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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흙울림 Dec 11. 2015

오카리나에 대한 단상

오카리나는 재료가 흙이다. 

흙으로 빚어진 이 악기는 또 다른 내 몸이 된다. 

흙으로 만들어진 내 몸의 또 다른 기관이 되는 것 같아 질감이 정겹다. 

내가 불어 넣는 호흡의 양은 이 악기와의 교감으로 인하여 그 한계가 설정되고, 또 어디까지 받아줄 수 있는지를 악기와 협의한다. 

호흡의 양과 색깔, 거친 정도에 반응하는 악기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 몸을 적응시키고 단련시킨다. 

만족하지 못한 자신의 연주에 있어서 악기의 상태 때문이라 판단하려 하지만, 진정한 연주자는 내 호흡 또는 숙련시키지 못한 내 몸 자체를 한탄한다. 

모든 운동의 기초가 육상이듯, 몸 자체를 악기로 사용하는 성악을 기초로 하여야 오카리나를 제대로 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 몸을 단련해야만 악기의 능력과 제대로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질료는 흙이다.  

내 감정은 흙 속에 담겨 있다. 

흙으로 만든 오카리나는 내 감정의 세미한 떨림까지도 제대로 울려준다. 

그리고 이 세계를 향해 내 존재 깊은 곳의 내면의 울림을 뿌린다. 

세계는 내 손의 연장을 통해서 개조되고 다시 내 안으로 새롭게 변화되어 편입된다.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게 오카리나다.



ocarina


아득히 멀어져 가는 삶의 희망을 환기시키는 울음소리. 
문득 그리움이 나를 떨리게 할 때, 그리움을 담아내어 세상을 떨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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