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터페이스, 첫 번째 이야기
GUI(Graphic User Interface)는 혁명이었다.
명령어 입력 없이도 사람들은 마우스로 클릭하고 드래그하는 것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니 컴퓨터 대중화도 더 빨라졌다.
다른 UI 형태인 대화형 인터페이스도 오래전부터 발전해 왔다.
1966년 정해진 응답대로 답하던 챗봇 심리 치료사, ELIZA
1980년대 전화로 음성을 듣고 월하는 동작의 번호를 누르던 IVR(Interactive Voice Response)
2010년대 아이폰 Siri와 스마트스피커 Alexa
그리고 2022년 ChatGPT까지.
그러면 GUI와 CUI 중 어떤 UI가 더 편할까?
우리가 더 익숙한 GUI부터 살펴보자.
신규 가입자는 아래 화면을 보고 각 버튼의 동작을 예상할 수 있을까?
앱을 자주 사용한 사용자는 직관적으로 위치를 찾을 수 있지만, 처음 가입했거나 오랜만에 들어온 사용자는 이 앱의 UI를 학습해야 한다.
한 화면에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하다 보니, 아이콘이나 버튼 이름은 짧고 간결해야 한다.
결국 의미는 압축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은 사용자의 책임이다.
“점 세 개” 아이콘이 메뉴인지, 더보기인지, 옵션인지 처음 보는 사람은 모를 수 있다.
심지어 같은 아이콘도 앱마다 다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한은행은 쉬운 버전을 나눠서 제작했다. 하지만 모든 앱이 이렇게 버전을 나눠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는 정보 탐색의 깊이다.
원하는 기능을 찾기 위해서는 화면에 많은 요소를 훑어보고 원하는 기능이 있을 법한 버튼을 선택해야 한다. 원하는 내용이 없다면 여러 계층을 탐색해야 할 수 있다.
만약 여러 차례 버튼을 눌러 진입했다면 다시 메인으로 나오기 위해 뒤로 가기를 반복해서 눌러야 한다.
피로도가 쌓이기 쉬운 형태인 것이다.
기능성과 탐색성간의 딜레이는 GUI에서 더 부각되는 문제다.
우리는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화면을 제공할 수 없다.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을 높이지 않고 화면을 계속 추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로 맞춤화와 검색, 숏컷 제공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결국 보조 기능일 뿐이다.
송금 기능을 잘 쓰던 도중, 어느 날 30명에게 돈을 송금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우리는 금액을 직접 입력하고, 계좌 번호를 입력하고, 버튼을 눌러 송금해야 하고, 이 과정을 30번 진행하게 된다.
이런 사용 케이스가 늘어나면 다중 전송 기능을 추가해야 하는데, 기존 UI로는 기능 요구사항을 담을 수 없어서 UI부터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GUI는 정해진 UI 외의 행동은 지원하지 않으며, 기능을 추가한다고 해도 전체 UI에 영향을 준다. 다른 기능과의 관계를 조정하며 충돌하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사용자의 맥락이 다양해지고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GUI는 점점 더 많은 사용법을 학습하게 만들고, 복잡한 요구사항을 담기 어려워지고 있다.
GUI는 사용자가 버튼, 메뉴, 탭 등의 UI 규칙을 익혀야만 제대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사람이 원래부터 사용해온 언어로 작동한다.
"30만 원 송금해줘"
"이번 달 소비 분석 보여줘"
사용자는 기능 구조나 UI 배치를 몰라도 원하는 작업을 바로 시도해볼 수 있다.
GUI는 화면 수가 늘어날수록 복잡해지고, 인지 부담도 증가한다. 반면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대화창 하나와 필요한 시각 요소만으로 맥락에 따라 다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다중 작업이나 조건부 로직이 추가되어도 기존의 UI와 충돌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능에 대한 추가만 필요하다.
이런 명령은 GUI에서라면 30번의 클릭과 입력이 필요하지만, CUI에서는 한 문장으로 처리할 수 있다.
CUI는 단순한 명령 처리뿐 아니라, 사용자의 이전 대화 맥락, 시간, 행동 패턴 등을 고려해 다양한 맞춤형 요소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엔 외식 좀 줄이고 싶어"
→ "지난달 외식 소비는 총 21만 원이었어요. 목표 예산을 설정해볼까요?"
이처럼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기존 GUI로는 구현하기 어렵다.
GUI는 기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CUI는 감정을 인식하고, 공감하며, 사람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오늘 좀 힘들었어.”
→ “고생 많았어요. 조용한 음악 틀어드릴까요?”
이는 단순히 기능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넘어, 사용자와의 관계를 맺는 인터페이스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 UI의 중심이 GUI에서 CUI로 옮겨가는 시기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물론 GUI는 시각적 명확성과 즉각적 피드백이라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CUI는 복잡성을 줄이고, 사용자 경험의 인간화라는 측면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GUI와 CUI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다. 앞으로 더 많은 서비스에서 두 형태를 하이브리드로 결합한 형태가 주류가 될 것이다.
몇십 년간 IT업계를 이끌어온 GUI는 분명히 강력한 기반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언어로, 사용자의 맥락에서, 공감하는 대화를 주고받는 CUI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우리는 지금 UI 패러다임 전환의 입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