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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 편지

정자고모

아버지의 하나뿐인 동생

by 나탈리

우리 고모의 이름은 정자

그래서 정자 고모이시다

아버지를 닮으신 큰 눈매에

갸름하신 얼굴형

마음씨 곱고

인심 좋으셨던 울 고모가

불현듯 떠오르며 동시에

가슴이 저며온다



어릴 적 시골에 가면

큰집에 머물다가

더 안쪽 깊은 산속의

고모집에 놀러 가곤 했었다

고모는 곶감을 만드시고

나물도 캐시어 팔기도

하셨는데, 서울서 온 막둥이

나에게는 온 곶감을 쥐어주시고

당신의 딸들에겐 감의 껍질을

말린 것을 주셨었는데

막둥이에 오냐오냐 키워졌던

나는 언니들의 부러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맛난 곶감을 해치워버렸다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철딱서니의 나



고모의 딸들은 서울로 취업하기 위해

와서 우리 집에 머물렀었던

어렴풋한 기억도 난다.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군불 땐

구들장보다 더 따뜻했던 울 고모는

힘들게 사시는 거 다 아는데도

잡곡, 나물, 곶감 그리고 떡 등등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셨다



장성하여 중고등학교,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모를 까맣게 잊고 살던 내가

고모를 만났던 날들은

큰오빠 언니 작은 오빠 결혼식

그리고 나의 결혼식뿐이었다



그리고는 또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청천벽락같은

소식을 언니로부터 듣게 되었다

울 착하디 착한 큰 눈망울의

울 고모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게다가 단순 사고가 아닌

누군가가 산행길에서 일부러

밀어서 돌아가신 것 같다고….



그 누군가에 대해선 말할 수도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마지막 그 순간의 울 착한

평생 희생적으로 가족과

주위사람들만을 위해서

사시다가 허망하게 가신

울 고모가 너무 불쌍하고

진심으로 애처로우셔서

눈물이 흐른다



지금으로 치면 한참 젊으신

고작 육십 대에 허망하게

돌아가신 울 착한 정자고모

한참을 잊고 살아서

너무 죄송해요 고모

어릴 때 그렇게 예뻐해 주시고

팔아야 할 온 거 그대로의

곶감도 주시고, 산처럼 쌓은 갓 지은

밥에 맛난 반찬들도 너무 감사했어요



고모가 계신 천국에서

울 엄마랑 고모의 오빠 울 아버지랑

행복하게 오손 도손 지내셔요

철딱서니 서울 막내도 이젠

중년이 되니, 고모가 또 엄마 아버지가

더더욱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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