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함으로써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천천히 함으로써 놓치는 것들 또한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라오스에선
'느림'의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았습니다
라오스에서 주 교통수단은
택시였습니다
택시를 타며 느꼈죠
라오스는 수도인 '비엔티엔'에서조차
차들이 매우 느리게 달렸습니다
자동차 계기판에 찍히는 속도는
빨라야 시속 50km였습니다
정말 과속한다 싶으면
시속 60km가 될랑 말랑했죠
덕분에
이방인인 저는
차 안에서
잠보다는 봄을 택했습니다
라오스의 차들,
사람들,
동물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 살폈습니다
이것이 바로
천천히 함으로써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목줄 없이
도로와 인도를 넘나드는 개들은
'느린 차'의 속도에
적응한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도 동물도 느긋했습니다
각자의 삶에 바쁘기보단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여유가 느껴졌죠
식겁한 부분도 있습니다
차들이 참으로 자유분방했습니다
차선을 지키려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차선물기를 안 하는 운전자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경적을 울리는 차량은 드물었습니다
오로지 '사람'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고객을 모으는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규칙이 없어서 위험하다기보다는
서로를 배려하기에
규칙이 필요 없어 보였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이상적이기만 하면 참 좋겠죠
하지만 그렇진 않았습니다
이 모습들은
엄청난 위험을 낳기도 했습니다
도로 규칙이 유난히 더 무시받는
한 도로가 있었습니다
중앙선조차 무의미했습니다
차선을 무는 걸 넘어
중앙선을 완전 침범해
역주행했습니다
반복되는 위험한 상황에도
안전이 보장되는 도로는
너무나도 이상했습니다
궁금증을 못 참고
둘째 날 만난 택시기사께 여쭤봤습니다
그 도로는
양방향 도로에서 일방통행 도로로 바뀐 곳이었습니다
문제는
도로 공사, 새로운 표식, 안내하는 사람
그 무엇도 바뀌지 않은 채
규칙만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쪽에 처음 온 사람은 어떡하냐고 묻자
택시기사는
"그럼 엄청 위험할 거다.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위험하기 때문에
경찰 등 사람들이 안내한다고 했지만
그 도로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고가 나야 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지리에 밝은 주민들만
안전할 수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느렸던 덕에
그 도시를
조금 더 잘 살필 수 있었습니다
정비되지 않은 도로,
목줄 없는 개,
자유분방한 자동차들을 보았습니다
교통수단에 타기만 하면
머리만 대면 자는 저로써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천천히 함으로써
볼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느린 라오스는
규칙의 정립에도 느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천천히 함으로써 '놓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안전'을 놓쳤습니다
중앙선이 지키는 것은
차의 방향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임을 잊었습니다
느린 속도에 젖은 것인지
느린 발전에 익숙해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느림의 미학은 보통
조급함의 반대말로 쓰입니다
느림의 미학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 찾아오죠
동시에 우리는
빠름의 미학도 필요합니다
이는
'안일함'의 반대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