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반 정책 - 2.

지역 기반 정책 강의를 듣기에 좋은 시기다.

by 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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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 정책 강의를 듣기에 좋은 시기다.


2025~2026년의 최대 이슈인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글로벌 교역 위축과 공급망 재조정을 유발할 것이다. 글로벌 단위에서 뿐 아니라 국가 내부에서도 지역 정책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한국은 이미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거시적 변화를 보면 지역 불평등(혹은 지역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게 2016년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아래에 수업 내용을 빠르게 정리.




지역 격차를 줄여야 하나?”의 두 진영 (1주차 Reminder)


(1) No

신고전파(공간균형/특정 균형 논리):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으므로 정부개입 불필요.

집적경제 옹호(agglomeration economics): 지역 불평등은 국가 효율의 ‘대가’. 핵심 도시권에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는 이동·연결로 대응하라는 논리 (World Bank의 논리이기도 하다).


(2) YES

지역화된 시장실패를 고치기 위한 개입 필요.

핵심은 “성장 vs 지역 형평”이 항상 trade-off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낙후 지역은 잠재력(생산가능경계선 아래에 머무는 미활용 잠재)이 있고, 이를 끌어올리면 정책이 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입장(hidden potential in all places).


경제 효율을 넘어: ‘기회 형평’이라는 다른 정당화

경제학은 효율을 우선하지만, 공공정책의 기준은 효율만이 아니다.

효율은 권리·형평 같은 다른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예: 소수자 보호는 파레토 기준으로 비효율일 수 있음).


(1) 효율 vs 평등: 어디에 균형을 둘 것인가

완전한 결과 평등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의 자유(더 일하고 더 벌 자유 등)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가 ‘정당한 불평등’을 허용하는가”가 질문이 된다.


(2) Rawls: ‘무지의 베일’과 공정한 기회

Rawls(1971)의 요지는 단순하다.

내가 어디에서, 어떤 계층으로 태어날지 모르는 상태(veil of ignorance)에서 사회 규칙을 설계한다면, 누구나 최악의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고려해 “최하층의 지위를 개선하는 원칙”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a) 공정한 기회(fair equality of opportunity)

(b) 결과의 격차는 허용되더라도, 그것이 최소 수혜자에게 이익이 되는 범위에서만 정당화


이 논리를 공간에 적용하면, 지역 기반 정책은 “총산출을 최대화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태어난 곳 때문에 기회가 구조적으로 차별되는 상황을 완화하는 장치가 된다(비용효율성이 낮더라도 ‘정의’의 관점에서 우선될 수 있음).


“태어난 곳”이 기회를 바꾼다는 경험적 근거

형평 논리는 추상에 머물지 않는다. 기존 연구들은 출생지/거주지와 상향 이동성의 상관(또는 인과)을 보여준다.


(1) 미국: Raj Chetty 교수의 연구와 ‘이동 기회의 지도’

연구 결과, “어디서 태어났는가”가 상향 이동성과 강하게 연결된다.(지역별 차이가 크다).

Moving to Opportunity*(MTO) 결과, 어릴 때 더 나은 동네로 이동하면 성인기 교육·소득 등 성과가 개선되며, 특히 어린 시절 노출이 더 큰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였다.


* 1994년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가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과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시행한 대규모 주거 이동 무작위 실험


(2) 영국: 출생지의 실업 충격과 장기 효과

1970년대 고실업 지역에서 출생한 사람은 성인기 소득이 유의미하게 낮다.

경제 변수뿐 아니라 동성애·성역할·재분배 선호·정당 지지 같은 태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3) 왜 이런 ‘place effect’가 생기나: 가능한 5가지의 경로(메커니즘)

역 공동체 사회화(하위문화)

외부의 낙인(stigmatisation)

공공서비스·학교 노출

사회관계망(강한/약한 네트워크)

공간적 미스매치(일자리-거주 불일치 등)


→ Michaelmas Term PGR02 강의 중 Social Mix 내용에서 배운 것과 같다. 거주지역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의 경로는 다양할 것이나, 위 5개 경로에 대부분 포섭된다.


형평 논리의 함정: “장소를 돕는다고 사람이 자동으로 좋아지나?”


낙후 지역에 돈을 투입하더라도 그 지역의 가난한 사람이 실제로 이익을 보는지는 미지수이다. 지역에 투입된 자원은 지역 엘리트·역량 있는 행위자에게 포획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장소 기반”이 아니라 “사람 기반(people-based)”으로 가난한 개인을 직접 타깃하는 정책이 더 낫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또 하나 고려할 사항은 집행 역량(governance/administrative capacity) 문제다. 낙후 지역일수록 집행 역량이 낮아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쓰일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정치적 함의: “공간 격차는 정치적으로 위험해졌다”

지역 격차는 정치적 불만·포퓰리즘과 엮이고 있다. 2016년은 브렉시트 투표 가결와 트럼프 당선이라는 대형 사건이 있던 해이다. 이는 소외된 지역의 주민을 타겟으로 하는 “미래가 없다고 느끼는 장소의 분노” 프레임(‘places that don’t matter’)이 성공한 사례라 볼 수 있다.


(1) 포퓰리즘은 단일 현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엘리트 vs 일반인 구도가 자주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으나, 급진우파/좌파/비자유주의/반기성 등 유형이 다르다.


(2) 수요(demand)와 공급(supply)

공급 측: 소셜미디어(에코챔버*, 허위정보), 정치적 기업가(혹자는 브렉시트를 주도한 Nigel Farage를 예시로 들기도 한다. 기회를 포착해 플랫폼을 만드는 행위자로서의 정치인)


* 반향실 효과(反響室 效果, 영어: echo chamber)는 뉴스 미디어에서 전하는 정보가 해당 정보의 이용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신념만으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증폭 및 강화되고, 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적으로 되풀이하여 수용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


수요 측: 왜 유권자가 반기성·포퓰리즘에 끌리는 이유는 공간경제, 지역적 충격과 관련되어 있다.


지역 불만의 ‘공간적’ 경로: 긴축·무역·자동화·인식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그리고 인지된) 쇠퇴”가 정치적 반발과 더 잘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1) 영국: 긴축(austerity)과 브렉시트

연구에 따르면, 2008 이후 복지 삭감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었고, 그러한 지역에서 영국독립당(UK Independence Party: UKIP) 지지와 Leave 투표가 증가했다.

이에 근거하여 “긴축이 없었으면 Leave가 6%p 낮아 Remain이 이길 수도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2) 유럽 전반: 반(反)EU 정서의 확산과 ‘상대적 쇠퇴’

그리스 등 긴축 타격이 큰 나라에서 반 EU 정서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정서는 개인 특성(연령·교육·소득)뿐 아니라 지역 맥락(장기 침체·농촌성·상대적 쇠퇴)과 연결된다.


(3) 무역 충격(China shock)과 우경화

무역 개방이 총산출을 늘려도 지역·계층별로 승패가 갈린다.

연구에 따르면, 지역이 중국 수입 경쟁에 더 노출될수록 우파 보호주의/경제민족주의 지지가 증가했다. 영국에서도 지역별 노출 차이가 Leave 득표를 밀어 올렸다


(4) 자동화(로봇) 충격과 정치 선택

연구에 따르면, 제조업 블루칼라 일자리의 감소가 특정 지역에서 정치적 반발을 자극했고, 미국 2016에서 트럼프 득표와 연결되었다.


(5) 인식(perception)

객관 지표보다 주관적 인식이 정치 결과에 더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정당성(이념)·개인적 곤궁이 “내 지역이 망한다”는 인식을 형성한다.

주관적인 인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물리적 단서로 하이스트리트 공실(번화가 상점의 빈 점포)과 같은 가시적인 쇠퇴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도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거리를 걷다가 발견하는 주택 간 격차를 통해서도 불평등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


또 하나의 공간 균열: 도시-농촌(그리고 도시 내부의 경사)

지역(북-남)만이 아니라 도시 vs 농촌이라는 다른 축도 중요하다.

미국은 대도시권이 민주당, 농촌이 공화당으로 정렬되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 상관관계는 소득·학력 등을 통제해도 관측된다.

유럽에서도 ‘농촌과 교외의 반발’(예: 프랑스 Gilets Jaunes –노랑조끼 운동: 2018년 11월 프랑스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발하여 자가용 의존도가 높은 지방 시민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민중 시위)이 있다.


그렇지만 도시 내부도 단일하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중심도시 대비 교외/소도시/농촌으로 갈수록 정치 제도·EU에 대한 신뢰, 민주주의 만족, 공공서비스 만족이 떨어지는 “그라데이션”이 관찰된다.


다만, 삶의 만족(life satisfaction)이 항상 같이 낮아지는 건 아니고, 오히려 “삶은 괜찮은데 공공서비스·정치에는 불만이 있는” 등의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Caveat: 경제만으로 설명하면 부족할 수 있다

위는 경제적(공간적) 불안이 정치적 반발을 만든다는 논리를 설명했지만, 또 다른 시각은 문화적 반동(cultural backlash)으로 이를 설명한다.


Norris & Inglehart*(2019): 고령·토착 다수 집단이 자유주의적 가치·다양성에 소외감을 느끼며 반발하는 현상으로 설명. 다만 문화는 빨리 변하지 않으므로, 경제 침체가 잠재된 문화 갈등을 활성화하는 트리거일 수 있다는 식으로 절충 가능성을 열어둔다.

* World Value Survey로 유명한 그 학자들이다. 행정고시 행정학에서 배우던 때가 떠오른다.


Margalit(2019): 경제 요인은 선거 결과를 48→54처럼 기울게 만들 수는 있어도(Outcome significance), 왜 애초에 그런 정서를 갖게 되었는지(Explanatory significance)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수업 결론

시장의 힘은 여러 나라에서 공간적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지 경제 효율 문제가 아니라 형평(기회), 정치·사회적 응집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공공정책은 이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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