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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크레용 Dec 29. 2021

아들의 사춘기 3

아들의 큰 그림.

6학년 졸업을 일주일 남겨둔 아들. 어릴때 심하게 예민한 아들이라 사춘기는 오히려 순둥하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내 헛된 기대였다. 요즘 유난히 삐딱한 아들. 사춘기라 그런거겠지만 아들의 사춘기로 가족들이 너무 상처를 받는다. 특히 7살 동생은 매일 눈물 바람이다. 실연당한 사람 처럼 오빠를 잃은 딸의 슬픔은 곁에서 지켜보는 어른에게도 너무나 눈물겹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딸이 견뎌내야하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동생을 대하는 아들이 너무 무례하다. 그런 무례함에 가볍게 주의를 주긴 했지만 애미의 그런 자잘한 잔소리는 이제 아들에게 영향력이 1도 없다. 엄마와 정한 몇 가지 규칙을 지키고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누리자는 합의에서도 자유만 챙기고 규칙은 갖다버렸다. 책임은 없고 권한만 갖겠다는 아들. 하나 하나 야단을 치기에도 유리같은 사춘기의 멘탈이라 욕심껏 잔소리를 할 수도 없고, 더이상 애미가 가진 힘을 보여주면서 강하게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그렇게 벼르다 벼르다 또 아들과 또 날을 잡았다.



영향력


먼저 아들에게 엄마인 내가 생각하는 가장 궁극적인 그림을 그려 보여주었다.

" 엄마는 엄마가 생각하는 가장 먼 곳에 선을 긋고 서있는데 너는 이 선 마저 무시하고 있는것 같아서 엄마는 화가나기도하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나는 엄마로써 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에 선을 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으니 일단 아들이 느끼는 엄마의 영향력의 선을 체크하려고 했다.


엄마가 생각한 영향력에 대한 그림




아들과 엄마가 정한 규칙


하교후  1시간 30분 동안 공부방 수업을 시작한 아들이라서

평일에는

공부방 수업에 충실하고 선생님 과제만 잘 마친 후

10시 30분 까지 게임이든 유튜브든 자유롭게 하다가 잔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토요일 일요일 이틀동안

독해 4장과 과학 한챕터( 약 4-5장) 을 집중해서 잘 ~~~ 마친 후

자유시간.

단 주말에는 8시까지만 핸드폰이나 패드 등 미디어를 활용하고

8시 이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11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이정도는 애미가 그릴 수 있는 우주의 끝에 선이 었다.


중간 중간  들여다 보는 것을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아들이라서

한 없이 편안해야하는 집에서  

괜히 눈치보며 숨막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엄마와 아들이  진지하게 합의해서 둘 다 꼭 지킬 수 있는 선을 그었었다.



아들은 대부분의 날 너무 잘 지켰다.

애미도 아들과 약속을 꼭 지키기 위해

안간 힘을 내 참았다.

그러나

종종

 아들은 시간을 넘기거나

숙제를 대충 하는 시늉만 해서 던져두고

자유시간만 즐기려했다.

어떤 날은 약속한 시간 이후에 당당하게 핸드폰을 들고 들어가기도 했다.



" 엄마가 더 멀리 선을 그려야 하니?"

" 아니요.. 지금 충분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엄마와 생각이 달라요 "

하며 펜을 들더니

이런 그림을 그렸다.

아들이 생각한 영향력에 대한 그림




아들이 그린 그림에는 엄마의 영향력이 전혀 없는 무제한 구역이 있다.



" 저는 엄마의 영향력이 전혀 없는 이 정도 공간이 필요해요 "


생각지 못한 아들의 그림에 잠시 당황했다.


'아..... 이렇게 양심도 없이..... 욕심이 끝이 없는게 사춘기인가? '라는 생각이 먼저 스쳤지만

다행히...... 아들에게 말로 뱉어내지 않았다.



"엄마는 생각이 다르다. 엄마는 지금까지 네가 한 걸 봐서는 이 공간이 생겨도 너는 만족하지 않을 것 같아''





화를 내지 말고 믿음을 가져봐.


''아들아 동생이 너를 귀찮게 하는 악마같고 엄마는 간섭쟁이, 아빠는 잔소리꾼 같이 느껴지는게 사춘기지만 그건 너를 너무 외롭게 하는 생각이야. 화를 내지 말고 믿음을 가져봐"



"??? 주제가 벗어난 거 같은데요????''

" 그렇지 않아.. 잘 들어봐''





스타벅스 쿠폰에 파묻히다.


아빠가 스타벅스 커피를 너무 사랑할때 일 기억하지? 아빠는 한 동안 스타벅스 커피에 푹 빠져서 사람들에게 스타벅스가 아빠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말하고 다녔어. 그때 아빠를 아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아무날도 아닌데 스타벅스 쿠폰만 생기면 아빠에게 선물하고 이모도, 고모도, 심지어 너도 아빠에게 스타벅스 쿠폰을 선물했지... 그때 그 사람들은 그저 아빠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듣고 조금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 뿐이지만 아빠가 쏘아올린 스타벅스 사랑은 그렇게 다 먹어 치울 수도 없는 양의 스타벅스 쿠폰으로 돌아왔어. 하지만 만약 아빠가 다르게 표현했다면 누구도 이런 반응을 보내지 않았을거야. "여기 커피는 너무 써" "이 커피는 맛이 왜이래?'' 같은 불평만 했다면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가깝게는 네 동생, 엄마, 아빠. 멀리는 온 우주가 네가 행복의 주문만 외치면 최선을 다해 너의 행복을 돕고 싶어하고 있어. 그러니까 하기 싫은 일, 귀찮은 일, 기분 나쁜 일들이 너를 지배하게 두지 말고 아주 단순하지만 큰 힘을 가진 주문을 외워봐.



숙제 때문에 지금 하고 싶은 게임을 못한다는 생각보다.

" 숙제를 하고 얼른 게임을 하자!"


동생이 자꾸 찾아와 귀찮게 할때는

''동생에게 지금 바쁘다고 대답하고 숙제를 계속하자! "


엄마가 네 마음을 이해 못한다며 원망스러울때는

" 엄마에게 섭섭하다고 말하고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요구하자"





이렇게 나쁜 생각과 감정을

단순한 주문으로 바꾸다 보면

엄마의 영향력이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 보이기 시작할 거고

니가 원하는 만큼의 무제한 적인 공간도 갖게 될 거야.

행복한 주문을 만들고 있는 곰


''너는 이미 엄마가 꿈꿔온 완벽한 아들이야. ''

" 설마요"

'' 만약 너에게  아침에 일어나 루이 배변산책을하고, 우리집 냥이 밥을 챙겨주고 , 길냥이 밥도 채워주고, 주말이면 재활용을 하는 아들이 있다면 어떨 것 같아? "



아들은 이내 치켜뜬 눈을 내려 깔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침대를 꽉 채울 정도로 몸이 커버린 아들이지만

내 눈에는 아직 7살 딸과 다르지 않다.

다 컸다며 제 목소리를 내다가도

아직은 아기처럼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자기의 이야기와 칭찬을 들으면 마음이 녹아버리는 아들.


사춘기.

고슴도치 같은 가시를 세우고

절대로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면서도

혼자인 외로움이 아직은 두려운 시기.

아들은 지금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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