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여름도 아닌 이 계절에 서서,
우리로 속하지 못한 당신과 나에 대해 생각해요.
선선한 바람을 타고 고개를 들어보면 청색 하늘이 보여요. 노란 달을 향해 힘껏 손을 뻗어 움켜잡으면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이 하늘하늘 흩날리네요.
흩어진 조각들은 내 간절한 바람을 타고 아지랑이가 되어 다시 피어오르겠죠. 하루는 당신을 놓아주며, 또 하루는 그러잡으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로 살아요.
사랑.
내 마음을 수없이 찢어발겼지만, 그럼에도 덕지덕지 붙이려 안간힘을 썼던 건 당신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별것도 아닌 당신과의 지난 하루하루가 내 온몸에 콕콕 박혀 죽을 것 같으면서도 행복하니까요.
나는 당신과 이별 중인가요, 아니면 아직도 사랑 중인가요?
숨 막힐 듯 꽉 주먹을 움켜쥐며 버티다가도 손바닥에 패인 손톱자국을 보면 내가 너무 안쓰러워요. 당신은, 당신을 사랑했던 나는 결국 하얀 눈에 덮여 아스라이 사라질 텐데.
바보 같은 나는 여전히 봄과 여름의 사이에 서서 그저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길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