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나로 살아도 될까요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이, 나에겐 늘 어려운 일이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이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해야 할 집안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정리하지 못한 옷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따뜻하고 영양 가득한 한 끼,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위한 고민들까지.
그 모든 것들을 잠시 미뤄두고,
'나 자신'에게 시간을 쓰려 할 때마다
어김없이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게 죄책감이라는 걸,
나는 몰랐다.
그림도 그리고 싶고,
책도 보고 싶고,
글도 쓰고 싶다.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그런데 나는 하루 종일 무기력했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불안에 잠식된 채
하루를 흘려보냈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완벽히 해낸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온전히 챙긴 것도 아니다.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채
자책하고, 우울해지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다.
결혼 후 나는
나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가정과 아이들에게 쏟아부었다.
그렇게 20년이 지났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나도 모르게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잊고 살았다.
그 시간에 길들여졌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미안해졌다.
큰아이가 대학생이 되었다.
나는 문득,
지친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래,
이제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시작해도 되는 시간이 아닐까.
하지만 그 시작 앞에서도
나는 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아마도
아이들이 다 자라도
부모로서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
끝나지 않을 아이들 걱정…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이제는,
그저 시작하고 싶다.
육아와 가사로 길들여진
이 오래된 시간의 틀을 조심스레 벗어나
나 자신에게 미안함 대신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
"괜찮아, 이제 너를 살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