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때는 출장 때문에 서울역을 자주 오간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올해는 서울역이 지어진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일제시대 지어진 이 건물은 철도망의 중심지로 설계되었다.
루체른역, 암스테르담역, 도쿄역 등을 모델로 삼아 다양한 형식이 섞인 절충주의 양식과 돔 지붕, 붉은 벽돌 외벽이 특징인 이 건축물은 한국 근대 건축사에서도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서울역은 1922년 착공, 1925년 준공되었다. 설계에는 일본 도쿄대 건축과 교수였던 츠카모토 야스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총괄 건축가는 불명이다. 건립은 만주철도회사가 주도하였다.
건축적 특징은 좌우 대칭 구조, 중앙 비잔틴 양식의 펜던티브(돔의 무게를 나누어 받쳐주는 곡면 삼각형 구조)와 돔, 입구 상부 반원형 아치 창, 붉은 벽돌과 백색 화강암 마감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르네상스 양식을 기반으로 한 본격 서양식 철도역 건축이다. 서울역은 1981년 사적 제284호로 지정되었다.
신 서울역사(현 서울통합민자역사)는 2004년 KTX 경부선 개통과 함께 개관하였다. 아키플랜종합건축가사무소에서 설계를 맡았고, 곡선 유리 외관과 대형 아트리움, 동서 연결통로와 지하 환승광장 등 복합교통거점 기능을 수행한다. (2004년 준공식 보도자료)
서울역은 해방 이후에도 변함없이 도시의 중심이었다.
전국 철도망이 집결하는 수도권의 진입지점이자, 수많은 인파와 사연이 교차하는 상징적 장소였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도시 축선과 철도망이 맞물리는 지점으로 기능했다.
1900년 경인선, 1905년 경부선, 1921년 경의선이 잇따라 개통되면서 전국 철도망이 집중되었다.
1974년 지하철 1호선, 1985년 4호선 개통으로 도시철도 연계가 시작되었고, 2004년 KTX 경부선 개통과 함께 고속철도 정차역으로 편입되었다. 이후 용산역과 수서역(SRT)으로 일부 기능이 분산되었으나, 서울역은 여전히 공항철도, 경의선, KTX 호남선·강릉선, 그리고 2024년 개통된 GTX-A의 중심 허브로 기능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GTX B·C 노선과의 연계도 예정되어 있다.
서울역은 1990년대 후반 이후 KTX 개통과 신역사 준공, 구 역사 복원(문화역서울284), 고가도로 철거와 서울로7017 조성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을 거쳤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서울역과 그 주변 공간은 역사적, 기능적 위상에 걸맞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
역 광장은 주변과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시민의 휴식과 교류보다는 단절과 소외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날은 특정 주장이나 활동이 그 공간을 점유하고, 어떤 날은 관리되지 않은 채 공백으로 남아 있다.
서울시는 북부역세권 개발사업과 공간기획 국제공모 등을 통해 서울역 일대 재구조화를 모색 중이다.
코레일도 옛 서울역사 100주년을 맞아 국가유산청과 ‘역사성 회복과 가치 확산’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보존을 넘어, 다시 써야 할 시점이다.
서울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수도 서울과 국가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공간이다.
이 장소가 앞으로는 보다 품격 있고, 의미 있게 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