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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샤 Mar 01. 2024

정리 청소 그루밍에 진심인 알파 MALE의 하루

사실 구 알파, 현 알빠

내가 스스로 지배적인 수컷을 뜻하는 알파메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그저 재수 털리는 위선일 뿐이다. 하지만 현재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내가 알파인지, 알빠인지 알 게 뭐냐.


이건 사람들이 가장 관심 없다는 일상 관련 콘텐츠지만 부업, 자기 계발, 청소, 정리, 남자 미용 및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꽤 유용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나에게 정리와 청소는 무언가를 치우고 깨끗하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그저 어떤 일을 ‘제대로 시작’ 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그리고 모든 그루밍 행위는 나는 언제나 ‘섹시한 남자’라며 호소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자기애 증폭 스테로이드와 같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유산균과 함께 따뜻한 물을 한 컵 마시고 오늘 할 일과 아침을 맞이한 기분을 일기로 기록하는, 장건강 관리와 자아성찰에 진심인, 스마트한 남자로 아침을 시작하기 위해 ‘이불’부터 갠다.


이불을 개고 유산균 및 따뜻한 물 섭취, 일기 작성에 걸리는 소요 시간 30분.

자로우 포뮬러스 유산균 1알 400원.


이후 아침 일기를 다 쓰면 공복 상태로 30분 정도 산책을 나갔다 들어오는데, 들어오면 항상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딸아이가 보인다. 그렇게 아이가 ‘우리 아빠는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청소를 하는 개 멋진 남자’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온 집안에 청소기를 돌리고 청소포로 구석구석 걸레질을 한다.


물론, 생각처럼 아이가 제대로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집 청소하는 아빠란.. 너무 멋있지? 친구들한테 막 자랑하고 싶지?’라고 진심을 다해 전달한다. 평소 나는 꽤나 자주 이런 말을 건네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 표정이 아니꼬워지는 것은 그저 나의 기분 탓일 것이다.


집 청소 시간 10분.

기본 세균 닦는 밀대 청소포 5장 400원.



그렇게 청소 후 샤워를 하고 하루종일 방구석에서 글만 쓰지만, 옷을 제대로 잘 갖춰 입고 양말까지 신은 상태에서 기초화장품 및 선크림을 얼굴과 목에 잘 바르며, 핸드크림까지 싹 다 바르고 난 다음에 가장 좋아하는 향수를 뿌린다.


드라이, 화장품 쳐발, 환복 소요 시간 10분.

이솝 아로마틱 핸드 밤 1ml 600원.

랩시리즈 올인원 로션 1ml 800원.

비오템 옴므 선크림 1ml 2,000원.

톰포드 페뷸러스 향수 0.2ml 3,000원.



이 정도만 해도 하루종일 집에만 틀어 박혀 있을지언정, 24시간 동안 스스로 섹시한 남자라고 호소하며 자기 뽕에 취하는 게 쌉 가능이다. 이렇게 일을 시작해서 50분 업무, 10분 휴식 타이머가 2 사이클 돌아가고 멈추면 바로 양배추 샐러드 100g, 닭가슴살 200g을 먼저 먹어서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한다.


그리고 바로 비타민 B와 코큐텐, 오메가 3을 먹는다.


여러 약을 덜어서 바로 꼴깍하는 데까지 소요 시간 1분.

쏜 리서치 베이직 비타민 B 콤플렉스 800원.

닥터스 베스트 코엔자임 큐텐 300원.

담백하루 초임계 알티지 오메가 에센스 700원.



영양제까지 먹었으면 탄수화물 파티를 하든, 액상 과당을 섭취하든 자유로운 식단으로 첫끼를 먹는다. 식사를 마치면 즉시 설거지를 하는데 보통 남자들은 설거지할 때 생각 없이 고무장갑부터 낀다. 하지만 그전에 식기 건조대에 남아 있는 그릇이 있다면 지금부터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그것부터 정리하고 고무장갑을 끼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주방 세제 향이 좋지 않으면 안 그래도 하기 싫은 설거지가 더욱 귀찮고 짜증이 나기 때문에 부케가르니 자몽향 같은 것을 쓰면 그나마 좀 낫다.


겁나 귀찮은 설거지를 좋은 향기 빨로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다시 50분 업무, 10분 휴식 타이머 3 사이클을 돌린다. 식사 후 업무 첫 사이클은 소화시킬 겸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일할 수 있도록 모션데스크를 최대로 올리고 진행한다.


맞춰둔 사이클이 끝나면 조금 쉬고 싶지만, 섹스를 잘해야 원하는 물건들을 마음껏 살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은 쉴 수 없다. 일단 운동복으로 환복 후 요가 매트를 깔고 동적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아르기닌 부스터를 챙겨 먹고 맹물 대신 마실 BCAA를 물에 타서 헬스장으로 출발, 1시간 안쪽에서 이러다 뒤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근육을 찢어발긴다.


물에 BCAA 타고 아르기닌 빨아먹고 스트레칭, 운동, 이동까지 모든 소요 시간 120분.

더 리틀스 아르기닌 부스터 1개 2000원.

엑스텐드 BCAA 1스푼 1200원.



집에 돌아오면 바로 샤워를 한다. 세정력이 좋은 선크림을 써도 클렌징 오일을 활용한 1차 세안은 필수다. 물 묻히기 전 기름부터 얼굴과 목에 처바르고 냅다 문지른 다음, 유화 과정을 거치고 뽀드득거리게 클렌징 폼으로 2차 세안까지 철저하게 진행한다.


다 씻고 나면 빨랫감은 사용한 수건까지 해서 스피드 워시로 캡슐 세탁 세제 1개, 살균용 런드리 세니타이저만 조금 넣고 빠르게 돌린다. 이제 시간이 시간인 만큼 아침과 같은 착장은 오버고 저녁에 강아지 산책시켜 줄 때도 내 나이로는 보이지 않게, 힙한 스웻팬츠와 후드티 같은 것을 입어준다.


샤워, 세탁기 돌리기, 옷 챙겨 입기 소요 시간 30분.

퍼실 캡슐 세제 1개 600원.

위칙 런드리 세니타이저 20ml 200원.



그리고 먹는 것에 언제나 진심인 만큼 고기 혹은 생선이 반드시 포함된 저녁 식사를 진행한다. 다 먹고 나면, 당연히 점심과 동일하게 설거지를 하는데 이를 마치면 이미 세탁은 완료되어 있고 바로 건조기에 때려 넣을 수 있다.


추가로 업무 두 사이클 돌린다… 그리고 강아지 산책을 시킨다…


산책이 끝나면 즉시 잠옷으로 갈아입고 손발을 닦는다. 바로 성분 배합이 잘 된 마그네슘을 챙겨 먹는다. 이후 토너 패드로 가볍게 얼굴을 닦고 수분크림을 바른다. 진짜 섹시한 남자는 자는 동안에도 섹시해야 하기 때문에 입고 잠들 섹시한 향수를 잊지 않고 뿌려준다.


피부 관리 및 영양제 섭취 소요 시간 5분.

셀리맥스 어성초 토너 패드 1장 200원.

크리니크 분홍 수분 크림 1ml 1000원.

YDY 마그듀오 비타민 D + 마그네슘 2알 700원.

톰포드 오드우드 0.2ml 2000원.



그리고 저녁 일기를 쓰고 독서대 앞에 앉아서 글루타치온 콜라겐 젤리를 쪽쪽 빨아가며 책을 보는 척 하지만, 사실은 자연스럽게 이리저리 목 스트레칭을 하면서 이대로 그냥 자도 되는 건지, 상황 파악에 들어간다.


콜라겐 먹으면서 일기 쓰는 시간 30분.

트루엔 양태반 글루타치온 콜라겐 뽀얀 젤리 1900원.



중간에 일어나서 에탄올 티슈를 손에 들고 온 집안을 어슬렁 거리면서 핸드폰도 닦고, 이곳저곳 먼지 제거를 하며 적진의 상황을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젤이 침대 옆 협탁에 놓여있지 않은지 체크 혹은 대장의 표정과 말투에서 현재 성욕 상태를 읽어보려고 안간힘을 써 본다.


먼지 및 세균 박멸 소요 시간 5분.

스카트 소독 티슈 10장 500원.

내 여자 소중이 절대 지켜! 아스트로 글라이드 겔 73.9g 21,090원



온 식구가 각각 취침 시간은 달라도 침대에 눕기 전에는 개인 스마트폰을 거실에 모아두는 것이 철칙이기에, 밤 10시가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장 핸드폰이 이미 충전기에 거치되어 있다면 그날은 여지없이 그냥 자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이제 오빠도 늙탱이가 돼가지고 여성호르몬 수치가 높아졌다고 후틀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이렇게 남자 구실을 못 할 거면 이제부터는 그냥 오빠가 엎드리라는 식의 인신모독까지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척 보면 척, 언제나 똑똑하면서도 섹시한 사피오섹슈얼 맨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 파악이 완료되면 조용히 욕실로 들어가서 남성 청결제로 산뜻하게 수청 들 준비를 한다.



이 글은 그저 00년생부터 77년생까지 100명에 가까운 여자를 만나댄 87년생 일반인 남성이 하루에 정리, 청소, 그루밍에 투자하는 시간과 관련 용품들 금액에 대해 딱딱하지 않게 정리한 내용일 뿐이다.


이렇게 하루에 총 171분, 3시간이 안 되는 시간과 약 2만 원이란 금액을 투자해서 이마이 스마트하고 섹시해질 수 있는데, 각 아이템을 저렴한 것들로 교체해서라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여기까지 읽고 혹시 나에게 동정심이 들거나 가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아마 당신의 기분 탓일 뿐이고 크나큰 오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당신이 인류애 가득하고 마음씨까지 따뜻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추가적으로 이 글은 온라인 제휴 마케팅으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통찰력을 공유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온라인 부업 혹은 전업 활동을 생각한다면 내가 난데없이 위에 젤 링크를 건 것처럼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키워드로 유입을 유도하고 솔깃한 상품을 띄워서 판매 전환을 시키는 게 굉장히 유용한 스킬 중 하나라는 것.


글 하나에  위와 같은 링크를 하나가 아니라, 10개를 추가해도 상관없고 오히려 더욱 좋다.


‘이 콘텐츠는 COUPANG 파트너스 활동 일환으로 일정 수수료를 지급받습니다’


이런 광고 문구 혹은 상품에 문제가 있어서 당신이 돈을 못 버는 게 아니고 키워드를 못 잡고 글이 재미가 없어서 안 벌리는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글을 최소 한 달에 100개 이상씩 뿌려대면 돈이 벌리지 않는 것이 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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