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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Oct 14. 2024

껍질 속

고요

숲 속을 걸어갔다.

아무 말 없이, 아무도 없는 숲 속에 홀로 걸어갔다.

내가 없어진 세상은 잘 굴러가던 톱니바퀴가 멈춰 버린 거처럼, 벽시계의 알람이 고장 나 버린 것처럼 내가 떠나간 시점부터 세상도 같이 멈춰있을 줄 알았다.

아니, 실은 망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나 없이 세상은 잘 흘러가더라. 마치, 원래 내가 없었던 세상이었던 거처럼. 서글펐다. 나 하나 없어져도 지구는 멸망하지 않고 아무런 탈 없이 흘러가서 미웠다. 증오했다.

계속 발걸음을 옮기며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내 앞에 벼락이 내려왔다. 너무나도 놀라 뒤로 넘어지고는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 하나가 까맣게 타들어가고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러다 고통스러운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옆으로 쓰러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진동이 울리더니 다시 숲 속은 조용해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숲 속을 나오고 세상은 변해있었다. 나 또한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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