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하나뿐인 동생
우리 고모의 이름은 정자
그래서 정자 고모이시다
아버지를 닮으신 큰 눈매에
갸름하신 얼굴형
마음씨 곱고
인심 좋으셨던 울 고모가
불현듯 떠오르며 동시에
가슴이 저며온다
어릴 적 시골에 가면
큰집에 머물다가
더 안쪽 깊은 산속의
고모집에 놀러 가곤 했었다
고모는 곶감을 만드시고
나물도 캐시어 팔기도
하셨는데, 서울서 온 막둥이
나에게는 온 곶감을 쥐어주시고
당신의 딸들에겐 감의 껍질을
말린 것을 주셨었는데
막둥이에 오냐오냐 키워졌던
나는 언니들의 부러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맛난 곶감을 해치워버렸다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철딱서니의 나
고모의 딸들은 서울로 취업하기 위해
와서 우리 집에 머물렀었던
어렴풋한 기억도 난다.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군불 땐
구들장보다 더 따뜻했던 울 고모는
힘들게 사시는 거 다 아는데도
잡곡, 나물, 곶감 그리고 떡 등등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셨다
장성하여 중고등학교,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모를 까맣게 잊고 살던 내가
고모를 만났던 날들은
큰오빠 언니 작은 오빠 결혼식
그리고 나의 결혼식뿐이었다
그리고는 또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청천벽락같은
소식을 언니로부터 듣게 되었다
울 착하디 착한 큰 눈망울의
울 고모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게다가 단순 사고가 아닌
누군가가 산행길에서 일부러
밀어서 돌아가신 것 같다고….
그 누군가에 대해선 말할 수도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마지막 그 순간의 울 착한
평생 희생적으로 가족과
주위사람들만을 위해서
사시다가 허망하게 가신
울 고모가 너무 불쌍하고
진심으로 애처로우셔서
눈물이 흐른다
지금으로 치면 한참 젊으신
고작 육십 대에 허망하게
돌아가신 울 착한 정자고모
한참을 잊고 살아서
너무 죄송해요 고모
어릴 때 그렇게 예뻐해 주시고
팔아야 할 온 거 그대로의
곶감도 주시고, 산처럼 쌓은 갓 지은
밥에 맛난 반찬들도 너무 감사했어요
고모가 계신 천국에서
울 엄마랑 고모의 오빠 울 아버지랑
행복하게 오손 도손 지내셔요
철딱서니 서울 막내도 이젠
중년이 되니, 고모가 또 엄마 아버지가
더더욱 사무치게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