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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과 청년고용의 위축

한국은행 보고서가 던지는 ‘연공편향 기술변화’의 경고

by 들여쓰기


요즘 취업 준비하고 있다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단어가 바로 ‘AI’ 일 것입니다. 특히 신입들의 경우에는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이 커리어가 3년 뒤에도 유효할까?”라는 불안감이 클 것 같은데요.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인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는 그 불안감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AI 시대의 대한민국 고용 지형 변화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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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의 주요 내용 요약

한국은행이 발간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는, AI 기술의 확산이 우리나라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자료입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청년층(15~29세)의 고용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상세 내용을 확인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2022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청년 일자리가 약 21.1만 개 감소했습니다.

- 이 중 AI 고노출 업종에서 감소한 일자리가 20.8만 개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 반대로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일자리는 20.9만 개 증가했으며, 이 중에서도 AI 고노출 업종에서 14.6만 개 증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AI 확산 초기인 현재에는 중장년층의 고용이 늘었고, 오히려 청년층의 고용은 줄어드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연공편향(seniority‑biased) 기술변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공편향 기술변화란?

‘연공편향 기술변화’란 AI와 같은 신기술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그 기술의 영향이 모든 근로자에게 균등하게 작용되지 않고 경력이 많고 연공서열이 높은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즉, 같은 기술 변화라 하더라도 누가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느냐에 따라 수혜의 정도가 달라지며, 그 과정에서 청년층은 오히려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 청년층은 주로 정형화된 업무를 맡고, 이러한 업무는 AI가 빠르게 대체할 수 있습니다.

- 반면, 시니어층은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과 조직관리, 대인관계, 전략적 판단 같은 비정형적 업무를 많이 맡아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 따라서 기술 확산은 시니어층의 업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청년층 업무는 오히려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는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어떤 업종이 영향을 받았나?

청년 일자리의 감소는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직군일수록, 그 감소폭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통합·관리업에서는 청년 고용이 약 11.2% 감소하였고, 정보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무려 23.8%에 달하는 고용 감소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정형화된 업무에 집중된 청년층이 AI의 영향에 보다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모든 AI 고노출 업종에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 고용 충격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 예를 들어, 보건업, 교육서비스업, 항공운송업과 같은 분야에서는 AI 기술이 오히려 인간의 업무를 보완(complement)하는 역할을 하면서, 청년 고용의 감소 폭이 비교적 작게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같은 기술에 노출되어 있더라도, 그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따라 고용의 양상은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앞으로의 커리어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인사이트라 할 수 있습니다.




청년 세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보고서는 단순히 현황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안합니다.


대체 가능한 업무를 넘어서라

청년층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벗어나, 맥락 이해·창의성·판단력·협업 역량이 필요한 업무로 커리어를 확장해야 합니다.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학습 역량이 중요하다

AI는 위협이 아니라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단순 기술 습득을 넘어, AI와 협업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와 실습이 필요합니다.


조직과 정책도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AI 대체형 인재’가 아닌, AI 활용형 인재를 육성해야 합니다. 정부 또한 청년층이 기술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직무 전환·지원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변화의 ‘피해자’인가, ‘설계자’인가?

보고서는 우리에게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는 과연 누구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까?” 이 질문은 단순한 고용 통계를 넘어, 기술의 발전이 사람과 일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그려나가고 있는지를 묻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청년층은 그 변화의 가장 앞단에서 직접적인 충격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직무 경험이 많지 않고,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I가 대체하기 쉬운 업무 구조 속에서 더 빠르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청년층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세대이기도 합니다.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탐색하고 익히며, 지금까지의 방식을 새롭게 해석해 가치 창출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낼 줄 아는 세대인 것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 보다, ‘그 일이 AI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기술과 경쟁할 것 인가? 아니면 기술과 협력할 것 인가? 그 미묘한 선택의 차이가 앞으로의 커리어를 결정짓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 같네요.


한국은행의 보고서 전문: https://www.bok.or.kr/portal/bbs/P0002353/view.do?nttId=10094258&menuNo=20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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