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성배입니다. 첫 줄을 인사로 시작한 건 오랜만이네요. 지난 월요일. 드디어 의뢰받았던 초고를 완성하여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초고인지라 채워야 하거나 덜어야 할 것. 윤색해야 할 부분이 필히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초고를 보낸 뒤 담당자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다음 주에 회신을 주기로 하셨습니다. 그때 회신을 받아야 본격적인 출판의 윤곽이 드러날 것 같습니다. 진행 상황은 간간이 블로그를 통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D 그럼 이만 각설하고, 본 글의 목표였던 홍시의 이야기를 짧게 꺼내보겠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등등 무수한 수식어로 불리지만, 개인적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말을 살 찌우는 천고마비란 수식어에 마음이 기운다. 내게 가을은 여무는 계절이다. 모든 것이 가을을 맞이하면 각자가 일생의 모습 중 가장 절정의 모습을 취하니, 나는 가을을 여무는 계절이라 부르고 싶다. 온갖 과일과 곡식이 주황빛과 황금빛으로 물든다. 뜨거웠던 지난 계절의 열기가 선선한 바람에 식더니 이내 차분해지는 것을 보며, 이 또한 계절도 하나의 생으로서 무르익었다 보기로 했다. 혈기왕성했던 청년기를 지나 차분히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중년의 모습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초록으로 흔들리던 지난여름의 잎사귀가 붉게 물드는 것과 석양과 하늘, 단단하게 떠다니는 구름까지 모든 게 본연의 일생 중 가장 절정의 모습을 취한다. 그야말로 가을은 만물의 전성기다. 그리고 홍시도 가을과 함께 전성기를 맞이한 과일이다.
떫은 감. 일명 '땡감'이라 불리는 이 감은 이름 그대로 떫은맛 때문에 결코 생으로 먹을 수 없는 과일이다. 반드시 탈삽을 거쳐 이 떫은맛을 없애고 먹어야 한다. 우리가 아는 곶감과 감말랭이, 홍시 모두가 땡감을 기본으로 한 과일이다. 우리가 생으로 섭취하는 감은 '단감'으로 땡감과는 취급 방법이 아예 다르다. 단감은 생식, 땡감은 가공을 거쳐야만 한다. 그럼 이 탈삽이란 과연 무엇일까?
탈삽이란 땡감에서 떫은 맛을 내는 원인인 타닌 tannin 성분을 불용성으로 바꾸어 단맛만 남기는 가공법이다. 여기서 단맛만 남긴다를 집중해야 한다. 혹자는 타닌 성분이 탈삽에 의해 단맛으로 바뀌는 것이라 말하는데, 정확히는 탈삽을 통해 타닌이 떫은맛을 내지 못하게 바꾸는 것이다. 즉, 땡감도 떫은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맛도 갖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떫은맛이 워낙 강한 탓에 단맛이 가려졌다. 탈삽은 이 떫은맛을 거둬내고 땡감 본연의 단맛을 살려주는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외형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곶감과 말랭이처럼 쪼그라들거나 홍시처럼 물러진다.
홍시는 그 이름 외에도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반시와 연시, 연감 등이 그렇다. 모두 하나같이 연한 감을 가리키는 말이기에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상관은 없지만, '반시'는 필히 구별하여 써야 한다. 반시는 청도와 밀양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어 지역 명을 부여받고 출하되는 특산물이기 때문이다. 반시는 씨가 없고 납작한 감을 칭하는 말이다. 감을 떠올려보면 자연히 그 안에 담긴 씨가 연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지역에서 나는 감은 씨가 없고 납작한 모양을 갖고 있어, 납작하다는 의미로 <盤소반 반>을 써 '반시'라고 칭한다. 이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발생되는 종자이기에 이외 지역에서는 만날 수 없는감이다. 그렇기에 반시는 씨가 없고 납작한 감에만 국한해 사용해야 한다.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_seong_bae : 미문美文
@_siview : 농산물農産物
@seongbae91 : 페이스북
《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