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급스러운 삶

소확행

by 초연



한때,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절이 있었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 말이 참 좋았다. 거창하지 않아 더 진심처럼 느껴졌고,
작아서 더 깊이 스며들었다.

어떤 사람은 깨끗하게 세탁된 수건을 서랍 속에 차곡차곡 개어 넣는 순간,
그 정돈된 질서 안에서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고 한다.
너무 소박하지 않냐고,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마음을 안다.
그게 바로 삶을 가꾸는 방식이고,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니까.

운동을 마친 뒤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투명한 유리컵 속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청아하게 울릴 때,
그 짧은 순간에도 삶이 맑아진다.

창문을 열었는데
불현듯 불어든 초여름의 신선한 바람.
그 바람에 실려 오는 놀이터의 아이들 웃음소리.
고요한 평일 오후의 나른한 햇살 아래,
걱정 없이 누워 있는 낮잠 한 조각.

아침 운동길, 초록으로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그 사이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얼굴에 닿을 때,
이 모든 순간이 '지금'이라는 선물처럼 다가온다.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듣는 빗소리.
빗물에 씻긴 흙냄새가 창문 너머로 은근하게 번질 때
왠지 마음도 씻기는 것 같아 깊은 숨을 내쉰다.

작은 베이커리 앞을 지나다
문을 여는 순간 코끝을 간질이는 따뜻한 빵 냄새,
책장 한 귀퉁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전 편지,
잠들기 전 켜놓은 스탠드 조명 아래 책 한 장 넘기는 소리.
좋아하는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걷는 저녁길.
그리고 그 모든 장면에 깃든 나만의 호흡, 나만의 속도.

이런 순간들이 자주, 많이 내 삶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물질의 부자가 아니라
감각과 마음의 부자가 되는 삶.
어쩌면 그게 진짜 고급진 삶 아닐까.
소확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가장 근사한 삶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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