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자신의 책 <코스모스>를 통해 우리는 코스모스cosmos에서 태어나 코스모스로부터 시작된 존재라 말했다. 즉, 우리는 우주와 함께 시작된 존재이며 우주에서 왔으므로, 지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지속적인 별에 대한 탐구와 갈망은 그리움에서 비롯된 합리적인 행위였음을 말했다. 아울러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별에서 온 그대라며, 우리의 의의와 존재의 의미를 거대하게 말하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그저 티끌에 불과한 존재임을 말했으니, 그 증거로 '창백한 푸른 점'을 보여주었다. 수 십 년 전 발사된 탐사선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떠나기 직전 칼 세이건은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게 보이저의 카메라를 지구로 돌려 사진을 찍기를 청했고, 어렵게 설득한 끝에 얻어낸 사진 안의 우리 지구는 그저 창백하고 푸른 하나의 점 혹은 먼지에 불과했다.
여기가 우리의 보금자리고 바로 '우리'입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알고 우리가 들어 봤으며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살았습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 우리가 확신하는 수천 개의 종교와 이념, 경제 체제, 모든 사냥꾼과 식량을 찾는 사람들 모든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농부, 모든 사랑에 빠진 연인,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촉망받는 아이,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스승과 부패한 정치인, 모든 슈퍼 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이 태양 빛 속에 떠다니는 저 작은 먼지 위에서 살다 갔습니다.
지구는 '코스모스'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입니다.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아주 잠시 동안 저 점의 작은 부분의 지배자가 되려 한 탓에 흘렸던 수많은 피의 갈등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의 한 영역의 주민들이 거의 분간할 수도 없는 다른 영역의 주민들에게 끝없이 저지르는 잔학 행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이 얼마나 자주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며 얼마나 열렬히 증오하는지….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창백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의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전한 우주 속 우리의 진실을 들은 뒤, 지금까지도 나는 우리의 미천한 존재감을 통감한다. 우리의 모든 갈등과 충돌, 원초적인 욕망과 심지어 살아 숨 쉬는 그 자체마저도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는 결국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찰나의 찰나라는 것에 모든 교착에 대한 무의미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은 어리석은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진실이 어떻든 우리는 이 작은 행성 위에서 수많은 날을 생존한 인류이며, 역사 속 우리의 모든 교착이 현재의 세상을 구축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칼 세이건이 진정 말하고자 했던 것은 미천한 인간의 존재감을 상기하고 무념무상으로 빠져 들라는 건 아닐 것이다. 그는 코스모스속 우리의 위치를 자각함으로써 작디 작은 것을 뺏기 위해 폭력과 살인을 서슴지 않았던 과거의 잔학함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침략과 약탈을 일삼았던 과거의 어리석음이 후대에도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하려 했을 것이다. 모든 폭력과 살인, 차별, 혐오 등 남을 미워하고 해하려는 마음과 작은 것을 품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던 잔학한 심정을 버려야 한다고. 그를 위해 칼 세이건은 어떻게든 푸른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작은 점 위에서 뺏기 위해 아등바등한다는 건
찰나의 찰나를 살아가는 제 자신부터 가여워지는 일이니까.
혼탁해진 삶을 갈무리할 시간, 전자 수필집《삶의 이면》전성배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