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12월도 평소와 같이 평범하게 시작됐다.

12월 1일 / D-24

by 에린남


아침이 밝았다. 알람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눈이 번쩍 떠졌다. 번쩍 떠진 눈과는 달리 몸은 다소 무거웠지만 정신력으로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침실 창의 커튼을 열었다. "와.." 내 두 눈에 담기는 모든 곳이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었다. 어젯밤부터 펑펑 내린 함박눈이 밤 사이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준 것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이 아름다운 풍경에 감격하다 휴대폰으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어댔는데, 그 휴대폰 셔터 소리에 남편은 강제로 기상하게 되었다. 왠지 조금 미안해졌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인 12월이 된 첫째 날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준비의 시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구입하는 걸로 시작한다. 물론 집에는 작년에 사둔 작은 트리가 하나 있지만, 집이 좁다는 이유로 원치 않게 작은 사이즈를 구입했던 탓인지 영 마음에 차지 않아서 크고 튼튼한 트리를 하나 더 사기로 했다. 큰 트리를 사겠다는 나의 투정에 남편과 약간의 다툼이 있을뻔했지만 남편은 곧 큰 트리를 사는 것에 동의해줬다. 크리스마스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 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배를 채운 우리는 단단히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두꺼운 외투, 털모자, 머플러 그리고 장갑까지. 이렇게 차려입을 정도로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왜인지 완벽한 겨울을 누리고 싶었다. 12월의 첫날, 소복이 쌓인 눈, 우리들의 옷차림. 완벽하다. 내가 기대했던 겨울의 모습이야!

트리를 구입하러 온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우리처럼 크리스마스 준비를 위해 찾아온 고객들일 거다. 벌써부터 쇼핑몰에서는 크리스마스 상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아직 크리스마스는 시작도 안 했고,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치 시즌이 끝난 것처럼 싸게 팔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하지만 그 덕에 30%나 저렴하게 트리를 살 수 있었기에 금세 기분이 풀렸다. 미리 봐 두었던 우리보다 큰 키의 튼튼한 트리를 샀다. 상자에 들어있는 트리를 둘이서 힘겹게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꽤나 무거웠음에도 내 발걸음은 가벼웠다. 앞서 걷던 남편은 내가 걱정되었는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안 무거워?” 그 말에 나는 답했다. “하나도 안 무거워. 더 큰 거 살 걸 그랬나?” 올해의 12월도 평소와 같이 평범하게 시작됐다.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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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에린남


<크리스마스 날까지 매일 하나의 이야기와 그림이 업로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