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여름

치열했지만 즐거웠던 그 여름

by 초연



아이들이 어릴 적, 여름이면 늘 워터파크에 갔습니다.
물과 친하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물속에서 놀아주는 역할은 늘 제 몫이었죠.
두 딸아이 모두 엄마가 필요했고, 특히나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히는 일은 당연히 '엄마 담당'이었거든요.

워터파크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저마다 하고 싶은 것이 달랐습니다.
한 아이는 유수풀을 타자고 하고, 다른 아이는 파도풀로 달려갑니다.
한 아이는 춥다며 노천탕을 찾고, 또 한 아이는 핫도그가 급합니다.
이 아이를 맞추자니 저 아이가 삐지고, 저 아이를 달래자니 다른 아이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물속을 뛰어다니면서도,
어느 순간엔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습니다.
혼자라면 가지 않았을 워터파크, 아이들 덕분에 유수풀도 수없이 타보고,
무서워하던 파도풀에서 둥둥 떠있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 친구들과 워터파크에 가는 나이가 되었네요 조금 서운한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큰아이의 튜브를 잡고 유수풀을 따라 흘러가다가,
멀찍이서 작은 손으로 큰 튜브를 꼭 끌어안고 힘겹게 떠 있는 둘째를 발견했죠
정말 그 순간 심장이 철렁했어요
그때 한 아저씨가 작은 아이를 튜브밖으로 들어 올려 주셨어요.
그분도 누군가의 아빠였겠지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어느 여름 큰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체육대회가 있었어요. 아빠가 함께 하는 행사였는데
남편은 회사 일로 참석하지 못했죠.
아빠가 아이를 목마 태우고 상대방 아이 머리에 매달린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이었는데,
저는 세 살 된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두고
큰아이를 업고 게임에 참가했어요

주변은 다들 커다란 아빠들이었고,
목마에 올라탄 아이들이 서로의 풍선을 터뜨리며 신이 나 있었어요.
우리 아이 풍선은 그중 가장 먼저 터지고 말았죠
조금 속상했을 텐데,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저를 꼭 안아줬어요.
그 따뜻함에, 순간 울컥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빠의 '부재 아닌 부재' 속에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빈자리를 채우려 애쓴 사랑의 기억들도 함께 남았어요.
물속에서 튜브를 붙잡고 웃던 순간들,
게임에서 지고도 “괜찮아”라며 웃어준 아이의 눈빛처럼요.

그 모든 기억 덕분에
우리 셋, 꽤 단단해졌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여름들은 참 뜨겁고 따뜻했네요.