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앞에는 늘 군중이 모였다. 그러나 그 군중은 대개 무언가에 분노하거나,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구호가 울리고, 최루 연기가 퍼지던 자리. 광화문 광장은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열망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2026년 3월 21일, 그 자리에서 BTS의 노래가 울렸다.
이번 앨범의 이름은 '아리랑'이다. 그 이름 안에는 130년 전의 기억이 담겨 있다. 1896년, 일곱 명의 조선 유학생이 태평양을 건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미국 워싱턴의 하워드 대학교. 인종차별로 백인 대학의 문이 닫혔을 때, 흑인들을 위해 세워진 그 학교만이 그들을 받아들였다. 그 자리에서 아리랑이 녹음됐다. 미국 민요학자 앨리스 커닝햄 플레처 등이 그 소리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로부터 130년 뒤, BTS가 그 이름을 앨범에 새기고 광화문 무대에 올랐다. 경복궁의 처마선이 뒤로 흐르고,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이 그 장면을 함께 봤다. 한국의 문화는 이제 수출품이 아니라 뿌리를 드러낸 생명체처럼 세계 앞에 섰다.
군 복무를 마치고 어렵게 돌아온 그들의 귀환도 하나의 은유였다. 의무를 이행하고 다시 세계 앞에 서는 것, 수십만 명이 모인 광장은 질서정연했고, 그 안의 모든 것이 달라진 한국을 말하고 있었다.
광화문은 오랫동안 저항의 언어로 말해왔다. 이제 그 광장이 새로운 문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방인으로 구슬프게 노래하던 목소리들이, 세계를 이끄는 노래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어느 언론학 박사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