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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Oct 24. 2022

사랑, 하루에 하나씩

11. 사랑은 밤맛이야.

   캠핑 텐트로 걸어가는 내 발걸음에 뿌듯함이 묻어있다.


   오른손에는 드림 캠핑장 계곡에서 주운 알밤이 가득 담긴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있고 왼손에는 밤을 깔 수 있는 알루미늄 막대기가 들려있다.


   '오늘 일당은 했네!'


   "어디 갔다 와요?"


   "응, 요 아래 계곡에. 거기에 밤이 많이 떨어져 있더라고."


   "와, 많이도 주웠네요!"


   밤을 좋아하는 아내가 내가 주워온 밤을 보며 아이처럼 좋아라 한다.


   개수대에 가서 밤을 깨끗이 씻어 가지고 와서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불을 올렸다.


   냄비가 끓기를 기다리며 아내는 주워 올 밤이 더 있는지 궁금해한다.


   "아직도 주워 올 밤이 남아 있을까요?"


   "저 아래쪽에 밤나무 보이지? 그쪽 계곡에는 아직 많이 있을 것 같아."


   캠핑장에 와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아내는 호기심반 욕심반으로 가고자 한다.


   다 끓은 밤 냄비를 뒤로하고 다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계곡으로 조용히 아내와 움직였다.


   누군가가 울타리를 넘어간 흔적이 보인다.


   "조심해!"


   생각보다 언덕이 가파르다. 가지고 간 막대기를 지팡이 삼아 먼저 내려가며 아내에게 주의를 준다.


   조심스럽게 내려오던 아내의 눈에 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와! 밤이 참 많네요. 누가 주워가지 않았는가 봐요."


   아내는 꼭 보물찾기 하는 것처럼  밤을 찾으며 좋아한다.


   계곡 물속을 내려다보니 물속에 가라앉은 밤이 올려다보고 있다.


   발이 물에 젖어도 마냥 즐겁다. 어느새 가지고 간 비닐봉지가 꽉 차도록 밤을 줍고 다시 텐트로 돌아오니 출출하다.


   아내가 삶은 밤을 접시에 꺼내 놓는다.


   "가위 좀 줘 봐. 내가 반씩 잘라 줄게."


   먹기 좋게 반씩 잘라 놓으니 아내는 자르기 무섭게 먹기 시작한다.


   "이렇게 직접 주워다 먹으니까 더 맛있네요."


   "어디 나도 밤 맛 좀 볼까?"


   맛있다. 밤 맛이다.


   사랑은 아내가 좋아하는 밤을 줍기 위해 물에 발이 젖어도 즐겁고 한알이라도 더 줍기 위해 험한 언덕을 내려가는 것이다.


   사랑은 아내가 더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반을 잘라 주거나 속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도록 뜨겁게 삶은 밤을 찬물에 헹구기 위해 개수대로 달려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오늘 사랑은 밤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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