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따라 거닐어 보았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나는 선부동에 있는 동명아파트에서 자랐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동, 바로 옆에는 큼지막한 모래밭 놀이터가 있었고 놀이터 주변에 나무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져 있던 게 기억난다. 나무 사이 혹은 나무 너머로 바깥을 보면 대각선 방향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보였다.
나는 꼭대기층 5층에 살았고 우리 집 아래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층층마다 살고 있었다.
4층엔 영규오빠와 미희
3층엔 혜랑이와 혜윤이
2층엔 성화와 성희
1층엔 선겸이와 찬영이
그리고 중간에 이사 왔다 떠난 2, 3층의 준영이네도 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동명아파트에 살 때까지만 해도 예체능을 제외한 학원을 다닌 적이 전혀 없었기에 나와 동생은 놀이터를 안방 삼아 신나게 뛰어놀았다. 가끔 배가 고프면 저 집들 중 한 곳에 들러 간식을 얻어먹기도 하고, 1층의 선겸이와 함께 두 발자전거를 뗀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도 한다.
해가 어둑해질 무렵의 저녁이 되면 5층 우리 집 창문이 스르륵 열렸다. 퇴근 후 돌아온 엄마는 창밖으로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소리쳤다. "와서 저녁 먹어!" 더 놀고 싶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허기를 달래려 집으로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김치볶음밥, 계란말이, 콩나물이 들어간 김칫국, 멸치볶음, 미역줄기볶음, 어묵볶음, 감자채볶음, 소시지 야채볶음, 감자와 당근이 듬뿍 들어간 카레
보통의 가정집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저녁식탁
이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계란말이였다. 당근과 대파, 양파를 잘게 다져 넣고 돌돌 만 계란말이를 신김치와 함께 먹는 게 어찌나 맛있던지
성인이 된 지금 엄마가 해준 계란말이를 떠올리며 똑같이 만들려 하지만 채소를 다지는 것부터 꽤나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다. 일 마치고 돌아와 식사준비하는 엄마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내 기억 속 첫 번째 우리 집, 동명아파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오늘 희미해져 가는 기억의 파편들을 따라 선부동으로 향했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1시간 30분을 보내고 바깥으로 나와 30분 정도를 걸으니 추억 속 옛날 모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거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광경을 마주하자 아주 잠깐 울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