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삼산 시장과 남촌 시장의 간극

by 전성배

비가 내리는 오후. 오랜만에 추적추적 꽤나 짙은 비가 내리는 날입니다. 소식으로는 이 비가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이라 하는데부디, 농산물을 업으로 하는 분들과 더불어 날씨에 영향을 받는 모든 업종의 종사자분들이 무탈하게 이 장마를 보낼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오늘은 경상북도 군위군에서 자두 농사를 짓는 농부님과 전화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어 질문지를 준비하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중도매인분의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삼산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중도매업을 하시는 해당 사장님께서는 오는 7월에 맞춰, 올 초 새롭게 오픈한 인천 남동구의 남촌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이주를 결정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아울러 몇몇 중도매인분도 이미 이주를 확정했거나 고민 중에 있다는 말씀을 더하셨죠.


저는 순간 멍해졌습니다. 이 같은 이주가 뜻하는 바가 한 시장의 퇴락의 징조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인천에서 도매시장을 이용해 보셨던 분들이라면 남촌 농산물 도매시장이 인천 터미널 앞에 위치한 구월 농산물 도매시장이 오랜 시간 준비한 최대·최신의 농산물 유통 센터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기존 구월과 비교해 3배가 넘는 규모로 확장된 시장이다 보니 중도매인과 소비자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고, 해당 시장에서 도매 법인을 운영 중인 4개의 회사는 모두 남촌 시장의 오픈과 함께 서울의 강서시장과 가락시장의 거대한 규모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내디딜 것임을 대내외적으로 표출하고 있죠. 그래서 각 도매법인의 사이트에만 들어가 봐도 신규 경매사와 중도매인을 대규모로 모집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존에 부평구 삼산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삼산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남촌 시장이 구월 시장이던 시절부터 이미 삼산 시장은 구월에 비해 거래 규모와 품질 면에서 모두 못 미치는 시장이었습니다. 품질의 경우 도매 시장 유통의 특성상 농민은 거래 규모가 큰 시장에 자신의 작물을 상장시키는 것이 보다 좋은 경락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 이름한다는 농민들은 모두 대규모 도매시장으로 물량을 넣기를 희망합니다. 당연히 공급자가 많은 만큼 해당 시장의 도매법인은 품질 순으로 이를 가려낼 수밖에 없고, 여기서 선택되지 못한 작물은 점차 그 규모가 작은 시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죠. 그러니 규모가 작은 시장의 품질이 대규모 시장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며 이것이 구월에 비해 삼산 시장의 품질이 조금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농산물은 생물인 관계로 100%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매년 작황에 따라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되려 삼산이 구월보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매출 좀 한다는 일부 도소매업자들이 인천에서 영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할애해 강서와 가락시장을 오가며 거래하는 모습이 이를 방증합니다.


그렇기에 남촌 시장의 오픈은 삼산 시장의 정체. 나아가 퇴락의 위기를 앞당겼습니다. 확장된 규모에 맞춰 더욱 그 사업 규모를 키우려 하는 남촌 시장이니 기존에도 구월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삼산 시장은 더 큰 위기 맞이한 것이죠. 여기에 중도매인의 이탈과 열악한 시장 상황에 따른 서비스 질의 하락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한 지역의 농산물 유통이 한 쪽 시장으로 기우는 것은 거래의 편의성과 선택 폭의 확장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거리에 따른 일부 소비자들의 고립과 가격의 폭등, 또 다른 의미의 서비스 질의 하락이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이 균등한 권리를 갖고 각각의 위치에서 운영된다는 건 보다 많은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가격의 안정과 경쟁에 따른 더 좋은 서비스의 제공을 의미하니까요.


과거, 영등포 청과물 시장의 상인들이 강서 시장의 오픈에 맞춰 대대적으로 이동한 결과 현재는 극소수의 사업자만 남아 연명하는 것이 고작인 영등포 청과물 시장.


지금 인천에서 서울에 있던 과거의 그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과연 삼산 시장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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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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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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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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