해서 정리해두겠다. 원어로 정리하는 게 영어 학습이나 학기 말 essay 작성에는 도움되겠지만, 내년이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서 한글로 보고서와 대외자료를 써야하니 우리말로 써보기로 했다.
현상: 여러 나라에서 지역(공간) 불평등이 확대 중
정치적 함의: 2016년 이후(트럼프, 브렉시트 등) 지역 격차가 포퓰리즘·반기성 정치와 연결되면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로도 부상
지역 격차가 커진 3가지 큰 동인
1. 기술 변화/지식경제 전환: 고숙련·비루틴(non-routine) 인지적 노동(cognitive work)은 성장, 루틴한 인지적 일자리와 중간기술 일자리는 감소 → 노동시장 양극화. 고임금 일자리가 특정 도시권에 집중.
2. 세계화(무역): 글로벌 생산 재편으로 승자·패자 발생. 특히 기존 제조업 지역(리버풀·맨체스터 등 북잉글랜드, 미국 제조업 벨트 등)에 타격.
3. 제도/정치경제(신자유주의): 감세·노조 약화·산업정책 후퇴 등 “정책 선택”이 분배와 지역 격차에 영향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논쟁 결론: “도시 붕괴/탈도시화”보다는 도넛 효과(도심→외곽) + 대도시 노동시장 확장. 즉 재택근무가 오히려 대도시 영향권을 넓혀 중소도시를 ‘그림자’로 만들 수 있음. (예: 대도시에 위치한 대기업은 예전보다 더 멀리 있는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음) 즉, 실증적으로 재택근무 경향 강화는 집적(agglomeration)을 약화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였음.
부가 설명: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경향은 강화되었지만 대부분 직장인은 fully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 1~2회는 직장에 출근하는 형태가 대부분임. 재택근무가 확산되었음에도 여전히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유는 도시의 amenity 때문(문화, 교육, 소비 등 대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들)
경제적 정당화(왜 정부가 개입하나): 신고전파의 “공간균형(스스로 균형을 찾아감)”은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 등 가정이 비현실적. 그래서 지역화된 시장실패가 생기고 개입 여지가 생김.
대표적인 시장 실패 4가지:
공공재 부족(도로·학교·치안 등)
집적경제 결핍(경제학 이론으로 따져봐도 바람직하지 않은 다수의 균형점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 정책을 통해 바람직한 균형을 달성할 수 있음을 주장)
노동시장 경직성과 기타 정책/제도 왜곡(예: 노동의 유연성을 약화하는 제도로 인하여 지역 단위로 비자발적 실업이 나타날 수 있음)
이동 제약·신용 제약(노동의 이동은 여러 이유로 제한됨. 특히, 가난할수록 이주가 더 어려움)
2가지 반론 소개:
정부실패: 시장실패를 고치려다 더 큰 왜곡/포획을 만들 수 있음(워싱턴 컨센서스식 논리)
집적경제 옹호론(agglomeration economics): 지역 간 불균형은 국가 성장의 대가(price)일 수 있으니 핵심 도시에 투자하고, 핵심 도시와 낙후 지역을 연결하고, 사람들이 핵심 도시로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선택과 집중, 낙수효과 – trickle down effect의 논리).
* 참고: World Development Report 2009(World Bank)
재반론(EU·OECD의 place-based 입장):
세계은행식 대도시 집중은 잠재력을 놓침. 모든 지역은 잠재력이 있으며, 낙후지역을 키우는 건 형평뿐 아니라 효율(잠재력 활용) 관점에서도 필요하다는 주장(Barca report, OECD 보고서).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학 장학금의 예를 들 수 있다. 집적(대도시)을 장려하는 것이 우수 성적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라면, 지역 기반 정책은 재정이 취약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지역 기반 정책의 논리는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지 않는 경우 형평성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 학생의 잠재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 학생들은 매우 똑똑할 수도 있지만, 단지 긍정적 선순환 안으로 들어갈 수단이 없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같은 논리로 지역 기반 정책은 형평성이나 복지 차원의 접근이 아닌 사회 전체적 효율과 후생 측면에서 당위를 설명한다.
주의사항(caveat)
각 나라의 발전 단계에 따라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나 중국에서는 경제 발전이 핵심 지역을 넘어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보인다. 어떤 공간 단위를 보느냐에 따라 수렴 또는 집적이 나타날 수도 있고 반대 현상이 관측될 수도 있다. 발전 단계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저소득 국가는 높은 지역 불균등, 중소득 국가는 균등(수렴), 고소득 국가는 불균등이 관측된다(Lessman & Seidel, 2017).
* 참고: Lessmann, C., & Seidel, A. (2017). Regional inequality, convergence, and its determinants–A view from outer space. European Economic Review, 92, 11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