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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작 Jun 19. 2023

왜 늘 마지막 책임은 선수의 몫인가

화를 꾹꾹 참다가 쓰는 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회사가 사라져 돌아갈 곳도 없다. 월급은 4개월째 밀렸고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사비로 식사를 해결하며 버텼다. 그러나 결국 회사는 업계에서 퇴출됐고, 직원들은 미아가 됐다.

그 직원들은 농구선수들과 프런트들이며, 그 회사는 고양 데이원 농구단이다. 농구대통령 허재를 내세워 화려한 창단식과 함께 출발을 알렸던 고양 캐롯, 시즌 도중 캐롯이라는 이름마저 쓰지 못해 고양 데이원으로 불리더니 이제는 그 이름마저 굴욕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처음부터 불안불안했다. 그리 파이가 크지 않은 농구판에 네이밍스폰서라는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부터

KBL 가입비 미납이야기가 슬슬 나올 때도 그리고 캐롯이 명칭을 빼달라고 했을 때도 애써 외면했지만 왜 슬픈예감을 틀린 적이 없는건지, 플레이오프를 뛰는 선수들이 월급도 못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인수할 팀을 찾고 있다는 소식까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급기야 선수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읍소했다.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꽤나 합리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하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진심을 담아 전했다. 왜, 누가, 선수들을 경기장이 아닌 국회에 서게 했는가.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건 왜 팬들이어야하는가.  

   

KBL은 선수들에게 연봉도 우선지급한다고는 하지만 미봉책이 불과할 뿐. 새로운 팀이 나서지 않으면 데이원 선수 18명 전원은 특별드래프트 대상이 된다.  당연히 그 중 몇몇은 유니폼을 벗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몇달 동안 받지 못한 월급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걸 넘어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놓인 사태,  프로농구 근간을 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구단 승인을 해준 KBL도, 구단의 얼굴이었던 허재 공동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책임감이든 부채감이든 무엇이 시발점이 됐든 농구계가 모두 함께 뛰어주길 바란다. 농구밖에 모르는, 농구밖에 할 줄 모르는 선수들만 덩그러니 남겨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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