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좋니?

당신의 노래가 1위를 한 이유

by 전성배

※음악과 함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출처: https://youtu.be/jy_UiIQn_d0)※ 모바일 화면으로 재생시, 재생버튼을 누른 후 우측 하단의 ↗↙버튼을 누르면 본문으로 되돌아가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괴롭히던 여름이 의외로 매가리 없이 떨어져 나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치레 같던 입추立秋가 올해는 힘이라도 키워 온 모양이다. 절기를 넘어서자마자 선선한 바람을 불러드렸다. 고개를 왼쪽으로 약간 꺾고, 눈은 평소보다 조금 더 크기를 키워 의문 가득한 표정을 얼굴에 드러냈다. "뭐, 좋다. 이 가을을 예년보다 좀 더 길게 느낄 수 있으니."


비가 어제부터 끊임없이 내리고 있다. 그칠 일은 없다는 듯, 강약을 조절하며 쉼 없이 내린다. 하루 종일 하늘은 흑백이다. 덜 빠진 새벽 물이 하늘에 그대로 퍼져 있는 하루 중, 빗소리가 고스란히 집안으로 들어오는 아침이었다. 벽도 바닥도 온통 비를 따라 울고 있었다. 위로가 필요해 보인다. 사람도 사물도 사랑도 위로가 필요한 날인 듯하다. 음악 스트리밍 어플을 켜 재생 목록에 있는 노래를 재생하려 했다. 음악만 한 위로가 또 없으니.


한데, 어플을 실행하면 메인화면에 뜨는 차트에 당신의 노래가 보였다. 나온 지 거의 두 달이 다되어가는 곡 '좋니'가 1위에 위치해 있었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듣고 싶은 음악을 실시간으로 듣는 방법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뿐이었다. 그 외에는 원하는 음원을 찾아 다운을 받고, 검지 손가락 정도 되는 기다란 MP3에 담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가장 먼저 '문자''음악 감상'의 영역이 시대의 흐름에 따랐다.


업체는 스마트폰의 출시와 동시에 '음악 스트리밍'서비스를 게시하면서, 실시간으로 가요 차트와 원하는 음악을 찾아 재생목록에 추가만 하면 손쉽게 들을 수 있는 편리함을 제시했다. 하나, 편해진 만큼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행복한 고민을 잃게 되어 버렸다. 과거 MP3는 제한된 용량 탓에 듣고 싶은 음악이 수십수백 개라도 추리고 추려 담아야 했으니, 기기 안에 담긴 곡 하나하나의 의미는 불편함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음악은 해변에 들이치는 밀물과 썰물처럼, 금세 들어와 금세 잊힌다. 근데 당신의 노래가 보란 듯이 1위를 한 것이다. 흔히들 하는 말로 차트를 '역주행'하고 있었다.


1위를 한 이유


패션, 음식, 음악, 영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는 어제보다 오늘 더 트렌디해야 하며, 오늘보다 내일을 더 앞서야 하는 관념 속에 빠져 흐르고 있다. 소비자는 각자 소지한 스마트폰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내비치기에, 업계는 늘 서슬 퍼런 날을 들고 "좀 더 멋스럽고 대단한 걸 보여줘"라며 억압하는 대중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 속에서 그의 음악은 어떨까?


1월부터 6월까지, 오르막길처럼 주옥같은 명곡을 만드는 윤종신은 그만의 음악적 색깔과 철학이 배어든 노래를 내밀지만, 젊은 대중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1위에 뜻이 남다들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윤종신의 좋니'는 1위를 탈환 것이다.


'좋니'는 이미 '지니'와 '벅스'에서 여러 차례 1위를 할 만큼 인기 있는 곡이다. 특히 새벽 시간대에 스트리밍 횟수는 다른 노래를 상회한다. 다만 아침이 되면 그 순위가 금세 바뀌었기에 눈에 띄지 않았을 뿐.


하지만, 휴일이었던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 만큼 사람들의 감수성이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그의 노래가 부채질을 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이것이 윤종신만이 가진 저력.


모두가 잠든 새벽에는 자신의 숨소리는 물론, 속말마저 들려온다. 그 소리는 자신의 아픔을 약 없이 이겨내야 하는 시련을 낳으며, 이 고난은 비 오는 날도 예외 없이 주어진다. 우는 이 앞에 서면 코가 찡해지는 것처럼, 오열하는 하늘 아래 우리는 울고 싶어 져 버린다. 그런 날일 수록 그의 노래는 약처럼, 등을 다독이는 손바닥과 같은 위안을 갖고 있기에, 온종일 하늘이 우는 오늘 1위를 한 것이다.

윤종신 - 좋니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의 윤종신. 아무리 위대한 가수도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점점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이 숨이 차고 벅차며, 편히 질렀던 발성이 쉽지 않게 되어버린다. 그 사실은 당신도 피할 수 없으나, 어떠한 다름이 느껴진다.


당신이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를 때면, 매번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가사와 붉어지는 얼굴, 목소리와 숨소리에서 무엇인가 다름이 느껴진다.


진실로 성숙한 가수의 음악을 듣는 듯하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도, 노래의 진행에 특이한 변수를 넣지도 않는다. 되려 정석의 발라드라 할 정도로 마라톤을 하듯, 천천히 가사를 뱉으며 절정에 다가가 아꼈던 에너지를 쏟아붓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더 강하게 가슴을 친다. 평범한 가사는 더 많은 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담담하게 말하다 호소하는 듯한 절정으로 듣는 이를 울려버리니 말이다. 간결한 그의 노래는 더 크게 사람을 울린다.


쿨할 수 없는 사랑


노래는 헤어진 연인의 새로운 사랑에 응원을 보내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어리숙 하지만 솔직한 감정을 그리고 있다. 가사의 주인공은 "괜찮다, 행복하길 빈다"라 말하지만, 조금은 그녀가 불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친다. 그렇게라도 사랑스러웠던 그녀가,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자신을 그리워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녀의 소식을 들은 날이면, 그날을 견디기 버거운 남자의 이야기를, 윤종신은 특유의 깊은 호소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음악 '좋니'는 가사와 과하지 않은 악기의 사용, 윤종신의 보이스가 한데 어우러져, 듣는 이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무형無形의 힘을 두르게 되었다.


나는 유독 윤종신의 음악만큼은 라이브 영상으로 보며 느끼는 편이다. 그의 호소와 애절함이 녹아든 음원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가 노래를 소화하는 무대에서 표출하는 힘이 있다. 음원이 가슴을 두드린 다면,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두드려 불러낸 리스너를 울리기 때문이다.


당신의 그리움을 극적으로 야기하는 노래 '윤종신의 좋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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