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
어느 날이었다. 느닷없이 당장 써 놓지 않으면 영영 잃어버릴 것 같은 말이 머릿속에 박혔다. 그 말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같아서 서둘러 종이 한가운데에 크게 적었다.
산뜻하고, 경쾌하게.
홀린 듯이 종이를 가만히 보다가 글자를 읽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말인데 왜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일까? 그 말이 가진 분위기가 좋았다. 입 밖으로 뱉어내는 순간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하던데, 그 의미를 그날 제대로 알게 되었다.
좋은 기분을 자주 느끼고 싶은 것은 인간이라면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본능이었다. 나는 종이에 써둔 문장을 매일 소리내어 읽기로 했다. 매일 다짐처럼 내게 말해주고자 그 종이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의 왼쪽 벽면에 붙였다.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산뜻하고, 경쾌하게’가 보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가만히 종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글자를 천천히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벼워졌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입 밖으로 읊조리거나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 되뇌기도 했다. 고작 그것뿐이었는데 그 말은 때때로 나에게 해결책이 되었다.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다.
선택의 기로 앞에서 너무 깊게만 생각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산뜻하고 경쾌하게 내린 결정이 나에게 더 이로울 때가 많았다. 오래 생각한다고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산뜻하고 경쾌한 마음으로 가볍게 선택하면 스트레스에서 더 자유로워졌다. 어렵지 않게 고민이 해결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유 없이 혼란으로 마음이 엉망이 되거나 탁해질 때도 이말을 떠올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속에 커다란 창문이 생긴 듯 상쾌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의지와 다르게 엉망이 된 마음이 금세 정돈되었다.
시간이 흐른 뒤 벽에 붙여둔 종이는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붙이지 않기로 했다. 바라보지 않아도, 소리내어 읽지 않아도 나는 언제든지 산뜻하고 경쾌하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게다가 이 말은지난 몇 년간 풀지 못한숙제처럼 나를 무겁게 만든 질문에도 답할 수 있게 했다.
“어떻게 살고 싶어?”
자신에게 자주 물었다. 그 답을 찾게 되면 살아가는 길에서 덜 헤매게 될 것 같았다. 지금까진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으므로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답한다.
“산뜻하고 경쾌하게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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