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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린남 Jul 24. 2020

미니멀라이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지속가능한 미니멀라이프를 위해서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서 여기저기에 쉽게 관심을 갖는다. 단점은 그만큼 쉽게 질려한다는 거다. 그런 나를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미니멀 라이프를 처음 시작할 때도, 금세 질려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했다가 3일도 안돼서, 다이어트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던 것처럼, 물건을 비운다고 다짐했다가, 며칠 뒤 주섬주섬 물건들을 다시 들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나에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예상보다 미니멀 라이프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쥐고 흔들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물건을 대하는 자세와 생각이 달라졌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버겁게 느껴지는 삶의 군더더기를 조금씩 덜어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나는 내가 원했던 것보다 더 나은 일상을 얻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멈출 이유도 멈출 수도 없었다. 미니멀 라이프는 나에게 유행처럼 잠깐 스쳐갈 라이프 스타일이 아닌, 그저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쉽게 질려하는 사람이 권태기 한 번 없이 미니멀라이프를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하고 또 계속 좋아할 수 있었는지,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 생활 속을 천천히 들여다 보고, 지난 내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무사히 유지할 수 있었던 몇 개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1.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기 

아주 오랫동안 물건을 쉽게 샀다. 물건에 대한 확실한 취향이나 방향성이 없어서 아무거나 사고, 마음에 안 들면 금세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했다. 그런 소비습관이 물건을 쌓아두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물건을 들이고 후회하는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으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하나를 사더라도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라도 아쉬운 부분이 보이면 사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는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얼마 안가 자꾸 다른 물건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새로운 물건에 대한 소비욕구와 물욕이 샘솟는다. 옷이나 가방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쏙 들지 않는 옷이 옷장에 있으면 다른 옷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반대로 마음에 드는 옷이나 물건이 있으면, 다른 대체품은 떠올리지 않는다. 지금 가진 물건에 만족하기 때문에 새로 구입할 물건을 떠올리지 않게 된다. 소비와 물욕이 잠잠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오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들어서, 잘 보살피며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정말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의 장점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용하거나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는 거다. 그 '기분 좋음'은 곧 일상의 한 부분을 좋아하게 만든다. 그래서 적은 양의 물건 만으로도 일상 속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2.미니멀리즘의 즐거움 찾기

나는 빈공간과 물건이 얼마 없는 상태를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빈 공간이 주는 개운함과 그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충동구매나 물욕이 찾아와도 금세 이겨(?) 낼 수 있다. 뭔가를 사면 나의 빈 공간이 채워져서 나의 즐거움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옷의 양이 적어지면서 옷장의 공간은 널널해지고 관리가 수월해진다는 것, 정리 정돈하는 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그로 인해 얻게 된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었다는 해방의 즐거움까지. 이렇게 나는 미니멀리즘의 즐거움을 일상 곳곳에서 찾는다.  


최근에는 샴푸와 바디클렌져 대신 사용하는 샴푸바와 바디솝을 다양하게 써보는 것에서 즐거움 느낀다. 다음에는 어떤 브랜드에 어떤 비누를 써볼까 기대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좋은 비누를 만나면, 다음에도 다시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남편과 각자 좋아하는 향이 나는 바디솝을 선택하며 각자의 취향을 놓지지 않는 것도 좋다. 미니멀 라이프 초기에는 내 상황과 주변을 하나씩 바꿔나가며 변화하는 일상을 지켜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내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게 된다. 그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랄까. 


3.남편의 감시

함께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남편의 감시로 미니멀리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가끔씩 이유 없이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사고 싶을 때가 있었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사야 할 것 같은 그런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일상생활과 습관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은 단호한 태도로 필요 없는 거라고 말해준다. 한두 번 쓰다 말 것이라고 너무도 확실하고 정확한 답을 내놓으면,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판단을 하게 됐다. 함께 사는 집이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서 더 확실하게 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미니멀리즘을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유지하며 실천하려고 한다. 지금의 ‘유지' 단계에서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보면서 새롭게 다가올 순간들을 기대해 본다.  


글/그림 에린남


유튜브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A6u1mU9bp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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